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의 열쇠

+ 다빈치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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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 : 인간의 본성은 양방향으로 뻗어 있어요. 내면으로 외면으로, 자신에게 타인에게, 수렴하고 발산하기의 균형을 끊임없이 조절하고 성장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나 5:5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죠. 한쪽으로 90이었다가 다른 한쪽으로 40이었다가, 마치 시소가 오르내리고 유리관 속 액체가 이쪽저쪽으로 흘러 다니듯, 편차와 움직임에 따라 동력이 생겨납니다. 낙차가 클수록 에너지도 증가하는 것이죠.

인생을 고해라고 하지만, 고해라는 것이 일방향이라면 그 축적된 에너지는 탈출구를 찾아 반대로 방향을 선회하기 마련입니다. 이를 역이용하면 우리는 공덕을 쌓음으로써 고통을 만회하고, 칭송과 추앙의 에너지를 겸손과 양보로 감할 수 있습니다. ‘견디고 망가지고’를 잘 활용하면 인생의 국면을 잘 전환시킬 수 있죠. 에너지의 낙차를 이용하여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말 그대로 인생역전입니다. 멀리 티벳 밀교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일상에서 이런 에너지를 잘 사용하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 중에도 지혜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이 에너지의 방향과 수준에 민감하다는 거예요.

세상의 이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류는 오랜 세월 개인이었고, 무리 지었으나 억압받지 않는 시간을 수십만년 살아왔어요. 문명사는 억압의 시간이고 서열의 시간이었지만, 밀집된 역량은 기술과 정신세계의 발달을 극대화했고, 중앙집중이 강화될수록 인류는 점점 신에 가까워졌죠. 바벨탑을 쌓은 거죠.

사회적 인간의 출현은 문명의 출현으로 인한 것입니다. 공동체란 문명의 소산인 것이죠. 그러나 문명의 극단에서 우리는 자본주의와 만나며 철저히 개인으로 분화되었어요. 생존으로부터 해방된 인간이 이제 정신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된 것이죠. 욕구의 수준이 올라간 것입니다. 그리고 ‘나’를 발견하게 된 거예요.

아이작 : 공동체는 파괴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럴수록 공동체에 대한 욕구는 더 강화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에너지가 분화될수록 결집하고자 하는 심리 역시 더 강화될테니까요. 말씀하신 대로면 인류는 개인화가 가속될수록 역방향으로 결집하려고 할 텐데, 그것은 어떤 모양일까요?

멀린 : 아이작 생각은 어떠세요?

멀린은 아이작과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여기는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입니다. 멀린은 몰타로 가는 항공편이 연착되어, 공항 로비의 카페에 앉아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반갑게 인사하는 소리가 나길래 뒤를 돌아보았더니, 멋들어지게 빼입은 검은색 슈트 차림의 서양 사내가 멀린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아, 그는 서편 마법사 아이작이었습니다.

 

다빈치 공항

 

아이작 : 아니 멀린! 여기서 뵙는군요.

멀린 : 어, 아이작 아니십니까? 어떻게 여기를..

아이작 : 그러게요. 이렇게 만나니 너무 반가운데요. 아, 출장 나왔다 돌아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멀린은 어떻게 로마에 계시는 거죠? 휴가 오셨어요?

멀린 : 그게.. 글쓰기 유랑단이라고, <위즈덤 레이스> 유럽투어를 마치고 이동하는 길입니다.

아이작 : 아~ 지난 통화 때 말씀하신 그 <위즈덤 레이스> 말이죠? 야~ 정말 시작되었군요. 저는 16세기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라, 그간 [스팀시티] 소식을 듣지 못해서 어떻게 되고 있나 궁금했습니다.

멀린 : 16세기요? 16세기에 출장을 다녀오셨다구요? 16세기에는 무슨 일로 다녀오셨습니까?

아이작 : 하하 멀린, 그건 말씀드릴 수 없다는 걸 잘 아시면서.

