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도 카라멜 프라푸치노를 마시는가?

 

 

 

 

 

바람이 거칠게 불었다. 스승은 아무 말도 없이 모래 언덕 너머로 사라지는 바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제자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스승에게 차마 말을 건넬 수가 없다. 십수 년간 스승과 함께 해왔지만 오늘 같은 스승의 눈빛은 본 적이 없다.

정적을 깬 것은 스승이었다. 스승은 제자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건넸다.

“외계인이 있다고 믿느냐?”

“네? 외계인이요?”

“그래, 외계인 말이다. 너는 외계인이 있다고 믿느냐?”

“아 네.. 음.. 저는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곧 만날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곧 만난다.. 어디서 만날 건데?”

“글쎄요. 외계인이 저를 찾아오겠지요. 저는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그들이 저를 찾아와야겠지요.”

“너는 왜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 그들은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데 말이다.”

“그것은.. 그러니까, 저는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그들은 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 테니.. 아니 그래야 저를 찾아올 수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너는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 그들은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 결국 네가 기다리는 존재는 너보다 뛰어난 존재이구나. 너는 그러니까, 외계인이란 너보다 월등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아.. 그것은 그러니까.. 그동안 영화나 소설이나, 인간의 상상 속 외계인이란, 늘 지구를 침공하거나 더 앞선 문명과 과학기술로 무장한, 그런 존재로 그려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반대로 생각해 보게나. 인류는 우주로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어느 별에서 선사시대의 유인원의 모습을 한 외계인을 만난다면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아, 그렇다면.. 음.. 저는 그냥 그들을 지켜볼 것 같습니다. 유인원이라면 말도 안 통할 텐데.. 좀 용기를 낸다면 대화나 생활을 같이 해볼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삶에 간섭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래, 우리보다 앞선 문명의 외계인들이라면 그들도 우리를 보고 마찬가지이겠지? 그렇지 않겠니?”

“네.. 말씀을 듣고 보니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네요. 하지만 자원 약탈이나, 아니면 SF 소설에 흔하게 등장하는, 자신의 별이 위기에 빠져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나선 외계인들이라면 인류에게 적대적이지 않을까요? 그런 목적으로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인들이라면..”

“그렇다면 이미 침공을 당했겠지. 아니 앞으로도 그런 목적으로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인들이 있다면, 어차피 우주공간을 거슬러 올만큼 앞선 존재들일 테니, 인류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겠지. 그러니 그런 질문은 어차피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죽거나 노예가 되거나 할 뿐이니 말이야.”

“음.. 그렇군요. 그렇다면 침공의 목적이 아닌 외계인들은 그들이 우리보다 앞선 문명의 존재일수록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겠네요. 하지만 그래도 뭔가 우리랑 대화를 하고 싶지는 않을까요? 저는 우리보다 미개한 외계인이라 할지라도 뭔가 소통을 하고 싶을 것 같은데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자네도 우리보다 미개한 외계인과 소통을 한다면서 휴대폰을 막 들이대거나 하지는 않지 않겠나? 게다가 복장이나 행색, 외모가 현저히 다르면 오히려 저들이 위협적으로 느낄 텐데..”

“아.. 그렇군요. 소통을 하려고 해도 가능한 그들에게 위협적이지 않은 태도나 행색, 가능하다면 그들과 같은 복장이나 모습을 하려고 할 것 같네요. 음.. 그렇다면 외계인은 어쩌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한다면 말이죠.”

“그럴지도 모르지. 적대적이거나 침공의 목적이 아니라면, 그들은 이미 지구에 와 있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우리 곁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누군가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자네는 왜 외계인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네?”

스승은 질문을 하고는 잠시 고개를 돌려 땅을 훑어보고 있었다. 모래 언덕에 이따금 박힌 작은 조약돌들은 스승의 눈빛과 어우러져 여러 개의 눈처럼 보였다. 제자는 스승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다. 대화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느냐는 스승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는 침공의 목적이 아니라면 외계인이 자신을 모습을 함부로 드러낼 리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스승은 다시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돌아와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제자는 긴장이 되었다. 스승의 의중을 파악하고 싶었지만 생각을 거듭할수록 난해해졌다. 모래 속에서 반짝이던 조약돌은 마치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다는 듯, 눈동자를 굴리는 것 같이 보였다.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했다.

