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DAO양은 직접민주주의의 꿈을 꾸는가

by mmerlin

[코인이즘 Koinism] Feb 09. 2022 l M.멀린

 

 

사람들은 집단지성, 시민혁명 어쩌구 하며 낭만적인 직접민주주의의 환상을 꿈꾸는 듯합니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주장하며 말이죠. 그러나 그건 참 이율배반적입니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에서 당신의 명품백은 어떻게 뽐낼 것이며, 당신의 그 차고 넘치는 능력은 무엇으로 인정 받을까요? 무엇으로 보상을 받겠습니까? 세금으로 반절을 떼어가도 평등이 세상을 구원할 거라고 믿고 싶을 까요?

낭만적인 직접민주주의는 재난 공동체만을 모델로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위기에 닥친 대중이 서로 힘을 합해 위기를 돌파하는, 타인을 구원하고 돕는 아름다운 스토리. 그건 물론 인류의 힘이고 능력이며 진화의 동력이기도 합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었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이 당신의 차별된 행복?을 보장해줄까요? 그것이 당신이 애써 획득한 명품의 가치를 인정해줄까요? 출발선과 상관없이 1등만 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는 이 시대정신을 얼마나 보장해 주겠습니까? 그걸 정말 내가 좋아할까요? 내가 피땀 흘려 싸온 도시락을 매일 학급 아이들과 나눠먹는 상황을 말이죠. 매일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오로지 하루 종일 너의 도시락만 기다리는 이들과의 연대를 말이죠.

그 낭만적인 직접민주주의의 구호, 촛불로 포장한 시민혁명의 속내는 되게 비열합니다. 그건 일단 제로 세팅, 출발선으로 모두를 꾀어 되돌려 놓구선 그사이 저만 남들 모르게 달려 나가겠다는 속셈이 숨겨져 있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부패한 사법은 개혁하자며 표창장은 관례를 따라 위조해도 된다는 이들과 어깨를 걸고 싶습니까? 그 말을 믿는 겁니까?

그래서 세상은 민주화를 이뤄내겠다며 맨 앞에 선 자들 뒤에 숨어 몰래 고시에 합격한 이들이 더 잘 주물러 댈 수 있도록 산업화의 역군들을 자리에서 몰아내고 그대로 헌납한 세상이 아닙니까? 시민 혁명의 과실은 언 놈이 다 먹어치웠답니까? 그런 일이 역사마다 반복되어도, 우리는 그래도 전진하고 진화하는 역사의 나선형 발전에만 우리의 짧은 인생을 헌납해야 합니까?

그런 모순이 또 없습니다. 직접민주주의의 구호는 대중의 게으름을 무기로 독재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간교한 사탕발림 거짓 리더들의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건 그냥 달콤한 포퓰리즘에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맡긴 채, 어떤 판단도 위임하겠다며 쥐여주는 깃발과 구호를 반복 복창하는 멍청하고 게으른 대중들의 아편 같은 것입니다. 집회가 끝나고 나면 비서들,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행사장을 빠져나갈 그들과 같은 길바닥에서 어깨 한번, 구호 한 번 외쳤다고 평등해졌다 흐뭇해할 참으로 정직한 착각일 뿐입니다. 그게 좋습니까? 함께 찍은 셀카 한 장에 자신의 권리를 팔아먹는 게 그렇게 좋습니까?

 

 

좋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세상은 늘 그래 왔으니. 그래서 끼리끼리 다 해 먹는 꼴 보기 싫어, 사탕발림으로 속여대는 꼴 보기 싫어, 장부를 모두 나눠갖자, 똑같이 복사해서 다 같이 들여다보자고 시작된 블록체인/암호화폐는, 그래서 직접민주주의의 전당이 되어줄까요?

장부를 모두가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과 세상만사에 모두 나의 의견과 입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전자는 감시와 견제의 요건으로 훌륭하나 그것 때문에 세상만사에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귀찮음을 감당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인류가 대의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거 하라고 해도 못합니다. 친구들끼리 소풍을 가도 총무를 뽑는 판에 세상만사에 모두 투표를 하라니요. 그건 민주주의도 탈중앙화도 아닙니다. 그래서야 일상이 있기나 하겠습니까?