멀린 : 네?? 아~ 맞다! 요원이셨죠. 아이작이 ‘퀸스맨’이신 걸 잊고 있었습니다. 아, 영화는 저도 잘 봤습니다. 아이작의 일상이 그냥 눈에 그려지던데요. 자문을 하셨다면서요?

아이작 : <킹스맨> 말씀이시죠? 네. 뭐 간단하게.. 제작사에서 영화화하고 싶다고 하도 졸라서. 다행히 본부에서 허락을 해줘서 살짝 참여했죠. 뭐 영화는 영화입니다. 현실은 그것보다 더 드라마틱하지만요. 하하하

멀린 : 부럽습니다. 저도 마법사 말고, 요원하고 싶은 마음이 불뚝불뚝해지던데요. 그 슈트핏은 정말.. 그런데 영화에선 왜 차원 이동을 다루지 않죠? 요즘은 그게 대세인데. 요원 주요 업무도 그거잖아요?

아이작 : 글쎄요. 그것까지는 묻지 않던데요. 아직 모를 수도 있고.. 3편에서 다룰지는 모르겠습니다. 아, 2편에 멀린 등장하는 건 보셨어요?

멀린 : 아, 그 민머리 교관 말이죠? 아이작이 추천하신 건가요? 사실 2편은 좀 망작이라..

아이작 : 하하하 제가 추천했을 리가 있겠습니까? 저도 멀린이 나와서 깜놀하긴 했습니다. 뭐 영국 배경으론 흔한 설정이긴 합니다만.

멀린 : 그런데 16세기 다녀오셨다면서요? 여기 로마에도 포털이 있나요?

아이작 : 아, 모르셨군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죠. 여기 로마 포털이 유럽의 대표적인 허브 포털이에요. 대부분의 과거 세기로 차원 이동이 가능한 곳이죠. 로마 여행을 하셨으면 아마 가보셨을 텐데.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 천장의 돔, 쿠폴라가 그 포털이에요.

멀린 : 아, 거기! 저도 이번에 갔었는데, 거기가 포털이란 말이죠?

아이작 : 네 그렇습니다. 쿠폴라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면, 성 베드로 광장이 내려다 보이잖아요. 열쇠 모양으로 조성돼 있는 광장 말이에요. 그게 실은 차원 이동을 가능케 해주는 QR코드예요.

멀린 : 네?? 베드로 광장이 QR 코드라구요?

아이작 : 네. 열쇠 모양의 광장에 방문하려는 해당 연도의 열쇠를 맞추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해당 연도와 지정된 장소로 차원 이동을 하게 된답니다. 광장 밖의 건물들은 현재 세기를 나타내는 QR무늬이구요. 광장 내부의 빈 공간 크기에 맞게 제작된 열쇠에는 방문하려는 연도에 맞는 QR무늬가 그려져 있죠. 열쇠는 본부에서 내려오는 미션 지령 봉투에 함께 들어 있구요. 아, 요즘엔 보안메일로 오기도 하는데 캡처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페이지를 닫으면 펑~하고 사라지구요.

멀린 : 아.. 이건 신기한데요. 실은 저도 이번에 그 쿠폴라에서 광장에 열쇠를 맞추고 인증샷을 찍었거든요.

아이작 : 네?? 열쇠를 맞추고 사진을 찍으셨다구요? 아니, 그건 요원들만 아는 방법인데? 그 열쇠는 어디서 난 열쇠죠?

멀린 : 아.. 그게 독일의 힐데가르트 수도원에서 구한 건대 말이죠. 그게..

멀린은 글쓰기 유랑단에 합류하려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피터를 만나기 위해, 피터가 머물고 있던 독일 뤼데스 하임의 힐데가르트 수도원에 방문했습니다. 마침 그곳 서점에서 열쇠를 발견하고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구매해서, 라총수에게 하나를 주고 다른 하나는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도착해서는 베드로의 열쇠를 떠올리게 된 것입니다. 예수께서 제자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네게 주겠노라 했던 그 열쇠 말입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서 예수께서는 자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하셨다.

