네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엄마아빠의 책임이 아니야
2011.07.10
딸아, 우리는 책임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가족에 대해, 사회에 대해, 세상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 게 아니야.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온 것이다. 너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고, 그래서 온 세상이 행복해지기 위해 세상에 온 거야.
네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엄마아빠의 책임이 아니야. 엄마아빠 때문에 네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야. 너는 어디까지나 네 영혼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세상에 내려 온거야. 행복 때문에. 그래서 너를 만난 엄마아빠는 행복해진 것이다. 그리고 네가 매일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 때문에 또 매일매일 행복한 것이다.
그러니 너는 행복하지 않은 책임을 엄마아빠에게 묻지 말아라. ‘왜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했냐고?’ 그딴 말도 안 되는 질문으로 행복하지 않은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하지 말아라. 너는 그냥 행복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불쌍한 아빠는 어떻게 되고, 가여운 엄마는 어떻게 하냐고 핑.계.대지 말아라. 네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아빠가 불쌍해지고, 네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엄마가 가여워지는 거야. 엄마와 아빠는 네가 행복하면 또한 행복해지는 거야. 누가 누구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행복을 유보하고 있다면, 너는 그들의 행복을 저당잡고 있는 거야. 먼저 네가 행복하지 않으면 누구도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지. 네가 행복하지 않으면 엄마도, 아빠도, 가족도 누구도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야.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핑계를 대지. 엄마 때문에, 아빠 때문에, 자식 때문에.. 실패하고 돌아온 너를 받아주지 않는 엄마는, 아빠는, 가족은 없다. 가족은 실패하고 빈털터리가 되어도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곳 이지. 그래서 우리는 핑계를 대는 거야. 엄마 때문에, 아빠 때문에, 가족 때문에.. 그래야 두려워 시도하지 못하는 도전을 유보할 수 있기 때문 이지. 그것이 도전 자체를 포기해도 되는 가장 그럴듯한 핑계거리라고 여기기 때문이야. 그러나 핑계 속에 숨은 너는, 누군가 들춰내어 직.면.시킬까 두려워 엄마의 한숨 뒤로, 아빠의 완고함 뒤로, 아이의 칭얼거림 뒤로 숨어버리는 것이다. 무서운 거야. 두려운 거야. 행복을 위해 먼저 직면하기기가 말이야.
왜 그런 거니? 낯설기 때문이야. 너무나 오래 익숙해져 있던 핑계라는 무덤 속 눅눅함이 너의 숨결 같고, 칠흑 같은 무덤 속 어둠이 너의 하늘 같기 때문이지. 찬란한 햇살 속에 걸어나갔다 눈이 멀어 버릴 것 같니? 곰팡내 나는 공기 속을 벗어나 가슴속까지 시원한 바람에 숨이 막혀 버릴 것 같니? 모두가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 두렵기 때문이야.
그래서 우리는 또 책임! 책임! 하는 것이다. 너는 원한다면 언제든 엄마 곁을, 아빠 곁을 떠나 갈 수 있다. 너는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렇게도 지긋지긋해 하는 일상 속을 탈출할 수 있다. 그런데 용기가 없는 거야. 익숙한 지독함을 떠나기가 못내 아쉬운 거야. 개죽이라도, 먹던 밥이 목에 넘어가는 거야. 송충이도 아니면서 솔잎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거야.
딸아, 너는 엄마아빠에게 찾아온 손님이야. 그리고 인생이라는 여행의 어느 시점에 만나 또 일정한 기간을 함께 걸어가는 동행객일 뿐이야. 엄마는 아빠는 너의 가이드, 친절한 메이드, 따뜻한 호스트일 뿐이지. 너는 먹고, 쉬고, 마시고, 즐기다 또 너의 길을 찾아 떠나가면 되는 것이지. 왜, 엄마가 너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니? 왜, 아빠가 너의 삶을 보장해야 하니? 그런 엄마는 너를 이리로 가라 강요할 거야. 그런 아빠는 너를 저리로 끌고 갈 거야. 그렇게 이리저리로 너를 잡아끌고 다니려고 너에게 엄포를 놓고 있는 거야. ‘네 학원비 대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네가 이럴 수 있어!’, ‘내가 네 등록금 마련하느라 원하는 옷 입지도, 맛있는 거 먹지도 못하고 이 고생을 했는데 네가 이럴 수 있어!’ 그러면서 다니기 싫다는 학원에 새벽까지 붙들어 놓고, 가기 싫다는 대학에 억지로 처넣고, 나이 찼다고 몰아붙여서 원하지 않는 사람과 원하지 않는 가족 속으로 몰아넣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또다시 같은 운명 속에 내던져진 너의 분신에게 같은 책임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딸아, 너는 너 자신만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너의 엄마도, 너의 아빠도, 너의 남편도, 너의 자식도, 모두 자기들 자신만 책임지면 되는 거야. 아니 자신을 책임지기에도 벅찬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우리는 딱 그만큼만 수명을 타고 태어나는 거야. 너의 엄마가 너의 인생을 책.임.진다고 한들, 네가 죽는 날까지 함께 살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잖니? 네가 너의 자식을 책임진다고 한들, 너의 자식들이 죽을 때까지 살 수는 없는 것이잖니? 세상의 모든 엄마가, 아빠가, 자녀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순리였다면 우리는 아마도 모두 같은 날 죽어야 할 거야. 모든 가족은 한날 한순간 죽도록 되어 있었을 거야.
누구도 너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거야. 네가 네 인생을 먼저 책임지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책임을 또 떠맡게 될지도 모르지. 그러면 떠맡은 그는 또 자신의 인생을 살 수가 없고.. 모두가 얽히고설키고, 엉망이 되어 버리는 거야. 아니 누군가의 인생은 이미 그렇지. 어떤 가족들의 삶은 이미 그렇지. 그렇다면 더더욱 너 자신부터, 너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삶의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얽히고설킨, 운명의 실타래를 너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풀어나가는 거야. 사막에서 모두 다같이 살아남는 방법은, 하나 남은 물병을 한 사람이 들고 달려가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지, 남은 물을 다같이 나눠 마시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인명은 재천(人命在天)이라고 했다. 사람의 목숨이 하늘에 달려있다는 말이지. 그러므로 죽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의 태어남 또한 하늘의 의지인 것이다. 그러니 엄마에게 아빠에게, 왜 나를 태어나게 했냐고 항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네 배에서 나왔다고, 네 자식이 네 것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오로지 하늘에만 물을 수 있다. 왜 태어나게 했는지? 왜 지금 여기서 숨 쉬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에게만 물어야 하는 것이다. 왜 행복하지 않은지?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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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딸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