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16日] Aug 04, 2021
본디 누구도 맨몸 하나로 태어났으니 잃을 것이 없다. 그러므로 따지고 보면 몰락할 것도 없는 것인데 손에 무언가 쥐었다가 빠져나가는 바람에 몰락했다 느낄 뿐이다. 그러니 몰락이 두려워 도전도 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치 말아야 한다. 몰락했다는 것은 성공했다는 것이니 그것은 영광의 결과이지 두려움의 결과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몰락한 사람들을 보며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저렇게 되어선 안 된다, 저렇게 될까 봐 아무 시도도 하지 말자고 다짐하고는 한다. 그러면 그건 성공한 것인가? 그건 안전한 것인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가? 숨만 쉬고 가만히 있으면 숨만 쉬어지던가?
그러나 기왕이면 몰락하지 말고, 추락하지 말고, 물러나자. 물러나면 몰락할 것도 추락할 것도 없다. 물러나는 일도 잃는 일이고 손에서 놓는 일이니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은 같다. 그러나 물러날 줄 모르면 강제로 끌어내려 지고 추락하게 되고 몰락하게 되는 것이 23.5도 기울어진 지구의 이치이다. 그러나 몰락하는 것들은 정신을 못 차리는 것들이니 몰락할 수밖에 없다.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신 못 차리는 이들이 성공하기 마련이니, 성공과 몰락은 한 세트.
어쩌겠는가, 몰락해야지. 성공하려고 도전한 것일 테니, 성공도 하고 몰락도 해야지. 낮이었으니 밤이어야 하고 뜨거웠으니 차가워야지. 그러니 두려워할 것은 몰락이 아니다. 두려워할 것은 성공도 몰락도 없는 대롱대롱 매달린 삶이다.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은 목에 걸린 복숭아다. 누가 먹으랬니? 삼키지도 내뱉지도 못하는 걸 덥석 물으랬니? 그게 그렇게 안전하더냐? 그게 그렇게 뭔가를 보장해 주더냐? 쯔쯧. 바보같이 컥컥거리긴. 씹어라. 삼켜라. 못하겠으면 뱉어라. 멍청하게 물고 있지 말고.
여름이다. 덥든지 차든지 해라.
20세기에는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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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여름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