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Myself and I

 

“어떻게 지내세요?”

그림자가 물었다.

“이 세계의 진실, 선함
그리고 아름다움에 관한 책들을 쓰고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아무도 그런 책을 읽으려 들지 않으니 문제예요.
내가 진심을 바치는 일이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니
절망적인 기분이랍니다!”

학자가 대답했다.
그러자 그림자가 대뜸 말했다.

“나라면 그러지 않겠습니다!
난 요즘 아주 편하게 잘 지낸답니다.
그게 중요한 거죠.
당신은 세상을 잘 몰라요.
그런 식이라면 혼자 고민하다가 병들고 말 거예요.
당신에게는 여행이 필요해요!
이번 여름에 여행을 떠날 계획인데 함께 가시겠어요?
누군가와 함께 가면 여행이 더 즐거울 거예요.
어때요, 내 그림자가 되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게?
당신과 함께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행 경비는 내가 다 대겠어요!”

“아니, 그건 너무 심하잖아요!”

학자는 당황하여 소리쳤다.

“그거야 받아들이기 나름이죠!
여행을 하면 당신에게도 아주 이로울 거예요!
내 그림자가 되어 준다면,
내가 모든 경비를 다 부담한다니까요.”

“정말이지.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오는군!”

“그런데 세상이 원래 그렇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 거고요.”

그림자는 이렇게 말하고 가 버렸다.

학자의 형편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슬픔과 근심이 그를 떠나지 않았다.
그가 이 세계의 진실과 선함,
그리고 아름다움에 관해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대다수의 인간들에게는 돼지 목의 진주나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학자는 병이 들고 말았다.

“선생님, 그러고 있으니 그림자처럼 보입니다!”

학자를 만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학자는 소름이 끼쳤다.
그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학자를 찾아온 그림자가 말했다.

“온천에 가서 휴양을 좀 해야겠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네요.
옛정을 생각해서 내가 당신을 데려갈게요.
여행 경비도 전부 대겠습니다.
당신은 여행하면서 글을 쓰고
내 말동무 정도만 해 주시면 돼요.
어차피 나도 온천욕을 해야 하거든요.
수염이 자라지를 않아요.
이것도 일종의 병이죠.
사람이라면 수염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분 나빠하지만 말고 한번 잘 생각해 주세요.
우리 함께 떠나 보자고요.”

[The Shadow] Hans Christian Andersen –

 

[Chiesa di San Giorgio Maggiore, Venezia, It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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