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지옥은 니가 가자

 

 

 

 

 

지옥은 니가 가자. 사람들 지옥 속에 처넣어 고통스럽게 한 이가 지옥에 가야지, 고통 때문에 몸부림친 이들이 실수했다고 지옥 가면 되겠느냐. 기준을 정한 이가 가야하는 것이 지옥이다. 태어난 대로,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기준을 정하고 잘잘못을 가리는 이는 심판하는 자가 되었으니, 그로 인해 제한당하고 압제당하고 결박당하는 이들은 이미 살아서 지옥을 사는 것이 아니겠느냐. 고통은 충분히 당했으니 기준을 정해 고통을 준 이가 가야 할 곳이 지옥인 것이다.

대신 현실지옥은 내가 살아주마. 너가 정한 기준에 따라, 그 기준의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반쪽짜리 평화와 자유를 누리느니 경계를 마음껏 넘나들며 자유를 누리리라. 대신 너는 내게 지옥을 선사하겠지. 네 맘대로 재단하고, 판단하고, 정죄하고, 비난하여 나를 지옥 속에 처박아 버리겠지. 그러나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난의 소리들과 여기저기서 쑤시고 들어오는 손가락질 따위는 들려오는 족족 악을 질러 쫓아버리고, 쑤시고 들어오는 손가락은 모두 꺾어서 비틀어 놓을 테다. 그러면 너는 죄를 지었다며 처벌하고 가두겠지만, 비틀어버린 손가락과 악을 질러 묵살시킨 비난의 목소리는 나의 영광이요 면류관인 것이다.

이 생에서는 너가 이길 테다. 그래서 나는 지옥에 살겠지만 저 생에서 너는 지옥에 가자. 세상만사가 물극필반하고 음이 있으면 양이 있는 것이니, 어디 다음 생에 너 한 번 기준 없이 신나게 놀아봐라. 내가 사정없이 잣대를 들이대고 이리저리 몰아서, 너를 반드시 지옥의 감옥에 가둘 테니, 그때에는 어디, 너도 나처럼 자유를 누리며 지옥 생활을 누릴 수 있을지 두고나 보자.

사람들은 안다. 네가 펼친 지옥이 얼마나 유치찬란한지. 네가 정한 기준이란 것이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것을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러나 너는 힘을 가지고 있고 기준을 정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네가 그어 놓은 선을 밟지 않을 수 없으며, 네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걸 바란 것이 아니더냐. 없는 현상에다 기준을 세워 놓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에 신호등을 걸어 놓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러니 너는 내가 가는 길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다, 금을 그어놓고 기준을 선포하였으니, 이것이야말로 일방적이며, 이것이야말로 압제적이 아니냐. 그러면 너는 묻겠지. 어디 그럼 너도 먼저 금을 그어 보지 그랬냐구. 이런 바보야. 금 긋는 이가 금을 밟을 수 있겠는가? 스스로를 처벌할 수 없으니 금 긋는 이는 금을 밟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 여기저기 금을 그어놓고 정작 자신은 그 금들에 갇혀 옴짝 달싹 못하지 않는가 이 말이다. 그러니 갇힌 것은 너다. 그러나 그대신 너는 심판자의 권한을 얻었겠지. 어떤 금도 밟지 않는 덕에 너는 심판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잘났구나. 그래 심판 한 번 해보겠다고 이 끝도 없이 찬란한 세상에 한 걸음도 내디뎌 보지 못하고 금만 바라보고 있느냐. 누가 밟는지 누가 건너뛰는지 그것만 쳐다보다 인생 종 치겠느냔 말이다.

네 심판에 걸려 넘어진 자들의 원성이 들리지도 않는가? 그들은 저 생에서 모두 너의 지옥의 파수꾼이 되어 금과 금 사이에 포진하고 앉아 있을 테다. 한 번이라도 걸려라. 너는 그대로 지옥행이다.

억울한 자가 금을 그으라 하고 싶겠지만, 안다 내 손에도 금줄이 들려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조각조각 끊어놓은지 오래다. 나는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네가 그어놓은 금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사방팔방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달리고 밟아 댈 것이다. 그게 네 부아를 치밀어 오르게 하겠지만, 억울하면 날 잡아라 그리고 가둬라. 이미 갇힌 지옥 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냐.

그러니 사는 게 지옥이라면 즐길지 못할 것이 무엇이냐. 너는 그게 두려워 심판자의 자리에 앉아 엉덩이도 한 번 들썩이지 못하고 있지만, 저 생에서 경험해 보아라. 지옥 속에 갇힌다는 것이 어떤 것이지. 그러고 보니 저 생에서 경험한 너의 지옥은 지금의 나의 자유인 것이 아니냐. 그건 생각하면 억울하구나. 지옥이 자유라면 네게 자유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것은 복수도 처벌도 아니지 않은가? 에라 모르겠다. 그렇다면 저 생에서도 지옥은 내가 가겠다. 너는 하던 심판자 노릇이나 계속해라. 엉덩이에 욕창이 생기고 부릅뜨느라 눈에 핏발이 서도, 그게 네 적성에 맞는다면 너 하던 일이나 계속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나는 관대하다. 그리하여 너를 지옥에서 해방시켜 다음 생에도 심판자의 자리를 보장할 테니, 너는 열심히 금을 그어대라. 나 역시 아랑곳하지 않고 금 밟아 댈 테니, 마구 넘나들 테니.. 그러니 지옥은 내가 가자. 그리고 너는 금을 그어라. 그게 좋겠다. 그래 그렇다면 우리는 한 팀이다. 억압 없는 자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자유만 있다면 그 또한 자유가 아니리니, 너는 내게 억압을 선사하는 좋은 친구구나. 그러자. 자 그러자. 우리는 영원히 한 팀이 되어 지옥을 살자. 너는 하늘에서 심판을 하고 나는 땅에서 마구 금 밟아 댈 테니, 이것은 놀이요 축제며 일상이 아니더냐.

그러자 그러자. 우리 크게 놀아보자. 너는 새롭게 태어나는 땅마다 금 긋는 것을 잊지 말고, 나는 네가 어디에 금을 긋든 마구 달려가 너의 금을 밟아 주겠다. 그렇게 우리는 영원히 한 팀이 되어 신나게 놀아보자.

어허야 둥기둥기
지옥은 우리의 것이다.
그러니 지옥 갈까 두려워 말고
마음껏 생을 누려보자

어차피 지옥이 아니더냐.

 

 

FROM.

1884년 3월 5일
미시시피에서 스타벅스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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