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경험에 실패는 없는 거야

2011.07.22 

 

딸아. 인간 경험에 실패 따위는 없는 거야. 너는 이전에 무엇이었겠니? 북극곰? 초원의 야생마? 네가 지금 북극곰이 된다면 무얼 해보겠니? 차디찬 북극해에 뛰어들어 마음껏 자유롭게 유영해 보고 싶지 않겠니? 초원의 야생마라면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벌판을 마음껏 달려보고 싶을 거야. 독수리라면 어떻겠니? 하늘 끝까지 날아올라보고 싶지 않을까? 멀리멀리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까지 날아가 보고 싶을 거야. 그러면.. 인간이 되어보고 싶었다면.. 그러면 너는 무얼 해보고 싶었을까?

인간 경험을 하고 있는 거야. 우리는 모두.. 인간의 삶을 체험해 보고 있는 거야. 북극곰이었던 네가, 히말라야의 눈송이었던 네가, 대서양의 물방울이었던 네가, 인어공주의 슬픈 눈물이었던 네가, 지금은 그렇게 고대하던 인간이 된 거야. 너는 무얼 해보고 싶었니? 그렇게 기다리던 인간이 되었는데 너는 무엇을 경험해 보고 싶은 거니? 이제는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두 다리가 생겨났건만, 왕자님은 어디에 있는 거니? 그렇게 쭈뼛쭈뼛 용기 없이 물러나, 짝사랑만 하기를 원했던 것이니? 히말라야 꼭대기의 폭풍 한설을 수 만년 견뎌왔건만, 너를 밟고 지나간 누군가의 발자국에 매달려 돌고 돌아서 이제야 인간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건만, 너는 지금 원하던 인간의 삶을 누리고 있는 거니?

선택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걸 생각해보렴. 인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더 유일한 경험은 무얼까?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오로지 인간으로서만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일까? 다시는 경험해보지 못할 무엇일까? 떠올려 보는 거야. 생각해 보는 거야. 먹고 싸고 자고 하는.. 동물들도 다 할 수 있는 경험들 말고 말이야. 여름날 벤치에 앉아 맥주 한 캔에 담배 한 모금? 뜨거운 주말 밤을 불태우는 스테이지의 열기? 본능이 아닌 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존이 아닌 꿈에 도전하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일까? 잘 생각해 보렴. 어렵게 얻은 다리로, 목소리와 바꾼 다리로 기어만 다니는 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 일거야. 꾀꼬리로 태어났으면 노래를 해봐야지. 장미나무로 태어났으면 꽃을 피워봐야지. 빗방울로 태어났으면 쏟아져 내려봐야 하지 않겠니? 인간으로 태어난 너는 무엇을 경험해 보고 싶은 거니?

그것이 무엇이든, 인간만의 고유한 경험을 했다면 무엇도 실패가 아닌 거야. 외로움과 공포, 질투와 시기, 고통과 가난, 절망과 슬픔조차도…  그 어떤 경험도 실패가 아닌 거야. 무얼 이루어야 하는 게 아니니까, 무얼 경험해야 하는 거니까. 그것이 Human Being이니까.

다음에는 그 무엇이 되어 다시 태어나도, 죽는 그 순간,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 너는 지난 인간 경험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참으로 아름다운 경험이었어’ 할 수 있으면 되는 거야. ‘참으로 멋진 순간들이었어’ 하면 되는 거야. ‘많이 아팠지만, 슬펐지만, 힘들었지만, 고통스러웠지만.. 다시는 못해 볼 경험이었어’ 할 수 있으면 되는 거야. 두려움과 절망, 아픔과 고통, 슬픔조차도 나쁜 것이 아니야.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이라면, 너는 이미 실패가 아닌 거야. 너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거야.

너는 인간이니까.. 인간 경험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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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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