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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가야겠습니다.
“할 일은 다 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만나야 할 사람은 다 만난 것 같습니다.
“행복했습니까?”
아닙니다. 지쳤습니다.
“무얼 했나요?”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썼습니다.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을 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춤을 추었습니다.
둥둥 떠다녔습니다.
부딪히는 것들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붙들지 못했습니다.
“힘들었나요?”
지쳤을 뿐입니다.
고단할 뿐입니다.
그만하고 싶을 뿐입니다.
“어디로 가나요?”
무중력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저기 저 별..
“누가 기다리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모릅니다.
그러나 여기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곳에서는 행복할까요?”
모릅니다.
하지만 모르니까..
여기는 아무도 없는 걸 아니까..
그래서 가고 싶습니다.
“집인데.. 모릅니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벌써 900년입니다.
하지만 집이니까.. 누군가 있겠죠.
없어도 집이니까.. 바닥에 등을 댈 수 있겠죠.
“행복하길 바랍니다.”
아닙니다.
나는
쉬고 싶습니다.
기대고 싶습니다.
행복은..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가진 게 있다면..
“언제 돌아오십니까?”
아니요. 돌아오지 않습니다.
나의 집으로 오세요.
내가 집으로 돌아가면 그때..
먼 길이 될 듯하지만
나를 만나러 오세요.
중력을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
무중력 상태로는 느낄 수 없는
긴장과 압력,
힘과 압박,
저항과 몰아침..
그러나
살아있다고 느끼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숨을 쉴 수 있게 될 겁니다.
공기를 느낄 수 있게 될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말이 듣고 싶었습니다.
한 것은 수고뿐이라..
미안합니다.
정거장 하나 만들지 못하고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거장..
그것보다 집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찾아오시라고
신호 하나는 남겨 두겠습니다.
알 수 없는 별이 나타나거든
따라오십시오.
마음에 무시해도 그만인
별 하나 뜨거든
내가 보낸 신호라 생각해도 좋습니다.
다만 나의 집이 너무 멀어
희미하게 속삭이겠지만
귀를 기울이면 들릴 겁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일 겁니다.
기둥에 기대어 있는 내가..
바닥에 등을 대고 있는 내가..
“안녕히.. 가십시오.”
빌어주십시오.
안녕을..
비록
고단하고 슬펐지만
뜨거웠고 설렜습니다.
모든 기억을 안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겁니다.
언젠가 또 만날 테니까요.
나의 별에서
그리고
당신의 별에서
그때 인사 드리겠습니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
아..
바람이 불어옵니다.
떠날 때가 되었군요.
무중력의 바람은
따뜻하네요.
다섯
넷
셋
둘
하나
…..
….
…
..
.
그림 없는 그림책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