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by mmerlin

201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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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필요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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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필요해? 자 아이유.. (나의 아저씨니까 ^^)

우리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쑥스럽습니다. 그래서 ‘멜로’라고, ‘에로’라고.. 뭔가 그럴듯한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쑥스러운지.. 안 믿기는지..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꿍꿍이가 있을 거야? 의심하며 자꾸 거래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거래.. 그래요. 날 그냥 좋아해 줄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넌 뭔가를 원하는 겁니다. 그래서 나를 좋아하는 거니까.. 나도 뭔가를 줘야 하니까.. 그럼 일단 나랑 계약을 하자. 이 말입니다.

뭔가를 주고받는 것? 너의 무언가가 내게 괜찮았습니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좋아진 겁니다. 그러면 그냥 좋아하면 안 됩니까? 그냥 계속 너를 좋아하면 안 됩니까? 꼭 거래를 해야 합니까?

나는 너가 좋은 데, 너는 내가 안 좋을 수 있습니다. 나를 좋아해 달라는 게 아닙니다. 너가 좋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너는 그냥 너 살던 대로 살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나는 질릴 때까지 너를 좋아하면 됩니다.

질릴 때까지.. 아 그게 두려운 거군요. 나를 좋아하는 상대가 나를 질리면 어떻게 하지 그 생각이 드는 거군요. 그래서 붙잡아 놓고 싶은 거군요. 그럼 너도 내가 좋은 겁니다. 어쨌든, 얼마큼이든, 너의 곁에 붙들어 놓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내가 좋은 만큼 너도 좋으면, 서로 좋아하면 되는데 말이죠. 내가 좋은 만큼이 아닐 때, 그런데 옆에는 붙들어 놓고 싶을 때 말이죠. 그럴 때 오히려 너는 거래를 시도하는 겁니다. 너를 좋아하는 내가 필요하니까요..

‘좋아하든지 말든지’, 그럼 뭔 상관이겠습니까? 오든지 가든지 저 알아서 하면 그뿐.. 그런데 나를 좋아해 주는 누군가를 굳이 싫어할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그냥 좋아하게 내비두면 될 텐데 말이죠. 물론 좋아한다고 뭘 요구하면 그건 좀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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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뒤늦은 리뷰가 되어 버렸습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꼬박꼬박 챙겨 보며 설레었는데.. 리뷰를 이제야 씁니다. 저의 리뷰는 저게 다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 말이죠. 그건 죄가 아닙니다. 누구는 불륜으로, 누구는 거래로, 누구는 이상심리로 치부해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원래 그렇게 되어 있는 겁니다.

드라마의 시작부에 미투 운동과 겹쳐지며, 적지 않은 비난과 눈초리를 받았습니다. 제가 애정 하는 작가와 PD였던지라,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좀 지켜보면 다를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가는 내내 가슴 졸이며 보았습니다

안돼.. 멜로는 안돼..

왜 안됩니까? 스무 살 차이나는 연애는 하면 안 됩니까? 결국 기러기 아빠 신세를 면치 못하는 남자는, 그냥 라면만 먹으며 돈이나 벌어야 합니까?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사랑해 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내 꺼라고 도장 찍어 놓고, 조기축구로, 형제들 간의 우정으로, 마누라 등한시했으니.. 아내 바람피우는 건 잘못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랬다고 미국으로 날아가 버리는 것도 잘못입니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하려고 시작한 드라마가 아닐 거라고.. 내가 듣고 보고 싶은 그들의 드라마는 그게 아닐 거라고.. 조마조마하며 보고 또 보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아니었습니다. 휴~

74년생 박동훈은 지안을 그렇게 버려둘 수 없었던 겁니다. 그건 모든 이에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운명처럼 다가온 지안에게는 어쩔 수 없었던 걸 겁니다

이 나이 먹어서, 나 좋아한다고 했다고 자르는 것도 유치하고, 너 자르고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면, 아는 척 안 하고 지나갈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소화 안돼.

너 말고도, 내 인생에 껄끄럽고 불편한 인간들 널렸어. 그딴 인간 더는 못 만들어. 그런 인간들, 견디며 사는 내가 불쌍해서.. 더는 못 만들어.

그리고 학교 때 아무 사이 아니었던 얘도, 어쩌다 걔네 부모님 만나서 인사하고 몇 마디 나누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이 아니게 돼. 나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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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냥 아저씨의 본성일 뿐입니다. 시대착오적일지 몰라도.. 진정성을 숨길 수 없는 아저씨의 여전히 타오르고 있는 본성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아저씨는 여전히 제멋대로입니다

나 니네 할머니 장례식에 갈 거고, 너 우리 엄마 장례식에 와. 그니까 털어. 골 부리지 말고 털어.