“음.. 그러니까, 스승님 말씀은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저의 믿음의 이유를 물으시는 거죠?”

“무엇을 믿거나 믿지 않거나 하는 것은 모두 자네의 자유이지. 그리고 믿음에 반드시 이유가 필요한 것도 아닐 테고. 다만 왜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되었는가 궁금할 뿐이네.”

“글쎄요. 우주가 이렇게 넓은 데 우리와 같은 존재가 또 없으리란 법도 없고, 또 그동안 인류의 상상이 일관되게 외계인에 대해 그려 왔으니, 그것에는 어떤 무의식적 근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자네는 외계인을 만나 본 적이 있나?”

“아니, 스승님. 그렇다면 제가 봤다고 얘기를 하지 않았겠습니까? 본 적이 없으니 이런 말씀을 드리고 있는 거 아닙니까.”

“아니네. 자네는 외계인을 이미 보았네.”

“네? 외계인을 제가 봤다구요? 아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저는 태어나서 외계인은커녕 귀신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말일세. 귀신도 보지 못했는데 어찌 외계인을 보겠나. 그러나 자네가 그러한 생각과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보았기 때문일세.”

“무슨 말씀이신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보지 않을 것을 상상할 수가 없네. 개념 자체가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야. 새로운 상상이라고 하는 것들도 이전에 잠재된, 그러니까 이미 본 이미지들이 연동되어 일어나는 것이지. 그러니 인류는 보지 않은 것을 상상할 수 있는 게 아니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젠가 외계인을 보았네.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 드러나는 방식은 우리가 본 여러 이미지들 중 하나이겠지. 어떤 이들에게는 파충류로 보이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고깔머리를 한 괴생명체로 드러나기도 하지. 하지만 그 모든 것들 중 어떤 것들이 실제로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든 이미 인류의 잠재의식 속에 들어있던 이미지일 뿐이라네.”

“그러면 외계인은 존재가 아닙니까? 그냥 이미지입니까?”

“자네 눈에는 내가 뭘로 보이나?”

“예? 사람이시..잖아요..?”

“그것은 이미지인가? 실체인가?”

“그렇게 물으시면.. 제가 어찌 답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어떤 실체에 대해서도 그것의 존재 여부를 확답할 수가 없네. 시간은 흐르고 공간조차 멈추어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그러니 시공간의 흐름은 물같이, 바람같이, 그 존재를 붙들 수 없는 것이야. 물리적으로만 보더라도 어디 인간이 고정된 물체인가? 그것은 세포들의 집합이며, 미시단위로 파고 들어가면 엄청난 공간들의 연속이지. 그러니 인간은 이미지인가? 실체인가? 외계인의 존재도 마찬가지일세.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 역시 인류의 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새로운 무엇일 뿐이지. 그러니 우리는 이미 그들을 본 걸세.”

“그렇게 말씀하시면 세상 모든 게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의 의지는 다 무엇이며, 우리가 만지고 느끼는 감각은 다 무엇입니까? 스승님 같은 분들의 그런 말씀은, 무례하지만 때론 너무 실제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실제라.. 그렇다면 좀 더 실제적인 얘기를 해 보지. 자네는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서 믿는다고 했네. 그러면 외계인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생겨났나?”

“그건 책에서 읽고, 영화에서 보고, 사람들에게서 들으면서 생겨났겠지요.”

“그러면 갓난 아이, 아니 이제 말을 떼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외계인을 어떻게 설명할 텐가?”

“그건 뭐, 일단.. 음.. 어린아이들이라면.. 설명하기가 어렵겠네요. 동식물도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겠네요. 우주니, 외계니, 인류니, 생명체니 하는 개념들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설명이 불가능하겠네요.”

“그렇지. 결국 자네의 외계인에 대한 인식은, 이 인류문명이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로 습득되고 점층적으로 쌓아올려진 지식위에서 존재하는 걸세. 그러니 그 체계가 전혀 다르다면 아예 설명할 수 없는 개념이 될 수도 있지. 그러니 그것은 실존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야. 설사 정작 눈앞에 외계인이 떡하니 서 있다고 해도 개념이 없으면, 각자의 개념에 따라 신으로 인식할 수도 있고 아니면 괴물로 인식한 채 공격하거나 방어하려 들겠지. 그러니 우리는 이미 외계인을 만난 걸세. 그것은 개념 속에서 존재하는 거니까.”

