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의 예루살렘과 로도스와 몰타의 주권 군사 병원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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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가 없는 나라

 

멀린 : 네? 몰타 기사단이요? 템플 기사단의 다른 이름인가요?

아이작 : 아니요. 국가명입니다.

멀린 : 네?? 국가명이라구요? 몰타 기사단이라는 나라가 있단 말이에요?

아이작 : 네 그렇습니다. 정식 명칭은 ‘성 요한의 예루살렘과 로도스와 몰타의 주권 군사 병원 기사단(Sovereign Military Hospitaller Order of Saint John of Jerusalem of Rhodes and of Malta)’이에요. 명칭에 주권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엄연히 주권을 인정받는 국가이죠. 물론 영토가 없어서 모든 나라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UN 회원국의 과반수인 110개국이 몰타 기사단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어요. 별도의 여권도 있고 자동차 번호판, 우표도 직접 발행하구요. 수교국에는 대사관도 설치되어 있죠. 아, 여기 로마에도 대사관이 있는데, 대사관저와 대사관 건물이 몰타 기사단의 영토인 셈이죠.

멀린 : 아.. 이럴 수가, 몰타가.. 아니 그러니까 몰타 기사단이 정식 국가라는 말이죠?

아이작 : 영토는 없지만, 2만 5천명의 회원과 약 25만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직원을 국민으로 가지고 있는 엄연한 주권 국가이죠.

멀린 : 그럼, 템플 기사단과는 무슨 관계죠? 분파인가요?

아이작 : 기사단의 명칭이 워낙 많아서 헷갈릴 수도 있는데, 템플 기사단과는 엄연히 다른 독립된 기사단입니다. 몰타 기사단은 일종의 야전병원으로 시작되었어요. 1080년에 예루살렘에 설립된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이 그 시초죠. 그러다가 십자군 전쟁이 발발하면서 교황 명에 의해 정식 기사단으로 창설되었죠. 처음에는 주로 부상병과 순례자들을 위한 구호단체 성격이 강했어요. 그러다 십자군 전쟁 이후 템플 기사단이 해체되고, 오스만 세력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자 전투 활동이 강화되기 시작했죠. 혹시 로도스 공방전이라고 들어보셨어요?

멀린 : 로도스 공방전이요? 아, 들어본 것 같아요. 그 무슨 책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아이작 : 유럽 전쟁사에 있어 매우 유명한 공성전이죠. 7천명의 인원이 10만의 오스만 병력과 맞서 6개월간 버텨낸 대단한 전투였죠. 그 이전 전투에서는 3천명이 7만명의 오스만 군대를 물리친 적도 있구요.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오스만 대군이 소수의 몰타 기사단의 방어벽을 뚫지 못해서 아주 애를 먹었죠.

멀린 : 이야~ 그거 대단하네요. 10만명대 7천명이라.. 병력의 차이가 어마어마한데 어떻게 그렇게 방어를 잘 할 수 있죠?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자신들보다 10배는 더 많은 병력과 맞서서 말이에요. 꼭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같네요.

아이작 : 몰타 기사단의 용맹함은 유명하죠. 오스만 사람들은 그들을 ‘무슬림의 목에 걸린 가시’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그럴 만도 한 게 몰타기사단이 해적질에 능했거든요. 뭐 당시로써는 일종의 무역전쟁이었겠지만.

멀린 : 해적질이요? 기사단이 해적질을 했다구요?

 

해적 기사단

 

아이작 : 음.. 어떤 의미에서, 몰타 기사단은 중세 지중해 무역의 매우 중요한 키 플레이어였다고 볼 수 있어요. 몰타 기사단이 거주하던 로도스섬이나 몰타섬이나, 모두 지중해 해상교역에 매우 중요한 거점들이었거든요. 이 거점을 기사단이 확보한 채로 해적질을 엄청 해대니, 오스만 제국 입장에서는 아주 골치가 아팠던 거죠. 해적질이라고는 하지만, 당시 교리상 이교도의 재산을 빼앗는 것은 죄가 아니었구요. 그건 뭐 서로 마찬가지였을 테고. 그리고 국제법적 질서 하에서 무역 협정을 지키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죠. 제국주의 시대까지만 해도 무력으로 수탈하는 것이 곧 무역 아니었겠어요? 산업혁명과 근대국가가 출현하고,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른 뒤에야 국제법과 협정을 통한 무역 질서가 확립되었으니까요. 그 이전에는 보따리상들이야 있었겠지만, 영토를 전쟁으로 확보하듯 해상무역 역시 무력에 의한 강탈이 무역의 일부였다고 봐야죠.

