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여 눈을 떠라

 

 

 

 

 

“너의 꿈이 뭐냐고 묻고 있는 거야. 우리의 꿈이 아니고.”

“그건 모르겠습니다.”

“모르는데 어떻게 꿈을 이룰 수 있나?”

마법사는 소년에게 핀잔을 주고 있었다. 아직 한 쪽 눈을 마저 뜨지 못했다며 그래서 보이지 않는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두 눈이 멀쩡한데 왜 자꾸 한 쪽 눈을 마저 뜨지 못했다고 하십니까?”

“두 눈이 멀쩡한데 자기 꿈을 본 적이 없단 말인가? 그래가지고서야. 쯔쯧”

“꿈을 눈으로 봅니까?”

“꿈꿀 때 움직이는 유일한 기관이 눈이네. 꿈속에서는 눈을 감고도 내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어.”

마법사는 소년 이안에게 눈을 떠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첫 번째 훈련은 물속에서 눈을 뜨는 것이라고. 두 사람은 바다 위에 서 있다. 소년은 물속에서 눈을 뜨지 못한다. 마법사는 눈을 뜨라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눈을 뜨라니까!”

“어떻게 뜹니까? 눈에 물이 들어가 버릴 것 같단 말이에요.”

“어허 참, 그냥 떠. 눈에 물 안 들어가니까 그냥 뜨라고.”

“아하 그것참. 못하겠는데요..”

“아니 잠수는 하면서 눈은 왜 못 뜬다는 거지? 잠수를 해도 코로 물이 들어오지 않잖아?”

“그거야 숨을 참으니까, 코로 물이 들어오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눈을 떠도 눈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는 거야. 꿈을 꿔도 죽지 않는 것처럼”

꿈을 꿔도 죽지 않는다. 신체기능은 죽은 것이나 잠든 것이나 심장이 뛴다는 것만 빼고는 같은 것이다. 잠든 상태거나 죽은 상태거나. 그러나 숨을 참아도 코로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깨어 있으면 숨을 쉬지 않아도 물속에서 살 수 있다. 짧지만. 꿈처럼 한순간이어도.

“그래서 네 꿈이 뭐냐고?”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죽을까 봐 그러는 게지. 숨을 참으면 코로 물이 들어오지 않지만, 눈을 뜨면 죽을까 봐 그러는 게야. 눈을 뜨면 물이 쏟아져 들어와 익사할까 봐 그러는 거라고. 죽음이 두렵나? 꿈꾸는 게 두렵나?”

“둘 다 두렵지는 않은데 솔직히 눈에 물이 들어올까 두렵습니다.”

“꿈꾸는 게 두려운 거야. 눈에 물이 들어올까 두려워 눈을 못 뜨는데 꿈은 어떻게 꾸겠어. 그건 내 것으로 가져올 수가 없는 거지. 그래서 타인의 꿈을 좇는 거야. 내 꿈이 아닌 우리의 꿈. 누군가와 같은 꿈을 꿔본 적이 있나?“

”함께 꾸는 꿈요? 그런 게 가능한가요?”

”그래 맞아 그런 건 없어. 혹 정말 같은 꿈을 꾸었더라도 그들이 하나의 꿈에서 만났을 리가 없잖은가? 내 꿈 꾸라고 약속은 하지만 꿈속에 내가 나온 게 아니잖아. 환영일 뿐이지. 그러니까 우리의 꿈 따위는 없는 거네.”

“너의 꿈과 나의 꿈만 있는 거군요.”

“저 별은 나의 별이고 이 별은 너의 별인 것처럼.”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함께 꿈을 꿀 수 있죠?”

“너의 꿈도 꾸고 나의 꿈도 꾸고. 너의 꿈도 이루고 나의 꿈도 이루면 돼지. 우리의 꿈이 아니라.“

어리석은 이들이 ‘우리의 꿈’을 꾼다. 그리고 자청하여 희생을 한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의 꿈을 꾸지 않는다. 자신의 꿈을 꿀뿐.

“희생이 억울해진다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우리의 꿈이라고 혼자 생각한 그것을 위해 애를 쓰다, 혼자 걷고 있다는 걸 확인한 뒤에 배신감이 밀려들지. 그런데 중요한 건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는 거야. 그리고 그 ‘우리들’은 이렇게 말하지. ‘너가 그 일을 좋아하는 줄 알았어’, ‘너가 그 일을 하고 싶어하는 줄 알았어.’ ”

“제가 자주 듣던 말이네요. 슬프게도..”

“뭐가 슬픈가? 누구도 강요한 적이 없는데. 그대가 눈을 뜨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사람들은 성공과 성취를 두려워하거든.”

“원하는 게 아니구요?”

“원하고 원망하지. 왜 그런 노래가 있지 않은가?”

흘러가는 꿈 어디쯤엔가
아파했던 난 널 만났고
서로의 꿈에 기대어 있던
나약한 우리들
또 이렇게 그 자리

어디로 가야 할까
알 수 없는 건 그대론데
난 무얼 찾기에
오늘도 널 부를까
이런 날 아는지

마법사는 파도의 리듬을 따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밤하늘의 별들이 모두 달 주위로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별들이 모여들 때마다 달은 보름달처럼 환하게 빛나다가 별들이 흩어지면 다시 푸르게 붉어지며 블루문이 되기를 반복했다.

“그게 사람의 마음이지. 원하고 원망하고, 파괴하기 위해 창조하고, 미워하기 위해 사랑하고, 헤어지기 위해 만나고. 눈을 하나만 뜬 이들이 반복하는 삶이지.”

“두 눈을 뜬 이들은 어떻게 하는데요?”

“창조하기 위해 파괴를 감수하지. 사랑하기 위해 미움을 받아들이고, 만나기 위해 헤어짐을 무릅쓰지. 꿈을 이루기 위해 좌절을 통과하는 거야. 그러니까”

“눈을 뜨기 위해 익사의 두려움을 무릅쓰라는 말이군요.”

소년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대로 바닷 물속으로 풍덩 온몸을 담갔다. 머리끝까지. 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 번쩍하고 물속에서 두 눈을 부릅떴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어때? 이제 보이는가? 그대의 꿈이? 우리의 꿈도, 타인의 꿈도 아닌 그대의 꿈 말일세. 이제 원망하는 일은 없을 거야. 너의 꿈이니. 더 이상 희생도 없을 거야. 나의 꿈이니까. 그리고 남는 것은 감사와 도움뿐이지. 그대가 무언가를 간절히 열망하면 온 우주가 그것을 도울 테니. 사람의 사명은 꿈꾸는 것이지 돕는 것이 아니라네. 그건 교만이고 두려움이지.“

소년 이안은 마법사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두 눈을 똑똑히 뜬 채 자신의 꿈을 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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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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