“음.. 그러니까, 스승님 말씀대로면 개념이 만들어 낸 실존이라는 말씀이네요. 아니 그러니까 실존하는 무엇도, 개념에 따라 존재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외계인을 만났을 수도 있겠네요. 다만 개념이 아직 없거나, 그것을 외계인이라는 개념으로 인식하지 못해서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겠네요.”

“후후 그럴까?”

“네?”

스승은 제자의 답변에 알 수 없는 응수를 두었다. 그렇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답변이었다. 그러자 모래언덕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간간이 박힌 조약돌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약돌이 바람에 날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걸까? 그리고는 바람이 점점 거세지면서 모래언덕은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상징이 아니라 실제였다. 모래언덕은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정수리 부분부터 젖어들더니 또르르 땀방울 같은 물줄기들이 흐르고.. 심상치 않은 기운이 스승과 제자의 대화의 현장을 감싸고 있었다.

“인간은 왜 외계인을 상상하는 걸까? 그것도 존재의 방식이 적대적이어서 괴물이나 파충류의 모습을 하거나, 아니면 매우 우호적이어서 인류의 새로운 친구일 거라 이미지를 상상하고 있지. 그게 어떤 모습이든 분명한 것은 인류보다 우월한 존재일 거라는 상정이야. 인류보다 미개한 존재일 거라는 상상은 좀처럼 하지 않지. 그건 그냥 정복하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일까? 사실 현대 인류의 외계인에 대한 상상은 제국주의 시절, 신대륙을 발견한 인류의 그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아. 원주민들에게는 제국주의 정복자들이 외계인과 진배없었겠지. 그들은 상륙했고, 침탈했고, 학살했으며, 노예로 삼거나 멸종시켰지. 당시에는 외계인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으니, 인류가 인공위성을 쏘고 우주선을 만들며, 달과 별들을 탐사하게 되면서 가지게 된 외계인에 대한 개념은, 결국 인류 스스로가 거쳐온 역사로부터 비롯된 이미지일 뿐이야. 외계인, 아니 외계의 존재는 바람 같을 수도 있고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모래언덕 같을 수도 있어. 그것은 먼지 같은 입자 일 수도 있고, 물 분자 같이 다양하게 변형될 수도 있지. 물론 외계인이라고 부르려면 인류와 같은 의식을 가진 존재여야 할 거야. 그러나 그것도 인류가 상상해낼 수 있는 존재의 방식일 뿐이지. 그것조차 넘어서는, 개념조차 없어서 상상조차 불가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도 있는 거네. 자네가 좋아하는 실제로는 말이야. 그런데 말일세, 왜 외계인은 꼭 인류보다 월등한 존재여야 하는가?”

“스승님 말씀을 듣고 보니 외계인, 아니 외계의 존재란 우리의 상상과 이해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존재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그렇다면 이미 우리가 만났을 수도, 경험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류보다 월등한 존재로서의 외계인이라.. 그리고 인류보다 미개한 존재로서의 외계인.. 정말 그건 왜 별로 얘기되지 않는 걸까요?”

