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무너지고 있어

 

세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어.
네가 원하던 간절한 그 세계.
네가 열망하던 신념의 세계.

그러나 너와 나는
미지의 폭풍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지.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알아.
세계는 무너지고 있고
우리는 걷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니 할 수 있는 건,
눈을 감고
계속 걸어가는 거야.
폭풍 속으로..
미지 속으로..

너는 말하지.
다 헛된 것이었다고..
그러나 우리는
그 무너지는 세계 속에서
환희를 경험하고
신념을 구축했어.

무너지는 세계는
우리의 환희를 무색케 하고
신념을 저버렸지만,
우리는 세우고 무너지는 일을
경험하고 아파했어.

그것은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이야.

세계를 세우고 무너뜨리는 일.
세계가 세워지고 무너져 내리는 일.
그 속에서 열망으로
세계를 세우는 일.
그 속에서 온몸으로
무너지는 세계의 먼지를
맞아 내는 일.

그것이 헛되다면,
세계를 세우고 무너뜨린
신에게
F.uck을 날리렴.
그리고 뒤돌아서
너의 세계를 만드는 거야.

신조차
찬사를 멈추지 못할
너의 신세계.

나는 기다리고 있다.
아라랏산의 꼭대기에서..
너의 세계를 만들겠다며
펜을 들고
망치를 든
너의 열의와 오만을,
나는 엄청난 기대와 간절함을 품고
너의 펜질을, 망치질을
지켜보고 있어.

달리렴.
내달리렴.

갑갑한 덧옷을 내던지고,
더러운 가면을 벗어 버리고,
냄새나는 가짜 드레스를 찢어 버리고,
어설픈 비아냥과 경계의 눈빛을 감은 채,
무엇이 막아서도
넘고 또 넘어서렴.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는 외톨이가 아니야.
너는 외로움이 아니야
너는 서글픔이 아니야
너는 슬픔이 아니야.

너는 기다림이고
너는 열망이고
너는 태연함이고
너는 둘이고
너는 모든 것이야.

세계가 무너지고 있어.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어.

 

[2015.12.15_沖縄島, 日本]

 

그림 없는 그림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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