사람들한테 좀 친절하게 하구. 인간이 인간한테 친절한 거 기본 아니냐. 뭐 잘났다고 여러 사람한테 불편하게 퉁퉁거려. 여기 뭐 너한테 죽을 죄 지은 사람 있어?

직원들 너한테 따뜻하게 대하지 않은 거 사실이야. 앞으로 내가 그렇게 안 하게 할 테니까. 너두 잘해.

나 너 계약기간 다 채우고 나가는 거 볼 거고, 딴 데서도 일 잘한다는 소리 들을 거야. 그래서 십 년 후든, 이십 년 후든.. 길에서 너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할 거야. 껄끄럽고 불편해서 피하는 게 아니구, 반갑게 아는 척할 거라구.

그렇게 하자. 부탁이다. 그렇게 하자.

부탁입니다. 그렇게 합시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거 죄 아니니.. 좋아합시다. 따뜻하고 친절하게 합시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하는 친절을, 왜 가까운 사람에게 하지 못합니까? TV에서나 볼 수 있는 아이돌도 좋아하는데, 매일 얼굴 보는 이 사람들 좀 좋아하면 안 됩니까? 그게 그렇게 불편합니까?

없어졌습니다. 사라졌습니다. 그런 게 우리 사회에 천지사방에 널렸었는데.. 넘어지면 어른이 얼른 와서 잡아 일으켜 주고, 병원 데려가 주고, 집에 연락해 주고 그러는 게 우리 사회였는데.. 어른이 나타나면 움츠려들고 피하는 게 상책이 되어버렸습니다.

누구 탓할 게 아닙니다. 제도 탓할 게 아닙니다. 그건 어떻게도 잃어버리면 안 되는 인간의 본성 같은 겁니다. 그거 없이 뭐 하러 살아갑니까? 재떨이로 머리 맞아가며.. 회장님 대신 감빵살이 하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그 짓 서로 못해 안달입니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면 그런 세상 살아 뭐 합니까? 그렇게 살아가는 게 그렇게 좋습니까?

 

지안至安.. 평안함에 이르렀는가..

세상과 불화하던.. 지안은 자신을 좋아해 주던 그 아저씨의 부탁을 받아들고 스스로 성장해 내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현실들과 당당하게 맞서서, 자신의 신분증을 획득해 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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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었던 아이 지안은.. 누군가 믿어주면.. 누군가 좋아해 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아이 지안은.. 당당하게 사원증을 차고 아저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밥 살게요. 아저씨 맛있는 거 한 번 사주고 싶어요.

89.png흐억~ ㅠㅠ 그거면 되는 겁니다. 밥 한 번이면 되는 겁니다. 나의 아저씨의 멜로는 악수 한 번, 밥 한 번이면 되는 겁니다. 그게 세상 어떤 섹스보다 강렬하고 짜릿한 감동인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 기억되는 존재가 되는 것,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고, 뜻을 다해..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는 일, 그리고 그 성장의 과정을 지켜보는 일 말입니다.

역시 그럴 리가 없었습니다. 김원석 PD와 박해영 작가의 ‘아저씨’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사람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스무 살 차이 나는 쉐프 아저씨와 아이돌 가수의 사랑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닙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관해.. 세상은 색안경을 끼고 보려 합니다. 그것은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듯해 더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가 나누었던 우정과 공동체의 연대감이 모두 사라진 사회에서.. ‘그럴 리가’ 없는 겁니다. 전원일기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선 시청률이 나올 리 없는 겁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누가 관심이 있을까? 하는 겁니다.

그러나 압니다. 우리는 압니다. 우리 모두가 그런 ‘좋아함’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해, 뭔지도 모를 수 있지만(지안도 그랬습니다).. 본능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대한 동경과 끌림을 가지고 있다는 것. 우리는 압니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저씨를 가져 보고 싶은 겁니다. (그런 아줌마는 어디 없습니까?)

괜찮습니다. 누구를 좋아해도 괜찮습니다. 그래서 이용당하면 또 어떻습니까? 좋아한 건 난데.. 

이 넓은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아무도 내 맘을 보려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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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어도 사람들은 늘 혼자인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좋아해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 ‘좋아함’이라는 것이 천연기념물처럼 되어 버렸지만..

저는 그대들이 좋습니다.
74년생 박동훈처럼
74년생 마법사도
그대들을 좋아합니다.

그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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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오늘은 휘리릭~ 날아가지 않습니다.
그대들이 좋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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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 알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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