“위협적이지 않아서 일 수 있겠지. 일단 우리 인류도 아직 우주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없으니 우리보다 미개한 존재와 조우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미지의 존재가 위협적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문명화가 덜 된, 미개한 의식수준이지. 정체를 모르니, 일단 생존에 위협적이지 않은지를 따지는 것 말이야. 우등한 존재는 쉽게 겁을 먹거나 두려워하지 않지. 어쨌든 정체를 밝히면 되지 않겠는가 싶을 테니 말이야. 인류의 외계인에 대한 상상은 우월한 존재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야. 인류는 근본적으로 신적 존재를 갈망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를 상정하고 그 존재의 보호를 받고 싶어 하는 욕구 말이야. 지금의 외계인에 대한 상상은 그런 면도 존재하네. 종교가 쇠퇴하고 있는 이 시대에 미지의 초월적 존재를 상정하는 것은 신의 자리를 대체하려고 하는 무의식적 시도일 수 있어. 그런 것들이 무한한 우주와 이해할 수 없는 삶의 현상에서 어쨌든 의지할 만한 답이 되어주거든. 임시적이고 불확정적일지라도 말이야. 그래서 말이야. 인간보다 미개한 신이 있을 수 없으니 외계인은 인류보다 우월한 존재여야 하는 거야. 시공간을 광속으로 날아서 지구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과학기술이 발달한 존재로 그려지는 거지. 마치 하늘 위에서 재림하는 구세주처럼 말이야. 도리어 인류가 만일 가장 문명이 발달한 존재라면, 전 우주에서 말이야. 어쩌면 온 우주가 떨고 있지 않을까? 지구의 이 고등한 존재들이 자신의 별을 침탈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어쩌면 이미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써 자원 확보와 인류의 대체 보금자리로서, 우주를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인류가, 이거 나쁜 놈들이네요.”

“그게 뭐 꼭 나쁜 일일까? 생각해 보게. 결국 우주의 시작은 빅뱅, 거대한 파괴로부터 시작된 거야. 지금도 수없이 많은 별들이 폭발하고, 서로 부딪혀 붕괴하고 소멸되고 다시 태어나고 있지. 파괴는 생성의 시작이야. 우주의 근원을 우리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존재가 파괴되면서 확장하고 있는 것이지. 그것도 무한히 말이야.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이든 1,000억 년이든 무한한 우주의 시간으로 보자면, 지금은 우주 생성의 아주 초창기일지도 모르네. 아직 창조가 완성되지도 않았다는 말일세. 창세기의 기록대로라면 창조가 완성된 마지막 7일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지. 6일째에 인간이 창조되었으니, 지금은 천지창조의 6일과 7일 사이쯤이 아닐까? 모든 것이 완성되는 시점은 도대체 언제일까? 그것이 있기는 할까? 그리고 인류는 그 창조의 완성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우주 최초의 인류일지도 모르네. 좀처럼 지구와 같은 별이 발견되지 않는 걸로 봐서는, 지구는 이 우주의식의 창조 실험에 최초의 모델하우스 일지도 모른다는 말일세.”

“아.. 그런가요? 지구의 인류는 전 우주 최초의 인간인가요? 우주 최초의 의식적 존재..”

“그럴지도 모르지. 인류는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일지도 모르네. 에덴동산은 지구이고, 우리는 아담과 이브의 후손들로, 전 우주에 인류의 씨앗을 뿌리게 될 첫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말일세. 물론 우리는 우주의 어느 별에 우리와 같은 존재, 우리와 같이 발생하고 진화하여 인류와 같거나, 그보다 월등한 문명을 이룩한, 또 다른 인류로서의 외계인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고 있지. 그러나 과학이란 것이 검증되거나 입증되지 않은 것은 가설이라고 상정하는 학문이라면, 우리는 과학적으로 우주에 발견된 최초의 인류, 의식적 존재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사실인 거네. 그러므로 정말로 상상하던 그런 외계인을 만나기 전까지 인류는 우주를, 그러한 우주의 첫 인류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경험하고 대해야 하는 걸세.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처럼 타락하거나, 그들의 후손 가인처럼 시기하려고 정복하려 든다면 그것으로 저주를 자초하게 되는 거야. 그것이 인류의 상상이니까.”

바람은 더욱 거세어졌다. 어느새 하늘에는 석양이 드리우고 긴장하던 모래언덕은 땀을 흘리다 못해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조약돌들은 그 쏟아지는 눈물들 사이에서 자기의 자리를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고, 눈물 자국에 깊이 패인 모래언덕은 군데군데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평온하게 붉어지는 하늘과 달리, 대지를 덮고 있는 모래 언덕은 마치 오랜 세월 서러웠다는 듯 검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고, 바람은 그 눈물들을 모두 말려버리는 듯 세차게 모래언덕에 달려와 부딪혔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는 심상치 않은 주위의 흐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스승님 말씀을 듣고 보니, 오히려 지금의 인류는 매우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듯합니다. 저 수많은 별에 인류의 씨앗을 뿌린다.. 그것은 가능할까요? 얼마나 걸리는 일일까요?”

