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바다 단편선] Jul 4, 2019 l 교토바다

 

 

 

 

 

“그대는 다운로드 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몇 시간 째.. 지겹지도 않냐고 물었지만 그대는 인생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어요. 조금씩 다운되어가는 시간 말이죠. 나는 그러는 그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어느 해인가 저무는 태양 아래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때를 기억해 내었지요. 그 때에 나도 그대를 다운로드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대에게 접속했죠. 아니요. 나는 다운로드 받지 못했어요. 그대는 링크를 열어주지 않았거든요. 알잖아요. 포기할 내가 아니라는걸. 나는 자꾸 접속했던 거예요. 온갖 경로로. 그러나 그대는 연결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것은 아마도 외로움 때문일 거예요. 외로운 이들은 자신을 함부로 연결하지 않거든요. 그것은 소중하니까.”

“뭐가요?”

“외로움 말이에요. 그 시간, 그 공간, 그 아련함, 그 저미는 슬픔, 그 공백 속의 향기.. 그것들을 남겨놓고 나아오지를 못해요. 그것은 너무도 아름답고 창백하며 아스라하거든..”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나? 나는.. 그걸 알아요. 나는 1,000년을 홀로 있었거든요. 그 모든 바람을 맞으며, 그 모든 비를 흘려내며, 그 모든 눈부심에 살을 드러내며 그렇게 기다렸던 거죠.”

“그래서.. 그래서 나를 만난 거예요?”

“아니, 그대는 열어주지 않았어요. 그대의 링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어요. 그것에는 많은 목마들이 호시탐탐 수많은 연결의 끈들로 무장하고 그대와 나의 사이를 방해하고 있었죠.”

“그럼 어떻게 나를 찾은 거예요?”

“외로운 사람들은 알아요. 심연 끝까지 내려가면 거기 모든 것이 있다는걸. 홀로 내려가는 것이 어렵고 힘들 뿐. 심연의 끝까지 내려가면 모두가 그곳에 있죠. 거기에는 누구도 자신을 위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죠. 거기서 그대를 찾았어요. 사람들은 아무도 찾지 않는 그곳에서..”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두려웠어요.”

“그랬겠죠. 나도 그대가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요. 그대를 1,000년 전에 본 적이 있었으니까.”

“나를 보았다고요? 어떻게? 나는 1,000년 전에 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보았단 말이죠? 어떻게?”

“그때에는.. 그때에는 그대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어요. 1,000년 전에는 시간이 멈추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다운로드 받는 일은 동시적인 것이었어요. 시간이 걸리는 일이 아니라. 그래서 그대를 보게 되었죠. 그대는 스크린을 온통 가득 채우며 내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나를 보고 웃었죠. 아니지. 내가 그대를 보고 웃었어요. 그대는 그저 미소를 짓고 있었을 뿐.”

“아.. 그렇구나. 신기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죠?”

“1,000년을 홀로 있다 보면 알게 되고 보게 돼요. 그때에 나는 1,000년 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고독 가운데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외롭지 않았죠. 그대를 알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왜 나를 더 빨리 찾지 않은 거죠?”

“그건, 그건 말이에요. 그대는 다운로드 창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요. 그것은 그대에게 소중한 일이니까요. 다운로드 창을 바라보는 일 말이죠. 그것은 그대의 인생이니까.. 나는 기다린 거예요. 그대의 인생이 시작되기를 말이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대가 누구의 인생을 다운로드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는 거죠. 그대의 등 너머로 가려져 있었거든요.”

“당신을 다운로드하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당신을 만난 거죠.”

“그럴까요? 파일이 누구의 것이든 상관없어요. 나는 지금 그대의 곁에 있으니까. 하지만 그대의 인생은 시작되어야 해요. 다운로드는 끝이 났으니까. 그리고 영화는 시작되었어요.”

“정말 그런 걸까요?”

“그럴 리가? 관객들이 이렇게나 앉아 기다리는데 아직도 다운로드 창을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플레이 버튼을 눌러요. 걱정 말아요. 촬영도 편집도 모두 끝이 났어요. 이제 남은 건 상영하는 일뿐이예요. 그리고 외로움의 심연은 로그아웃되었어요. 그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니까.”

“돌아갈 수는 없나요?”

“그러고 싶어요? 그렇다면 언제든.. 다운로드 창을 여는 것은 그대의 자유예요. 하지만 그러면 그대의 관객들은 외로움에 빠져들 거예요. 기다림은 외로움이니까. 그들과 심연에서 만나려면 그렇게 해도 좋아요. 그러나 나는 그대를 잃어버리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들도 그대를 알아보지 못할 거예요. 외로움은 타인을 시야에서 제거해 버리거든요. 그래도 좋다면.. 나는 그대를 다운로드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어 주었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대가 다시 다운로드 창을 열게 되면 나는 물거품이 되고 말 거예요. 이제까지의 우리의 만남은 모두 꿈이 되어 버릴 테니.”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내 두 사람의 다운로드 창은 가려지고 로그아웃 메시지만 남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사라진 카페에는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한 멜로디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랑의 기쁨은 어느 덧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만 영원히 남았네.’ 

 

 

 

 

 

교토바다 단편선 

 이전글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