_ 신약성서 마태복음 16장 18절~20절

아이작 : 이건 무언가 표지인 것 같네요. 열쇠 모양을 보니 저희 요원들이 사용하는 QR무늬는 아닌데요. 저희는 흑백 이미지만 사용하거든요. 그런데 이 열쇠는 파란색이네요. 뭐라고 쓰여 있긴 한데. V..R..S..N..S..M..V, S..M..Q..L..I.. 이건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겠군요. 라틴어 같기는 한데. 그런데 지난번 통화에서 <위즈덤 레이스>의 미래를 점쳐 주신 분 세례명이 피터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멀린 : 네 맞아요. 피터, 한국식으로는 베드로. 이 열쇠도 피터를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수도원에서 찾은 것이구요.

(아이작) “아, 그런데 그 주역 궤를 해석해 주신 분 세례명이 피터라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초대 교황 피터?”

(멀린) “오~ 맞아요! 이건 상징인가요? 그러네요. 초대 교황 베드로로부터 총수의 미래가 점쳐지고 있었네요.”

_ [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66. 성배와 마법의 가마솥

아이작 : 이거 흥미롭군요. 베드로(피터)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수도원에서 포털을 여는 열쇠를 찾으신 거네요. 그리고 그 열쇠로 성 베드로 성당 쿠폴라의 포털에서 사진을 찍으신 거구요.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죠.

멀린 : 네, 다들 셀카를 찍고 있긴 했지만. 갑자기 그 열쇠가 생각나서.. 성 베드로 성당 천장에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열쇠를 건네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거든요. 그 그림을 보니 왠지 그 열쇠를 광장에 맞춰보고 싶어졌어요. 열쇠로 무언가를 여는 행위 같이 느껴졌거든요. 아 근데, 그게 포털이었다니.. 이거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아이작 : 제가 더 놀랍습니다. 그런데 이 열쇠는 저희 요원들이 사용하는 차원 이동을 위한 열쇠는 아닌 거 같은데, 어쨌든 피터로부터 열쇠를 받으신 셈이네요.

멀린 : 라총수가 받은 거겠죠. 제가 가지고 있는 건 보조키일까요? 주인이 따로 있는?

아이작 :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이 열쇠는 어떤 포털을 여는 열쇠일까요?

멀린 : 글쎄요? 지난 통화에서 아이작 말씀대로, 교황 피터로부터 부여된 어떤 권위이자 축복, 신탁 같은 것이 아닐까요?

(아이작) “네 맞아요. 8세기의 세계 질서도 지금과 비슷했어요. 오랜 동로마 제국의 패권과 이에 맞서는 새로운 분권화의 질서가 등장하는 시대 변혁기에 직면해 있는 거죠. 그걸 [스팀시티]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멀린) “하하하 저도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그러자면 말씀하신 대로 먼저 총수의 능력과 자질이 검증되어야겠네요. 분권과 분산화의 철학을 수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 아니 그보다 먼저 새로운 질서의 흐름 속에서 그것을 끌어당길만한 실질적인 힘과 매력을 소유하고 있는지, 먼저 증명해야겠지요. 로마 교황청에게 매력적이었던 샤를마뉴처럼 말이죠.”

_ [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66. 성배와 마법의 가마솥

아이작 : 어쩌면 이 열쇠는 요원들이 사용하는 차원 이동을 위한 열쇠가 아니라, 현 세기에 다른 차원을 끌어오는 열쇠일지도 모르겠네요.

멀린 : 다른 차원을 끌어오는 열쇠라구요? 외계인이라도 불러오는 열쇠라는 말씀인가요?

