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검사 時歷檢査] Dec 22. 2024 l M.멀린

 

(1)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온통 연예인만 보이니 걱정도 연예인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걱정하는 경우는 없으니. 그래서 자꾸 봐야 하는데. 널 말이다. 안 보이니 연예인 걱정, 정치인 걱정을 하게 되는 거다. 네 걱정 말고.

(2) 아이유가 탄핵 집회에 참석한 국민들에게 한턱쐈다가 CIA에 고발당하는 참사를 맞고 있다. 추운 날 언 몸 녹이고 배고프지 말라고 빵과 국밥, 핫팩을 쐈단다. 미사일도 아니고. 국민 가수 아이유니 국민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잘한 일이다. 그리고 고발 한 이들은, 왜일까? 우윳빛깔 아이유가 한턱쐈다가 파랗게 빨갛게 물들었다.

(3) 또 다른 국민가수 임영웅은 탄핵 시국에 반려견 생일 축하 사진을 올렸다가 “이 시국에!”라는 DM에 “뭐요? 내가 정치인이요.” 했다가 뭇매를 맞았단다. DM이라는데. DM은 사적 대화 아닌가? 공개는 왜 했을까? 심지어 조작이라는 말도 있던데. 소속사와 당사자는 묵묵부답이란다. 그런데 아이유 측은 당황했는지 갑자기 모기에 물리면 붉어지고 심하게 부풀어 오르며 물집이 잡히는 지병이 있다고 언론플레이를 시작했다. 나 물지 말란 말인가? 한여름에 모기 기사라니.

(4) 암튼 한국에서 연예인 하기 졸라 힘들다. 응원한다고 고발하질 않나. 응원하지 않는다고 갠톡을 까버리지 않나. 이게 다 누구 때문인가? 연예인 걱정하는 너와 나 때문 아닌가? 관심 없으면 누가 뭐랄까? 관심 먹고 사는 연예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면 이 나라, 이 시국은 無관심의 대가인가? 高관심의 대가인가?

(5) 걱정할 일을 걱정해야 한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걱정하다 정작 걱정할 일에는 무관심했던 게 이 불행을 만들지 않았나. 한쪽은 부정선거 때문에 민주주의 무너진다 걱정하고, 또 한쪽은 부정부패 때문에 나라 망가진다 걱정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서 힘겨루기를 하는데. 뭣이 중헌가? 뭣을 걱정해야 할까?

(6)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창으로 서로의 빈 곳만 노리면 모두 헛손질이다. “부정선거가 말이 되냐?”라고 귀를 틀어막지 말고, 그들이 뭣을 걱정하는지 귀를 열어야 한다. 그들이 걱정하는 건 정작 부정선거가 아니라 자꾸 줄어드는 쪽수로는 어찌해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그들도 안다. 틀딱거리며 귀를 막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걸. 노약자석에 몰아넣고 상종도 하지 않으려는 젊은것들이 자신들을 북쪽 나라들에 ‘고려장’ 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제사는커녕 명절에도 오지 않는 젊은것들이 나라를 팔아먹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광화문 집회 현장의 스피커 소음을 따라 증폭되는 공포는 몰아넣으면 넣을수록 격렬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그들은 광화문에서 공성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빨갱이 때려잡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자신들을 구원해 줄 상륙작전의 영웅이 나타나길 기대하며.

(7) 탄핵 광장에 나선 젊은것들의 걱정이야 말해 뭐할까. 법도 규칙도 모두 깔아뭉개고 지멋대로 떠들어대는 불통과 폭압적 통치에 질려버린 건 이미 학교 때부터 아니었던가. 그 트라우마는 눈을 가리고 귀를 가리워, 뭔 소리를 해도 욕설로 들리고,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어도 칼을 숨긴 게 아닌가 의심하게 만들었다. 누가 그랬나? 먼저 잘 살고 보자고 구라를 쳐대던 놈들이 그랬지. 놈들이 계엄이라 쓰고 경고였다 말하는 게 곧이곧대로 들릴 리가.

(8) 그러나 이래서는 되는 일이 없는 줄 너도 알고 나도 안다. 그러나 중간 어디에서도 만날 기약이 없으니. 결국 벼랑 끝 대치를 하다가 하다가 누구 한쪽이 죽어 나가야 하지 않겠나. 그것도 해법이라고 말하기엔 세상일이 너무 복잡하다. 미국, 일본도, 중국도, 러시아도, 심지어 북한도 이 나라의 집안싸움에 심기불편이다. 지들 싸우기도 바쁜데.

(9) 요약하자면 ‘위선’과 ‘불통’이다. 한쪽은 ‘내로남불의 위선’에 질려버렸고 다른 한쪽은 ‘폭압적 불통’에 화가 나버렸다. 그러니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선전선동’ 아니면 ‘막무가내’니. 그냥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타나 모두 데리고 사라졌으면 싶은 거다. 누가 누구를?

(10) 마법적 해답을 내놓고 싶지만, 이건 답이 없는 거다. 왜냐고? 이미 벌여 놓 역사의 대가니까. ‘나만 아니면 돼!’가 만들어 온 거대한 철옹성이니, 이제 ‘너 때문에!’를 외치며 죽어가는 일만 남은 거지. 결국 나만 아니면 되는 게 아니었다. 나만 아니면 된다고 무관심했던 모든 일이 모두 화가 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누가 ‘나 때문에’를 말하고 ‘너도 아니면 안돼’를 말할까? 오징어 게임의 승자는 하나뿐이듯 이 난리의 승자도 하나뿐일 것이다.

(11) 연예인과 정치인 말이다. 그래서 그들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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