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행전 제6서] 가보지 않은 미래
2022년 10월 28일, 플랑드르 전투에서 만신창이가 된 마법사는 로마의 한 광장에서 붉은 천사에게 ‘은퇴 준비 명령’과 함께 정체 모를 태블릿을 전달받는다. 한국으로 돌아온 마법사는 마법사 전용 은퇴 요양병원을 방문했다가 자신이 받은 명령은 ‘은퇴 명령’이 아니라 ‘은퇴 준비 명령’이란 사실을 간호사로부터 전달받고는 어떻게 은퇴를 준비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한편, 마법사는 요양병원에서 한때 자신과 선한 싸움을 함께 하던 마법사의 아들과 오랜만에 조우하고, 그는 마법사에게 꼭 보험을 들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때 휴대폰이 울리고 마법사는 후배 연금술사를 통해 아예 ‘보험설계사’가 되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보험설계사가 무슨 소리냐며 후배 연금술사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던 마법사는, 요양병원에서 만난 옛 동료를 통해 자신이 올해 ‘희년(Jubilee, 禧年)’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 희년의 정신을 보험설계사가 되어 수행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업의 이름을 ‘종신 또는 종료’라 짓는다.
한편, 마법사는 첫 출근을 하기 위해 찾은 본사 건물이, 마법사가 10년 전 혈투를 벌이던 바로 그 ‘헬로 타워’임을 발견하고는, 쏟아지는 비난과 불신의 화살을 맞고 떨어져 내리던 그때를 회상한다. 그리고 이제 중단된 지점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음을 확인하고, 중단된 모든 관계들에게 보험설계사로서 찾아가야 하는 일이 자신의 새로운 과업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마법사에게 선배 부지점장은 앞으로 수많은 거절을 당할 텐데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객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당부한다. 그때 로마에서 천사가 전해준 태블릿이 저절로 켜지며 단절되어 있던 이들의 연락처들이 하나하나 화면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마법사는 광야와 같은 인연들을 통해 세 가지 소원과 세 가지 시험을 받게 되고, 봄의 여신에게서 마지막 테스트를 받게 된다. 모든 테스트를 통과한 마법사에게 봄의 여신은 합격증과 함께 새로운 미션이 적힌 봉투를 건네는데. 봉투 속 지령문에는 ‘글쓰기 유랑단 언리미티드’라고 적혀 있었다.
언리미티드 유랑을 시작한 마법사에게는 동행하는 소년이 있었는데, 소년의 이름은 ‘이안(二眼)’이다. 두 개의 세계를 보는 눈을 가진 소년. 마법사는 모든 생에서 그를 만날 때마다 그를 ‘이안’이라고 불렀다. 그는 여러 이름을 가졌지만, 아직 한 번도 ‘이안’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넨 이 대화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이 제안은 처음이 아니네.”
“처음이 아니라구요? 언제 또 제게 제안을 하셨었나요?”
“아니. 자네가 제안을 했지. 나에게. 이번 생에 자네를 만나면 꼭 여정을 떠나자는 제안을 해달라고 말이야.”
“제가요? 제가 그랬다구요?”
“그래. 자네가 지난 생에 말이야. 내게 그랬어. 이 여정을 꼭 제안해달라고 말이야.”
“아.. 그래요? 그런 게 마법인가요?”
“아니지. 그건 약속이지.”_ [소년 이안] 소년의 제안 中
소년은 마법사와의 약속,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두 개의 세계를 보는 그의 눈은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고 분리된 두 개의 세계를 통합할 수 있을까? 하지만 소년의 여정은 안타깝게도 햄버거 때문에 로마에서 중단되고 마법사는 홀로 이단적 순례를 이어가게 된다.
이단적 순례 중 마법사는 권세와 능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몰이해 속에서 흠이 없는 용기와 순전한 직관으로 자신의 신분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던 예언자로서의 ‘Futurist’의 시대가 종료되고, ‘사도 마법사’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직관한다.
