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로 했으니까
[시력검사 時歷檢査] Apr 16. 2022 l M.멀린
8년 사이에 많은 운명이 바뀌었다. 주범으로 지목된 누군가는 죗값을 치르고 나왔고 덕분에 그 자리를 꿰찬 누군가와 그가 지명한 다른 누군가는 바톤을 터치하는 중이다. 누가 그날의 일로 수혜를 입고 누가 피해를 입었는지. 누가 억울하고 누가 기회를 얻었는지. 누구도 그것의 진상을 밝히지 못했고 원통함을 풀어주지 못했으니 물리법칙에 의해 그것의 응보는 아직 미정이다. 누가 그것을 받을까.
질량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당장은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섭취한 칼로리가 어디로 가지 않는 것처럼 해소되지 않는 것들은 응어리를 만들고 단단해져 암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이것, 이것에 관한 기억과 감정은 모두 묻어두고 꺼내 들고 있지 않지만, 이 나라, 이 땅, 이 사람들의 무의식에 그대로 남아있고 점점 불어날 것이다.
그것이 언젠가 필반을 시작할 때 우리는 누구도 그것이 그것으로부터 기인했는지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상은 일어날 테고 우리는 이유도 모르고 왜 이런 일이.. 하고는 그냥 감당해야겠지.
사회는 인간이 아니니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만들어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역사의 흐름은 그저 자기의 길을 갈 뿐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제 대가를 치를 일만 남았다고 이미 그러고 있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만인지. 그 일을 해결하겠다며 그 자리를 꿰찬 누군가는 어떻게 그 일을 해결하지 못했는지, 해결하지 않았는지. 피가 자꾸 뿌려지는 역사에 주인공으로 응보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겠는가. 하질 말든가.
고스란히 남은 그것을 기억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필반이 일어날 때 그것은 이것으로부터 기인했구나 깨달을 수 있다면 최소한 억울하지는 않겠지. 그리고 받아내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같은 위험에 노출되는 이들은 스스로 무장을 해가는 것이다. 그 반격에는 누구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구나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방치했으니.
무섭지 않은가? 두렵지 않은가?
이제 그들은 어느 날 불현듯 나타나
동전을 던지라고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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