멀린 : 그렇겠네요. 하긴 말이 국제법이고 무역 협정이지, 강대국 마음에 안 들면 제멋대로 파기하고 불공정한 관세를 부과하거나, 항공모함과 전투기로 무력시위를 해대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니까요.

아이작 : 방법이 교묘해졌을 뿐이죠.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몰타 기사단은 소수지만 매우 강력한 국가였어요. 로도스섬 시절에는 단 7척의 배로 지중해를 장악했으니까요. 오스만 입장에서는 아주 불편하고 두려운 존재였던 거죠. 그래서 기사단의 섬을 ‘그리스도의 뱀 둥지’라고 부르기도 했다지요.

멀린 : 하하하 ‘그리스도의 뱀 둥지’요? 그거참 무시무시하네요. 바다에서 뱀을 만나면 어디로 도망갈 수도 없고, 참 지독하긴 하겠네요.

아이작 : 더 지독한 건, 그들이 좀처럼 두려움이 없다는 거였어요. 강대국, 제국이 가진 힘이 뭐겠습니까?

멀린 : 압도적인 무력이요?

아이작 : 그것에서 나오는 힘은 공포와 협박이죠. 검은 휘두르기 전이 가장 무서운 법이니까요. 그런데 이 기사단은 좀처럼 겁을 먹지 않는 거예요. 게다가 강력한 실체를 가지고 있었죠.

멀린 : 그게 뭐죠?

아이작 : 뭐겠어요? 지혜와 용기.. 그리고 돈이죠.

멀린 : 아.. 돈, 돈이요. 그런데 그 돈은 어디서 났죠?

아이작 : 몰타 기사단은 가난한 기사단이 아니었어요. 일단 워낙 해적질을 잘했으니 많은 노략물을 가지고 있었음은 물론이고, 템플 기사단이 십자군 전쟁 이후 해체되면서, 템플 기사단이 가지고 있던 많은 재산과 자원들이 몰타 기사단으로 흘러왔죠. 아시겠지만, 템플 기사단이 해체된 것도 그들이 일종의 순례자들의 은행 역할을 하면서 거대한 부를 소유하게 되었기 때문이잖아요. 기존 세력에 위협이 되니까 해체 되었는데, 그 재산 중 많은 부분이 몰타 기사단으로 흘러들어오게 된 거죠. 뛰어난 기사들과 함께. 그들이 기사 말고 다른 할 일이 뭐 있겠어요? 하던 일 계속하고 살려면 다른 기사단으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멀린 : 그렇다면 기존 세력이 몰타 기사단도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을 텐데요?

아이작 : 물론입니다. 그래서 섬을 떠돌아다니게 되었죠. 하지만 시작이 구호단체였던지라 크게 위협적이라고 느끼지는 못했나 봐요. 몰타 기사단이 본격적으로 전쟁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템플 기사단 해체 이후니까 아직 이들의 역량이 드러나지 않았던 거죠. 게다가 템플 기사단이 해체되는 거를 똑똑히 지켜봤는데 얼마나 조심했겠어요? 영리하게 자신들을 잘 숨긴 거죠. 그건 지금까지도 잘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군요. 멀린도 모르시는 걸 보면.

멀린 : 그러게요. 현재도 존재하는 엄연한 국가란 말이죠? 그런데도 모르고 있었네. 영향력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아이작 : 아마 이런 영향도 있었을 거예요. 당시 기사들은 대부분이 차남이거나 삼남 이하였거든요. 유럽에 장자 상속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차남과 삼남 이하 형제들은 상속을 받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성직자가 되거나 기사가 되어야 했죠. 먹고 살려면 말이죠. 원래 차남과 삼남들이 눈치가 빠르잖아요? 쟁취하지 않으면 얻을 게 없으니까. 멀린은 장남이신가요?