‘사도 마법사’의 시대를 준비하며 마법사 멀린은 고대문명의 사원에서 시작해, 칭찬받고 책망받던 일곱 교회의 흔적이 남아 있는 튀르키예의 소아시아 성지를 순례한다. 그러다 꿈꾸지 못하는 저주에 걸린 고양이들에게 안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고양이들에게 체포되어, 이스탄불 고양청 출입국사무소에서 심문을 받게 된다.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최종 변론을 하던 마법사는 사막 신전의 레드홀 앞에 우뚝 선 암사자의 얼굴을 한 사막 여신께 청했던 기도를 다시 올린다. 그러자 사막 여신의 사자 군단이 한 손에는 보응의 창과 한 손에는 카르마의 저울을 들고 심문장을 급습하고는, 그동안 유보되었던 고양이들의 카르마를 정산하는 대청산의 파티틀 벌인다.
심문장의 고양이들은 사자 군단의 급습에 혼비백산,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을 쳐보지만, 사막 여신의 사자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고양이들을 남김없이 색출해 내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미 계량된 저울값에 따라 보응하기 시작한다. 대청산의 대상에는 예외가 없어서 마법사에게도 사자들이 달려들었는데, 그때 하늘에서 거대한 두루미가 나타나 마법사를 훌쩍 태우고는 일시귀국 명령이 떨어졌다며 비명이 난무하는 이스탄불 공항 상공을 날아오른다. 두루미는 이스탄불 상공을 빠져나가며 마법사에게 기뻐하라며 집이 기다리고 있다고, 정산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준다.
그러나 두루미의 보은을 실행해야 할 소년들이 운명을 거부하고 모두 다른 우주로 흩어지는 바람에 마법사의 보상은 계속 지체되고 있는 가운데, 7년 만의 마스터 회의를 통해 태양의 시대가 개막하고 만다. 모든 것을 낱낱이 비추는 태양의 시대가 개막되었음을 대 마스터 空海가 선포하자, 거대한 지진이 요동치며 마법사를 가두고 있던 얼음덩이들이 떨어져 나가고 녹아 내리는데,
“가득 찬 바다와 텅 빈 하늘에게 마법사들이 선포합니다. 오랜 세월 지속되었던 숲의 시대가 가고, 이제 태양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아울러 빙벽에 갇힌 채 한기와 싸운 모든 태양의 마법사들에게 자유를 선포합니다. 자, 이제 모두 날아오릅시다. 날아오르는 건 비행기만이 아닙니다.”
_ [(리부트) 태양의 시대] 태양의 시대 中
한편, 마법사는 마스터 회의 다음날, 교토의 새벽 사원에서 만난 한 여인을 통해 천년의 인연을 기억해 내게 되고, 바다의 교토(海の京都)에서 ‘죽음의 어머니 (Terra Mater)’에게 저주를 받아 땅에 떨어져 버린 용을 불타는 반지에서 뛰어내려 회생시킨다. 다시 날아오른 용은 마법사에게 보은하겠다며 두려움을 말해보라고 하는데, 마법사는 중단과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지쳤다며, 보상의 배제와 수고의 대가를 얻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을 가져가 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용은,
“지구는 둥그니까 이야기도 계속될 거야. 그러니까 중단은 없어. 멈춘 이야기도 지구가 회전하면 뒤집히고 다시 시작되지. 필요한 건 기다림 뿐이야. 그리고 보상은,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 있어. 계절이 돌아오는 것처럼. 기록되어 있으니까. 그러니 우리도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마법사들이 세상을 또 뒤집을 테니까. 저 불타는 반지가 그 언약의 증표야.”
_ [(리부트) 태양의 시대] 바다의 교토 中
라고 말하고는, 선물이라며 900년 동안 마법사의 심장에 박혀 있던 모반과 좌절의 검을 뽑아 주고는 불타는 반지 속으로 날아오른다. 마법사는 심장에서 검이 빠져나가자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진다. 한편, 쓰러진 마법사에게 불의 반지 본부에서 ‘은퇴준비취소 명령’과 함께 2022년 10월 22일로 이동하라는 지시서가 도착하는데,
과연 마법사는 가보지 않은 미래에서 앞으로, 어떤 숨겨진 인연들과 함께 기록된 역사를 현실로 가져오게 될 것인가. 추락하는 소년들은 어떤 뒤집힌 세계와 조우하여 자신의 사명을 깨닫고, 뒤집힌 세계와 그 뒤집힌 세계의 뒤집힌 세계를 통합하게 될 것인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마법행전의 가보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법행전
제1서 종신 또는 종료
제2서 소년 이안
제3서 이단적 순례기
제4서 두루미의 보은
제5서 (리부트) 태양의 시대
제6서 가보지 않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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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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