힐데가르트 수녀의 3부작 중 <쉬비아스Scivias>에 제시된 여섯 가지 비전을 현대 작가가 재해석한 조형물을 둘러보았다. 영성과 조화를 이룬 멋진 예술이다. 흐린 날씨에 신령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외계인과 교신하는 채널 같기도 하다. 실제로 그녀의 영성 3부작은 채널링에 의해서 쓰였다. 하느님이 보여준 환시를 그림과 함께 객관적인 시각으로 서술하는 형식인데 그 서술에는 그녀의 생각이 들어가 있지 않다. 3부작의 그림 중 몇몇은 밀교 계열의 만다라와도 유사하다

_ 피터 <배낭영성>

아이작 : 외계인이요? 다른 차원의 존재이겠죠. 하긴,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네요. 요원들도 다른 세기로 차원 이동을 하면 외계인과 다를 바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 푸른색의 열쇠가 범상치 않긴 하네요. 음.. 이 푸른색이 인디고 아이들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요?

멀린 : 네? 인디고 아이들이요? 아.. 그건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인디고 아이들. 아이작이 인디고 아이들을 언급하자 멀린의 눈에 푸른빛이 스치며 표정이 날카로워졌습니다. 멀린은 지난 10여 년간 인디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反 ADHD 캠페인>의 최전선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푸른빛의 인디고 아이들

 

멀린 : 그러고 보니 힐데가르트 수녀가 말한 푸른빛에 대해서 피터가 설명해준 적이 있었던 것 같네요. 푸른빛은 물질화된 영혼, 빛으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인간을 상징하는 거라고. 그렇다면 인디고 아이들일 수도 있겠군요.

그림집 <쉬비아스>는 힐데가르트 수녀가 43세부터 10년에 걸쳐 경험한 영적 환시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책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푸른빛의 사파이어색을 신성한 사랑이라 부르는 자비의 색깔로 설명한다. 노란색으로 퍼져 나가는 굴곡진 파장의 둥근 띠 속에 푸른빛의 사람이 양손을 펴고 서 있다. 둥근 띠 주위는 은은하게 변하여 빛나는 은색 파장으로 겹겹이 퍼져 나간다. 그 빛의 덩어리는 푸른 사람의 정수리 중앙으로 다시 모여 스며 들어간다. 사파이어색 사람은 물질화된 영혼, 즉 육화肉化된 빛의 정수이다. 그는 빛으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하나이다. 인간을 둘러싼 둥근 띠는 꼬인 매듭과도 유사하다.

얽히고설킨 물질과 정신의 매듭이 인간의 육신에서 일곱 가지 차크라로 분화되어 나타난다는 요가 해석의 틀에서 이 이미지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노란색 둥근 띠를 둘러싼 바깥의 원은 빛으로 변화된 거친 물질보다 미세해진 파장의 형태이다. 푸른빛의 사람으로 인해 매듭이 풀려 나가는 과정과 같다. 차크라 수행의 목적은 신체의 일곱 가지 매듭을 풀어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것이다. 푸른빛의 사람이 방출하는 자비심은 천국을 이루는 조건이고 금색으로 변화하는 원형의 빛은 천국으로 잘 향해가고 있다는 약속의 징표가 아닐까?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의 모습을 표현한 황금빛 불상처럼 말이다. 이 중앙의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데 신학적으로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를 의미한다. 성부는 금색의 동심원, 성자는 푸른빛의 사람, 성령은 은색의 동심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세 종류의 빛은 무한한 잠재력을 포괄한 하나의 빛으로 바탕의 색깔은 원래부터 푸른색이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빛으로부터 육화 된 그리스도를 이상적 인간으로 묘사한다.

티베트 밀교 수행자들이 궁극에 무지개 몸을 얻어 허공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표현한 그림의 바탕도 푸른색이다. 무지개 몸은 푸른색에서 출발하여 푸른색으로 되돌아가는 빛이 가진 일곱 가지 개성을 잠시 보여주는 것이리라. 육신의 인간에 맺혀진 일곱 가지 매듭의 통로도 이러한 뜻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힐데가르트 수도원 성당의 지붕도 푸른빛이고 포도의 색깔도 푸르다.