멀린 : 아.. 제가 눈치가 좀 없어 보이죠? 상속받을 재산이 없는 가문의 장자는 기사가 될 자격이 있는 거겠죠? 덕분에 마법사나 하고 있습니다만. 하하하 그런데 지난번 통화 때는 샤를마뉴 대제의 프랑크 왕국이 형제 상속제라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그래서 유럽에 분권 문화가 형설될 수 있었다고..

아이작 : 원래 형제 상속제는 게르만족의 전통인데, 형제 상속을 하다 보니 왕국이 자꾸 나눠지는 거죠. 힘이 모아져야 하는데 형제상속을 하면서 자꾸 나눠지니까 국력이 흩어지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주변국에 대항할 힘이 부족해지고, 그래서 점차 장자 상속제로 바뀌었죠. 특히 오스만 제국의 침입이 본격화되면서는 이교도에 대항할 강력한 왕권이 필요해지는 시점이 된 거죠. 어쨌든 당시 기사단의 인재들이 대부분 차남과 삼남들이어서, 상속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은 먹고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어요. 실력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팔자들이었던 거죠. 그게 기사단의 동력이 되었고 기사단은 점점 막강해졌죠.

멀린 : 그런데 기사단의 힘이 막강해질수록 기존 세력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졌을 것 같은데요?

아이작 : 점점 더 그렇게 되었죠. 그래서 이교도와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기사단을 다른 나라들이 도와주지 않았어요. 로도스섬에서 오스만 제국과 홀로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을 때도, 신성로마제국, 에스파냐, 영국, 프랑스 등 주변 기독교 국가들에게 지원을 애타게 요구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다들 자기 살기 바빴죠. 물론 견제도 했을 테고. 결국 기사단은 로도스섬에서 홀로 버티던 끝에 항복하고 물러나게 되는데, 덕분에 유럽 사회는 큰 변화를 경험하게 돼요. 지중해 무역의 패권을 오스만 제국에 넘겨주게 되면서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등의 나라들이 해상 무역의 거점을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기게 된 거죠. 바야흐로 대항해 시대가 개막 된 거예요.

멀린 : 오호, 그거참 아이러니하네요. 오스만 제국의 팽창이 결국 유럽으로 하여금 바다로 나서게 했다는 말이죠? 밀어내는 힘이 인류로 하여금 대륙을 넘어서게 한 셈이네요.

아이작 : 그러니까요. 인류의 위대함이죠.

멀린 : 환경파괴로 인류가 설 곳이 없어지자 결국 우주를 개척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아이작 : 네. 파괴는 창조의 동력이죠. 근원이기도 하구요.

멀린 : 아니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학위를 몰타 기사단으로 따셨어요?

아이작 : 하하하. 그럴 리가요. 요원이잖습니까? 이게 다 16세기 유럽에서 벌어진 일이랍니다.

멀린 : 아~ 이게 16세기의 일이군요. 출장 다녀오셨다더니, 그래서 그렇게.. 그런데 어떻게 몰타 기사단이 된 거죠? 로도스섬이 근거지였으면 로도스 기사단 아닌가요?

 

공방전

 

아이작 : 아, 로도스 기사단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원래 명칭은 ‘성 요한 기사단’이지만 구호 활동을 할 때는 ‘구호 기사단’으로, 로도스섬을 근거지로 할 때는 ‘로도스 기사단’, 몰타섬을 근거로 할 때는 ‘몰타 기사단’으로 불리게 된 거죠. 이름이 여러 가지인 것이 기사단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해요. 거처를 이리저리로 옮겨 다녀야 했다는 얘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그만큼 결사적이었어요.

로도스 공방전에서는 오스만 제국의 10만 군대와 300척의 함선을, 700명의 기사와 7천명의 주민, 7척의 함선으로 6개월 동안 맞섰죠. 근데 이게 그냥 검 들고 돌 던지며 싸우는 그런 수준의 공성전이 아니에요. 기사단이 세운 요새들은 난공불락으로 아주 유명하죠. 적의 대포를 막아내는 견고한 이중 삼중의 성벽 안에는 지하방공시설까지 갖추고 있었어요. 기사단은 당시 신무기인 화승총과 대포를 아주 잘 다루었는데 대포를 가지고 거의 총처럼 저격했다고 해요. 막강한 기사단의 철통같은 방어에 번번이 공격이 좌절되자, 오스만 군대는 성벽을 뚫으려고 무려 50개의 땅굴을 뚫어가면서 파상 공세를 펼쳤어요. 그러나 일진일퇴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양측 모두 지쳐가기 시작했죠. 오스만군은 이미 사상자만 4만명이 넘어가고 있었구요. 결국 오스만 제국의 술레이만 대제가 협정을 제안했죠. 모든 무기를 가지고 기사들을 무사히 섬을 빠져나가게 해주고 남은 주민들은 해치지 않을 테니 항복을 하라고 말이죠. 결국 기사단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이를 받아들이고 로도스섬을 떠나게 된 거죠.

