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인연들
Prologue..
이미 태어난 우리는 인연의 인드라망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천국이지. 인연 말이다. 모두 지독해하는 그것은, 실은 만물이 바라 마지않는 그것이었음을 우주미아가 되어보면 알 수 있다. 암흑 속에서 혼자 둥둥 떠 있는 그 기분이란.
감사한 거야. 망에 접속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뜨겁게 한다. 산속을 헤매다 멀리 반짝이는 민가를 만나보았니? 심지어 그게 강도의 소굴일지언정, 인연이 반갑고 그리운 것이지. 그게 사람이고 인생이고 그래서 축복이고.
인연들의 기억을 모두가 차곡차곡 쌓고 지금, 여기에 있다. 홀로 선 것이 아니라 사방팔방으로 연결된 인연의 네트워크 어딘가, 교차하며 뻗어나가는 매트릭스 속 좌표 어느 지점에서, 위아래를 올려다보며 한 블록 떨어진 너에게 손을 내밀었지. 가느다랄지언정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인연의 실이 우리를 연결하고 있으니, 기왕이면 손잡고 어깨 걸고 우주를 날아가 보자고. 때론 어떤 뿌리쳐진 손이, 누군가의 외면한 손이 야속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지만, 멀리 가지도 못한다. 망이란 그런 거야.
혼자서 포탈을 잘도 넘나들었다. 하나 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여럿이 더 신이 나니까. 나의 포탈뿐 아니라 너의 포탈, 우리들의 포탈이 여기저기서 열렸다 닫혔다 하니, Here we are! 하지만 마법사는 자주 혼자였어.
complacent, 얼떨결에 시작된 영어 공부 중에 이 단어를 마주치고는 숨겨진 인연들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그래, 그러면 어쩌겠어. 생은 무한하니 언젠가 또 만나겠지.’ 작별 인사를 꾸벅했더랬지. 그래도 포탈은 불시 오픈, 정시 폐쇄. 그러니 마법사는 또 떠날 수밖에. 기다리는 너를 위해. 다른 생을 위해.
이건 소설이 아니라고 완강히 거부한다. 우리의 세계에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가 없다고.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환상에 불과하다고. 거듭되는 환생, 수많은 생이 교차하는 포탈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우리의 인연뿐. 너와 내가 만나게 된 그것, 다시 만나게 될 그것, 이미 만났던 그것. 그것은 환상 같은 현실 속에서도, 현실 같은 소설 속에서도, 언제나 ‘Now’ 그 자체인 것을 너는 아니? Do you know? 그게 진짜 사실이야.
읽지 않아도 괜찮아. 어차피 너의 이야기니까. 하지만 천국에 가면 AI 염라대왕이 네게 물을 거야.
‘너가 걔냐? 숨겨진 인연들에 나온?’
_ 숨겨진 포탈들 속 숨겨진 인연들
Contents..
포탈 여행자가 포탈에 진입한 이후에는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던 그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 순서만을 따지고 보면 인과 관계라고는 전혀 없는 우연의 연속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던 그 일은 좋거나 나쁘거나, 완전히 시시할 수도 있다. 여행자는 이따금 혼란스럽다. 괜찮다. 포탈 여행의 묘미는 바로 그 지점에 있으니까.
이 자유로운 여정은 시간이라는 유한성 속에 펼쳐진 무한한 우주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 우주는 숨겨진 인연들의 프렉탈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인연의 싸이클은 반복 재생된다. 무한의 우주는 숨겨진 것을 찾아 헤매고 있는 여행자를 외롭고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여행자는 매번 헷갈릴 것이다. “이게 맞나?”
그럴 땐 마법의 주문을 외워야 한다.
때가 되면 인연의 씨앗이 발아하여 자라나기 시작한다. 줄기를 따라 관계의 잎사귀들이 돋아난다. 숨겨진 인연들을 발견하고, 이를 가꾸던 여행자는 깨닫는다. 인연의 씨앗을 심어둔 존재 역시 여행자 자신이었음을.
인연의 싸이클이 한 차례 돌고, 여행자는 수확의 시간을 맞는다. 인연은 포탈 여행자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선물이다. 포로이자 전리품이다. 축복이다. 저주일 수도 있다. 당신의 여정에 ‘인연’이란 무엇인가? 세상을 변화시킬 꿈 따위는 꾸지 않아도 좋다.
마법사 멀린이 남긴 <숨겨진 인연들>에 대한 기록을 읽으며 생각했다. 묵은 인연들을 정리하는 방식이라 여겼으나 새로운 계절에 새로운 인연들을 맞이하는 새로운 마음이었음을 확인했다. 이 여행은 끝인가? 시작인가? 그 역시 여행자에게 달려 있다. 얼마나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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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들 둘, 언리미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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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들 넷, 원죄 없는 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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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들 여섯, 유니콘의 죽음
인연들 일곱, 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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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書코名 _ 숨겨진 인연들
記錄家 _ M.멀린
作成日 _ 2024
發行日 _ 2025. 03
出리刊 _ 도서출판 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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