“인류가 불을 다룬지 얼마나 되었는가? 인류가 대륙의 대부분을 발견하고 개발하여 심지어 환경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는 데 얼마나 걸렸는가? 문명의 발전 속도는 기하급수적이네. 그렇다면 인류의 우주정복도 시간문제이지. 그러니 혹 외계인이 있다면 두려운 것은 그들이 아니겠나? 아직 인류보다 뛰어난 문명의 외계인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일단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우호적인 외계인이 있다 한들, 존재의 방식이 다르니 위협의 문제도 다를 수밖에 없겠지. 자.. 그것은 말 그대로 상상이네. 우리는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말일세. 존재하지 않는 외계인을 있다고 상정하는 것은 가설이니 그것은 연구와 탐사의 영역으로 두고, 현재까지 증명된, 밝혀진 조건에서만 생각해 보자는 말일세. 그러니까 우주에서 발견된 의식적 존재로서의 인류는 현재까지 지구인뿐이네. 그러니 무한한 우주의 시간으로 보자면 생성 초기에 불과한 지금의 지구별의 인류는, 우주 최초의 인류라고 보는 것이 더 과학적인 사실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외계인은 무엇인가? 과학은 이론적으로 타임머신의 가능성을 인정하였지. 시공간을 거슬러 다른 시간대를 여행하는 타임머신 말이야. 그것은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한 기술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다른 존재 말일세. 외계인, 그들은 오히려 미래의 인류일 거라고 상상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은가 말일세. 미래의 인류, 타임머신을 타고 온 미래의 인류 말일세.”

“타임머신을 타고 온 미래의 인류.. 그렇군요. 우리가 상상하는 외계인, 그러니까 외계의 존재를 사람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그것을 이미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그것이군요. 타임머신이 가능하다면 미래의 인류들이 모든 시간대의 지구에 방문하고 있겠네요. 저라도 타임머신이 있다면 선사시대부터 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까지 모두 가보고 싶은걸요.”

“그럴 게야. 그들도 그러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들은 아마도 인류의 삶에 간섭을 최소화하려고 할 거야. 물론 짓궃은 미래 인류 중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를 신처럼 과장되게 표현 할 수도 있겠지. 미래의 인류라면 이미 우리보다 진화할 존재들일 테니 말이야. 그들이 오는 거라면 우리는 그들을 외계인으로 인식하는 게 당연하지. 그들은 진짜 인간들이니 말이야.”

“네 그렇네요. 그들이 오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타당하겠네요. 그것은 나름 과학의 영역 안에 있으니까요.”

“그래 맞아. 하지만 그럼에도 기존의 인류의 상상 또한 불가능한 것이 아니네. 과학은 밝혀진 지식에 한한 것이나 미지의 지식은 가능성의 영역 안에 잠들어 있지.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는 바로 그 지점. 과학적 사실이 드러내고 있는 그 지점에서부터 사고를 형성해 가야 해. 상상은 무한하고 자유로운 것이지만 태도는 상호적인 것이 아닌가? 미지의 우주를 대하는 자세 말이야. 그것은 우주 최초의 인류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네. 정복자가 아니라, 우주 설계자의 의지를 실현하는 실현자로서 말이야. 물론 무엇을 하든 신의 의지 안에서 일어나는 일일 테지만 말이야.”

그때에 갑자기 눈물을 흘리던 모래언덕 속에서 거대한 물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류가 상상하는 UFO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매우 기괴하면서 익숙한 것이었다. 그것은 1920년대식 포드자동차 수십 대를 이어붙여 만든 거대한 폐차 더미 뭉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승님! 스스님 안녕하세요!! 저예요 저. 오랜만입니다!!”

자동차 크락션을 개조하여 만든 듯한 확성기를 통해, 이 미확인비행고철 속에서 제자의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바로 지금 스승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 제자였다.

“어어.. 저거 저거 내 목소리 같은데..”

“하하, 그래 자네 잘 있었는가? 용케도 죽지 않고 타임머신이 발명될 때까지 살아남았네.”

“네 그랬죠. 제가 지금 이 대화를 하고는 스승님께 말씀드렸잖습니까. 저는 그때까지 살아남아서 반드시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스승님을 뵈러 오겠다고 말이에요. 실은 어제 와서 이 모래언덕에 숨어 있었답니다. 언제 오시나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 잘했네. 성공했으니 축하하네. 미래는 살만한가?”