멀린 : 오.. 감동적이네요.

아이작 : 그렇죠? 살아남은 기사단과 주민들이 마지막 행진을 벌이고, 오스만군이 제공한 50척의 배를 타고 섬을 떠났다는 데 얼마나 만감이 교차하는 광경이었을까요? 상상이 가십니까? 술레이만 대제는 항복하고 떠나는 기사단장에게 ‘도시와 지방을 잃는 건 군주들의 숙명이지만, 이렇게 훌륭한 노인이 자기 집에서 떠나야 한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라고 말하며 명예의 관복까지 하사했다고 해요.

멀린 : 대단하네요.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정작 자신들을 도와야 할 우방에게서는 버림을 받으면서도, 적의 사령관에게서까지 존경과 경의를 받으며 물러나는 기사단의 노고가 눈에 선하네요. 그들은 얼마나 혼신을 불태웠을까요? 6개월간의 혈투 동안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게 되었을까요?

아이작 : 전장에 선 용사들만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이고 과정이죠. 우리가 팔자를 탓하면서도 마법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멀린과 아이작의 뒤로 두 개의 해가 하나는 서편으로, 하나는 동편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습니다. 16세기 지중해의 한복판에서, 비록 적이었지만,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 혼신을 다해 맞섬으로써 서로의 명예를 빛나게 했던, 동편 황제와 서편 기사단장의 빛나는 수염처럼 석양이 찬란하게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멀린과 아이작은 서로의 등 뒤로 넘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합니다. 지나간 공간과 시간, 함께 했던 수많은 전사들과 나누었던 결의와 전우애, 함께했던 기쁨과 슬픔, 희망과 공포의 순간이 두 사람의 눈 속에 가득 차올랐습니다. 마법사들은 그 순간들, 포화속에서 함께 어깨 걸고 버티던 그 순간들, 어둠의 공포 앞에서 함께 소리를 지르며 용기를 북돋우던 그 순간들을 잊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지치고 절망하여 세계를 떠났다가도, 그 순간들을 잊지 못하여 다시 돌아오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 순간을, 그 경험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매번 새롭고 매번 강렬합니다. 그들은 몰아치는 전쟁의 공포 앞에서 철저하게 살아있음을 경험하고, 분출하는 육체와 내면의 에너지를 쏟아내며 강렬하게 생의 순간순간을 극복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떨어져 있으나 언제나 연결되어 있는 동지들이, 동료들이, 전우들이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어떤 순간, 어떤 우주, 어떤 세계에 머물지라도, 언제나 연결되어 있고 언제나 하나인 것입니다. 홀로 감당해내는 순간순간에도 수많은 동지들의 선택과 생사가 연결되어 있고, 나의 선택으로 말미암아 그들의 운명이 결정되고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그들의 선택으로 나의 운명이 방향을 정하고, 생각지도 못한 공포와 환희가 몰려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때에도, 어떤 순간에도, 소홀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직관의 길에서 벗어나, 주저와 망설임, 후퇴와 포기로 전우들의 생사를 흔들어 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로도스섬에서 온몸으로 서로를 마주해야 했던, 그들의 또 다른 생의 기사와 전사들이 이미 역사 속에 증명해 놓은, 쓰여진 기록인 것입니다.

멀린 : 아이작, 우리가 지금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걸 보니, 우리는 그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 같군요.

아이작 : 네, 멀린. 멀린도 그걸 느끼고 계셨군요. 우리 생의 일부가 로도스섬에서 함께 어깨를 걸고 있었음을 저도 느끼고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여기 로마에서, 우연이 아닌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거겠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두 개의 태양, 두 개의 석양빛이 멀린과 아이작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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