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타임에 쓰는 글

by mmerlin

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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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타임입니다. 므흣한 상상을 하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현자타임은 상실의 시간이고 상실의 시간에는 모두 현자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가지고.. 가지려고 삽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갖기 위해 우리는 많은 것들을 상실합니다. 시간을 상실하고.. 기회를 상실하고.. 관계를 상실합니다.

그래서 얻고 싶은 것들을 얻으면 그것으로 만족스럽겠습니다만은.. 얻고 나면, 우리는 그것들을 얻느라 상실한 것들에 마음을 쓰게 되고, 그래서 또 상실감에 젖어듭니다.

결국 무엇을 얻는다는 것은 무엇을 잃는 것이오. 무엇을 잃는다는 것은 또한 무엇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손에 무언가를 쥐었다 놓았다.. 이것을 쥐었다 놓았다.. 저것을 쥐었다 놓았다 할 뿐입니다.

그 쥐고 놓는 사이에서 우리는 환호하다가 쓸쓸해지고, 절망하다가 안심합니다. 들뜬 흥분과 열정은 우리를 몰아치고, 그것을 꼭 갖겠다고 덤벼들게 만들지만.. 그렇게 무언가를 가진 뒤에는, 빠져나간 열정과 식어버린 환희를 직감하고, 상실감에 빠져들고 마는 것입니다.

소유란 그렇게 허망합니다. 그저 달뜬 기분과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종류를 바꿔가며 끝없이 갈망할 뿐.. 어차피 얻고 나면 다시 허망해질 뿐입니다.

귀찮아서지. 밤중에 담배가 떨어졌을 때의 그 괴로움, 그런 것 말이야. 그래서 끊었지. 무엇에든지 그런 식으로 속박 당한다는 것은 좋지 않아. _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현자의 타임, 상실의 시간에 남자는 담배를 피웁니다. 애써 감정을 외면하며 연기에 상실감을 실어 날려 보냅니다. 떠나간 단백질을 아쉬워하는 건, 어린아이가 변기 속으로 떠나보낸.. 한때 자신의 일부였던 무엇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욕망은 다시 차오르고 신진대사는 다시 순환을 계속하기에, 떠나간 것들은 다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 것은 시간입니다. 그날 그 순간의 그 감정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열정은 그날 그와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무엇을 만나고 새로운 열정에 휩싸이겠지만, 오늘 이 순간에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의 향연은 오로지 이 순간에만 가치를 발하는 것입니다.

난 그걸 알아요. 그건 한번 왔다가 가버린 거라는걸. 그게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무엇인가의 가감으로 일생에 단 한번 일어난 일이에요. _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는 상실의 시간에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며 아쉬워하지만, 실은 그 순간도 그 시간에만 유효한 것입니다.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속에 담겨진 상실감은, 열정과 환희 속에 달려오던 날짐승의 거친 호흡 속에서만 발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실의 순간에 현자가 되는 것입니다. 공수래공수거를 말하는 현자가 아니라.. 이렇게 뜨거웠던 열정이 에너지를 변환하여 승천하였음을 인지하는.. 진정한 우주를 품은 현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세상에는 버려지는 것이 없고, 변화할 뿐 사라지는 것이 없으니.. 우리의 열정과 환희의 에너지는 새로운 생명으로, 우주를 움직이는 에너지로, 지구를 공전과 자전케 하는 동력으로 변화하고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슬픔을 마음껏 슬퍼한 끝에 거기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길 밖에 없으며, 그리고 그 배운 무엇도 다음에 닥쳐오는 예기치 않은 슬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_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그러니 현자의 시간에 우리는.. 아쉬워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에너지의 미래를 꿈꾸며 기대감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조망하고, 떠나간 단백질들이 어떻게 생명으로 변화할지.. 비록 고무장갑 속에 버려졌어도, 파트너에게 전달된 그 마음과 정성은 어떻게 우리의 관계를 영글게 할지 기대하고 상상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짧은 추동력과 어설픈 움직임에, 파트너의 쌀쌀맞은 반작용이 예상되더라도.. 겁먹지 말고 다시 현자에서 용자로 돌아와야 할 것입니다.

현자의 시간에.. 우리는 철학자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그리고 행동하는 철학자로서, 다음 환희의 순간을 향해 도전하기를 두려워 맙시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생명의 주인이 되고, 내 삶에 운전자가 되어, 성장하는 우주의 현현으로 세상을 주유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끝없는 하락장과 계속되는 횡보 시세에 점점 현자타임의 시간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스티미언들에게..(남여를 막론하고) 담배 한 대 픠우고, 다시 행동하는 철학자로 돌아와 글쓰기를 이어가주기를.. 떠나가는 단백질에 아쉬워 말기를.. 다시 태어날 포스팅에 대한 기대를 새롭게 세워주기를 권고해 봅니다.

날씨가 좋은 날 아름다운 호수에 보트를 띄우고, 호수도 아름답지만 하늘도 아름답다고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어요. 그런 식으로 고민하지 말아요. 내버려 둬도 만사는 흘러갈 방향으로 흘러가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람은 상처 입을 땐 상처를 입게 돼요. 인생이란 그런 거예요. _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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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 알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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