_ 피터 <배낭영성>

아이작 : 인디고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현 세기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일부는 포털을 통해서 들어오지만, 많은 이들이 성육신한 예수처럼 모태를 선택해서 발현하지요. 저희 요원들의 주요한 임무 중에 인디고 아이들의 동향을 살피는 일도 있는데, 요즘은 주로 동편에서 발현하고 있어서 우선순위에서는 좀 밀려나 있기는 합니다만.. 그런데 동편 인디고 전선에 대해서는 멀린이 더 잘 알고 계시지 않나요? 큰 성과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멀린 : ADHD 캠페인 말씀이시죠. 네. 매우 혹독한 과정이 있긴 했지만 성과가 있었죠. 통상 미국의 대상자 중 55%가 약물 또는 임상 치료를 받는데, 한국은 대상자의 6.5%만 치료를 받는다고, 치료율이 아주 저조하다며 치료율을 높여야 한다고 관련 의학회에서 발표를 했더군요. 치료가 아니라 약물처방을 늘려야 한다는 말이겠지만..

아이작 : 대상자의 6.5%요? 대상자가 얼마나 되죠?

멀린 : 6.5%가 5만여명이라고 하니, 뭐 대상자를 한 100만명 이상 잡고 있는 셈이네요.

아이작 : 100만명이요? 어마어마하군요. 그 많은 아이들에게 마약을 먹이겠다는 말이잖아요.

멀린 : 마약. 네.. 마약이나 다름없죠. 신체의 기능을 떨어뜨려서 활동성을 제약하니까요. 실제로 ADHD 치료제는 마약류로 분류되어 있어요. 당국의 마약류 관리대상에 포함되어 있죠. 그런데 뭐 중독성이 없어서 괜찮다나 뭐라나. 암튼, 제가 수행했던 미션이 치료 거부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받기도 했죠. 저한테는 영광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아이작 : 큰 일을 하셨네요. ADHD 증상이 인디고 아이들에게서만 발현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중에 섞여 있을 그 아이들의 천재성을 보호하신 거잖아요.

멀린 : 그랬다면 다행입니다. 저도 그랬길 바래요. 인디고 아이들, 특히 2000년대에 발현하기 시작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새로운 천년의 세기가 시작되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힐데가르트는 천년 전의 인물인데. 이미 천년 전부터 예언되어 있었던 일이었나 보네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중첩된 현재이겠지만.

아이작 :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 푸른색의 열쇠가 심상치가 않네요. 이 열쇠가 인디고 아이들의 발현과 연관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다른 차원을 현 세기에 끌어오는 매우 중요한 키가 아니겠어요?

멀린은 잠시 말을 잃고 침묵에 빠졌습니다. 지난 시간 고단하고 참혹했던 <反 ADHD 캠페인>의 전선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는가 봅니다. 성과는 의외의 곳에서 들려왔지만, 그것으로 충분한지, 인디고 아이들의 발현에 도움이 됐는지, 멀린은 확신이 서질 않는 것입니다.

푸른빛은 봄의 색이기도 합니다. 새로 피어나는 새싹의 색이며, 가지를 뚫고 자신을 틔워내는 잎의 색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것은 봄의 아이들 ‘春子’의 색이기도 한 것입니다. 2000년대에 발현한 이 인디고 아이들은, 이제 유년기를 지나 청춘靑春의 봄날로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봄날의 장을 준비하는 것이 [스팀시티]로부터 부여된 멀린의 다음 임무일 것입니다.

피터로부터 전달된 베드로의 천국의 열쇠는 라총수의 손에 쥐어졌습니다. 이 푸른색 열쇠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로마의 다빈치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멀린과 서편 마법사 아이작은 피터의 열쇠에 관한 새로운 알레고리를 열심히 추측해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열쇠에 담긴 비밀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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