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10. 2025 l M.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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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알파가 보름달에 늑대로 각성하면 다시는 사람으로 못 돌아올 확률이 높대. 평생 말이야. 다른 늑대 인간들한테 쫓기기까지 한대. 카프리는 이 알파 일을 혼자 감당하려고 하지 말래. 내 힘은 내 무리한테서 나온다고. 근데 사실 네가 내 무리야. 내가 각성해서 다시… 알지? 못 돌아오면 나 찾으러 와줄래?”

“너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니야.”

웬즈데이, 레드문이 떠오르던 밤 이니드는 알파가 되었어.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할 별종의 극단을 선택했지. 너를 살리기 위해.

방학이 끝난 새로운 학기에 너희 둘은 몸을 바꿔 살기도 했어. 타인으로 살아보니 어떠니? 몸에 구속된다는 것은 정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거야? 하지만 너는 이미 재능을 과도하게 소모해서 검은 눈물을 흘리게 되었잖아. 어머니 모티시아의 말대로면 미.쳐.가.는.거.지.

웬즈데이, 그건 너의 태생이므로 막을 것이 없을 거야. 엄마는 비둘기니까 너를 살리고 싶겠지만, 검은 눈물을 쏟아내더라도 감추어진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은 게 바로 너 아니겠어. 까마귀 종족의 숙명. 그 세계에서 총천연색 드레싱을 하고 K-pop에 맞춰 아이돌 댄스를 하는 건 너의 취향이 아니지만 말이야. 어색하더라.

하지만 웬즈데이, 세상은 반쪽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야.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다양한 별종이 공존하는 것처럼, 내 마음의 반쪽도 별종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리고 그것은 네버모어 밖 별종들의 처지처럼 무의식에 쑤셔 박혔지. 그걸 드러내어 나의 온전한 전부로 통합해 내는 일은, 어머나! 두 번째 학기 만에 그걸 시도한 거니? 역시 웬즈데이, 대단해! 물론 사이코패스 INTJ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소화해 낸 이니드는 더더욱. 그리고 너희 둘은 서로를 살렸지.

목숨을 구했으니 은혜를 갚아야 할 것이 아니야. 웬즈데이는 무의식 속 이니드고, 이니드는 감추어진 웬즈데이지. 그러니 살려야 할 것은 별종으로서의 나야. 평범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지 말아야 할, 나 자신 말이야.

이번 학기는 너희 모두 엄마들과 상호작용 하느라 방학 같은 학기를 보내야 했어. 아직 미성년이라 그런 거라고 위로하고 싶지만, 네버모어 밖 세상은 여전히 엄마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어른들 투성이란다. 그래서 너의 결투 신청은 멋졌단다. 엄마의 유리 심장을 부숴버리진 못했지만 말이야. 그건 관록이라고 해두자. 너의 어머니 모티시아도 프럼프 할머니를 견뎌낸 베테랑이 아니더냐. 덕분에 너는 가업상속의 제안을 받지 않았겠어. 발칙한 도전을 크게 산, 마녀 같은 할머니로부터 말이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John Doe, 아이작이야. 하이드가 발병한 누나의 정체성을 삭제하려 들던 그의 치기 말이야. 자신도 별종이면서. 그게 뭐라고. 그건 치료도, 치유도 아니야. 게다가 다른 별종의 재능과 목숨을 빼앗아야 하는 그건. 아, 물론 하이드 각성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일은 불행한 일이야. 그러나 그게 별종의 증거인데 그걸 지운다고 평범이로 살 수 있을까? 운명이란 그런 거야. 네 말처럼 화약도, 페니실린도, 다 실수로 태어났지. 그걸 우리는 진화라고 부르고, 진화의 새로운 국면을 당대의 사람들은 Outcast, 별종이라 부르는 거야. 과거가 되어야만 인정받는 운명 말이야. 그 운명을 짊어지고 자신을 찾고 지켜가는 곳이 네버모어 아니겠어? 도트 교장처럼 너희들의 능력을 착취하려는 사이비 교주들이 탐내는 그것 말이야. 별종의 힘.1000113889.webp

1791년에 설립된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교훈은 “Unitas est invicta(연대는 불패)”라지. 그러니 우리 별종들은 이 아카데미에서 무엇을 연습하고 훈련해야겠니? 타인이 되어보기, 내 안의 타인을 찾아내고 받아들이기가 우리들의 교과목인 거야. 평범이들은 서로 다른 게 없어 하지 못하는 그것. 그렇다면 웬즈데이와 이니드의 이번 학기 평가는 ‘A+’

“내가 웬즈데이여서 좋았던 게 뭔지 알아?
겁이 없는 거.
엄마랑 있을 때만 빼고.
근데 이해는 돼.
두려울 수 있어.
엄마가 널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못할 것만 같지.
엄마조차 네 어두움을
감싸주기엔 벅찰 거라고,
결국 넌 기대에 못 미쳐
내쳐질까 봐 두렵지.
네 이모처럼.
뼛속 깊이 느껴져.
그래서 엄마를 밀어내잖아.
근데 생각보다
엄마한테 배울 게 많을 거야.”

“이니드여서 좋았던 건
네 숨겨진 힘이야.
알파가 되면
또 혼자일 거라 생각하지만
내가 그렇게 두지 않아.
쓸데없는 사람들한테까지
너무 애쓰려 하지 마.
네 친절함을 나약함으로
착각하잖아.
그렇지 않아.
그건 네 힘이야.
난 하루도 감당하기 힘들던걸.
널 얕잡아 본 거 후회해.”

다시 방학이야. 하지만 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알파가 된 이니드를 찾아 로드트립을 시작했지. 종족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면서 모든 거짓과 속임수를 캐낼 작정으로.

Bon Voyage!
우리는 또 만날 거야. 마법사도 끝나지 않는 魔法行傳 중이니까.100011389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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