“사람 사는 게 다 그 모양 아니겠습니까? 기술은 발전했지만 하는 짓들은 그때나 아니 지금인가? 암튼 똑같습니다.”

“스 스.. 스승님 이게 뭡니까? 저 목소리는 지금, 미래의 접니까?”

놀란 제자는 미확인비행고철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스승에게 지금 자신의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괴이한 현상에 대해 묻고 있다. 그런데 스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빙긋이 웃더니, 제자리에서 훌쩍 날아올라 이 괴상망칙한 미확인비행고철의 열린 창문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어! 저 저 저… 스승님 스승님 어디 가십니까?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조화야.”

미확인비행고철 안에서는 현재와, 아니 과거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영락없는 모습의 제자가 눈물을 글썽이며 스승을 맞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매우 큰 옷을 어설프게 걸치고 있는 듯한 제자의 복장이었다. 그것이 그 시대의 유행이란다. 이마에 뚫은 피어싱과 함께..

“스승님.. 스승님 보고 싶었습니다.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흐흑”

제자는 스승을 보자마자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모래언덕에서 쏟아진 눈물은 그의 눈물이었던 걸까?

“아 네.. 이놈은 저와 동기화되어 있어서, 제 감정과 신체반응에 따라 움직이죠. 일종의 인공지능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나저나 스승님 잘 지내셨죠? 정말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아, 일단 제 기억부터 리셋을 해야겠네요. 이 기억을 가지고 남은 생을 사는 것은 너무 비참한 일이니까요.”

“그러게 그러세. 그런 기술도 발명이 되었는가?”

“네 어려운 기술은 아닙니다. 섬광과 고주파수에 일정하게 노출되면 뇌의 기억 저장부위 일부의 감각을 정지시킬 수 있어요. 아, 뭐 그런 기술이라고 매뉴얼에 쓰여 있더라구요. 잠깐만요. 일단 제 기억부터 지우고요.”

“그거 마치 영화 ‘맨 인 블랙’에 나오는 막대 같은 것이구만.”

“아 네 맞아요. 발명한 사람이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더라구요.”

미래의 제자는 혼비백산한 채, 망연자실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과거의 자신에게 부분 기억 삭제 기술을 실현했다. 섬광이 번쩍이고 모기의 날갯짓 같은 미세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더니, 현재의 제자는 의식을 잃고 모래사장에 풀석 쓰러졌다.

“자 됐습니다. 스승님 저랑 미래로 가시죠. 제가 보여드릴 것이 많아요.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그러게. 나도 자네가 내 생에 진짜로 다시 돌아 오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네. 미래에서 다시 돌아오겠다고 장담하던 자네의 말이 그저 데쟈뷰인줄 알았지. 그래 가보세. 일단 자네 시대로 가보자구. 미래에도 스타벅스가 있는가? 가서 카라멜 프라푸치노부터 한잔 하세.”

“네 그럼요. 스타벅스가 어디 가겠습니까. 자, 그럼 이륙합니다.”

하늘로 날아올랐던 미확인비행고철은 굉음을 내며 모래바닥을 가르더니 거대한 구멍이 뚫린 땅속으로 사라졌다.

그렇다. 스승은 스타벅스 사내였던 것이다. 그는 과거의, 아니 현재의.. 음.. 미래의 제자와 함께 카라멜 프라푸치노를 마시려 미래의 스타벅스로 여행을 떠났다. 미래의 스타벅스.. 카라멜 프라푸치노의 맛은 지금의 그 맛일까? 현재의 제자는 정신을 차리고 난 뒤, 스승이 사라진 현실을 무엇으로 인식할까? 그리고 그의 기억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석양이 지고 땅거미가 드리운 모래언덕, 미확인비행고철이 사라진 거대한 구덩이에 조약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눈동자를 두리번거리듯 바쁘게 움직이던 조약돌들은 금세 거대한 더미를 만들더니 갑자기 결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거대한 안테나를 만들어 무언가 송신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뚜 뚜두 뚜뚜뚜 뚜두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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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도 카라멜 프라푸치노를 마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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