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24. 2025 l M.멀린

별들을 관측하는 동방박사들에 의하면 우주가 요동을 치고 있다고 한다. 지난 화이트데이에는 개기월식과 레드문이 겹치더니 돌아오는 29일에는 개기일식이 일어난다고. 일식과 월식이 같은 달에 일어나는 일은 드물다고 하니, 격동의 을사년에 하늘도 땅도 모두 폭풍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다. 게다가 수성역행까지. 지구가 수성을 따라잡고 있단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덕분에 올라탄 승객들은 혼돈스럽기 그지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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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요동으로 멘탈에 태풍이 몰아치는 이 와중에, 많은 이들이 마음과 현실의 불일치를 겪으며 어쩔 줄을 모르는데. 마법사는 어쩌다가 언어의 바다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쓰나미가 몰아쳐도 심해의 바다에서는 언제나 고요함만 가득하니, 인류의 언어를 흩어버린 바벨탑이 이토록 고마울 줄이야.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가슴으로 읽고 온몸으로 듣는 일이 명상 그 자체라는 걸, 너무나 경이롭게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기호에 불과한 말이 지배해버린 머릿속에 거짓이 가득했는데, 말이 소리의 자리로 돌아가고, 눈빛과 몸짓, 거짓을 말할 수 없는 입 모양을 통해 나는 세상을 다시 경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말은 말뿐이고, 진심은 빛과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거지. 이 빌어먹을 세상은 언제나 거기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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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n down with time
I long for peace of mind, oh my
Is this all there is to life
Striving until we die, we die
‘Cause this doesn’t feel right
Oh where’s the truth and lie?
I want to believe that
there’s Morning after Night
My Savior,
You’re my Morning after Night
 

어제는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친구를 살리려고 해변을 달리는 소년의 뜀박질에 눈물이 툭 터져 버렸다. 왜 죽였는지도, 뭘 말하며 도망쳤는지는 몰라도, 친구를 위해 살인자가 되어버린 사이코패스 소년이 달리던 해변은, 조와 클레멘타인이 함께 달리던 지우고 지워도 되살아난 기억 속 그 눈 덮인 해변이며. 군병이 쏜 총탄에 맞고 쓰러진 사이코패스 소년의 옆구리에서는 십자가의 사내가 흘린 보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일만큼 큰 사랑이 없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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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ren of the Glory
fallen with one fell choice
They chose their story and
chaos for one, for all
But that was the start of something
we could have never known
That from the first breath
we would ne’er be on our own
 

아, 이 죄 많은 세상에 왜 태어나 이 고통을 당하는가, 해탈이나 해버려야지 하는 이가 있다면. 바벨탑의 그 축복이 우리의 말을 흩어서 우리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너를 안고 너를 대신해 이 고통 속으로 달려 들어온 거라고. 영광의 자녀들이 한 선택으로 우리는 타락했을지 모르나, 우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선택한 거라고. 그리고 그 첫 숨결에서부터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다고. 나도 따라 외치며 빈센트가 걸어 들어갔던 그 강릉바다, 마법사 멀린이 걸어 나오던 바로 그 교토바다의 심해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자막 없는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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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거니 뒤서거니 우주를 유영하는 별들의 역행과 순행 속에서 너와 나의 삶도 나아가다 뒤집어지는 일을 반복하겠지. 하지만 너와 내가 언제나 함께 달려가고 있는 거야. 욕을 욕을 하고 기쁨에 겨워 눈물을 쏟아도 궤도를 벗어날 수가 없어. 그건 우주의 섭리니까. 그러니까 먼저 가렴. 따라갈게. 따라오렴. 앞서갈게. 괜찮아 괜찮아. 중력이 우리를 묶고 있으니까. 달의 인력이, 끊을 수 없는 영겁의 인연이 우리를 연결하고 있으니까. 어디든, 언제든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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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ry on high
Born in Great Night
Come and delight
In fragrant offering
Oh what a sight
Beloved light
On us You shine
With eternal blessing

 

아아, 죄 많은 인류여. 신이 경험하지 못한 그 죄를 경험하려 이 빌어먹을 세상에 내려온 인류여. 삶을 욕하고 저주하더라도 언어의 바다에서 말없이 손잡는 일을 잊지 말게나. ‘Hello’, ‘こんにちは’, ‘안녕하세요’ 말할 줄 몰라도 손잡고 웃을 수는 있으니까. 그리고 말이 통해야 같이 살 수 있다며 떠나간 형제에게는 새들의 전령을 보내 언제든 돌아오라고, 붉은 달이 뜨는 행성 역행의 기간에 나는 홀로 주저앉아 울고 있는 너를 지나치며 보았다고. 하지만 달라진 말 때문에 아무리 불러도 듣지 못하더라고. 인사를 전해주게나. 태어나고 태어나는 삶과 만나고 또 만나는 인연은 마침표 없는 인생에 영원한 축복이니. 우리는 밤이 지난 아침에 또 조우할 거라고. 기다리고 기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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