탈중앙화를 외치며 시작된 이 무브먼트는 실제론 탈중앙이라는 양의 탈을 쓴 먹튀 늑대들의 천국이었습니다. 그간 그래서 얼마나 털리셨습니까? 코인이 지갑에서 사라져야만 털린 거겠습니까? 날아간 시세는, 다들 그놈의 늑대들이 당신에게 직접민주주의의 환상을 뽕으로 놓고, 실은 너도 다 펌핑 때문에 눈이 흐려진 거 아니냐며 뒷장에 뭐가 쓰여있는지 모르는 코인 패를 폭탄 돌리기 하듯 돌린 거 아니겠습니까?

그놈의 탈중앙화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부자가 되고 싶은 거 아니냐구요.

그러면 세상은 역사는 누구를 부자로 만들었습니까? 부자가 된 이들은 무엇으로 부를 얻었습니까? 착한 일을 해서요? 공덕을 쌓아서요? 평등사회를 구현해서 얻었습니까? 네 그런다고 뻥을 치고는 인민을 착취해서 부를 구현했죠. 그건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되겠죠. (적당히 하자고 시작된 무브먼트가 이것이지만 말이죠.)

그러나 인류에게 부를 공급한 이들은 영웅들입니다. 소수의 영웅들, 이건희 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천재 한 명이 세상을 먹여 살려온 거 아니겠습니까? 도대체 인터넷 세상과 모바일 혁명은 촛불 든 대중이 만들었습니까? 인류를 가난에서 해방시킨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은 투표해서 일어났습니까? 그런 거 아니잖습니까? 누군가 부자 될려고 기를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거 아닙니까? 그 단 한 사람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몸부림에 비명을 질러댄 동료들, 대중들이 있고 그거에 반발해 만들어 낸 제도와 시스템이 사회를 동시에 성숙시킨 것 아닙니까?

그 반발이라고, 딱 그 정도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역할이란 딱 그것이라고. 부에 대한 손바뀜, 지지리도 부패해버린 낡은 장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 것이 없다는. 그래서 판바뀜, 전복이 필요하다는. 딱 그것입니다. 직접민주주의의 환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구요.

직접민주주의, 그것은 1984년의 동물 농장에서나 가능할 것입니다. 한마음 한뜻 그것은 만장일치가 일상인 독재시스템에서나 가능한 것입니다. 재난 상황이 아니고서는 공동체가 한마음 한뜻이 될 수는 없습니다. 얼굴도 다르고 목소리도 다르고 지문도 각기 다른 인류가 각자의 성향과 취향, 세계관과 신념에 따라 온갖 다양한 의견과 요구들이 만발하는 것이 미래사회입니다. 그것을 합의해 가고 조절해 가는 고도의 리더십이 등장해야 가능한 사회가 미래사회입니다. (가능할까요? 그래서 인류는 6번째 대멸종을 눈앞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 고차방정식을 누가 풀까요? MBTI 성향별 궁합도 다다르더만, 도대체 그 호불호로 누구와 어깨를 걸겠습니까? 꼴도 보기 싫은데 말이죠.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 탈중앙화 자율조직이 이 바닥에 신질서로 요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한때의 트렌드일 수가 없습니다. 중앙화 된 기존 질서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장착해야 할 필수불가결의 조건으로 요구되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니들은 기존 시스템과 뭐가 다른데? 무늬만 탈중앙 아니야? 그럼 기껏 잘해온 기존 시스템에 왜 반기를 드는 건데? 뭘까요? 그게 뭘까요? DAO는 어떻게 구현될까요? 구현이 가능하기는 할까요? 맨날 지연, 학연, 혈연으로 나누어져 편 가르기를 해댄 대중의 판단이란 것이 그리 현명하더랍니까? 조국기 부대와 태극기 부대가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묶이면 갑자기 집단지성을 발휘해 현명한 결정을 내어놓겠냔 말입니다. 그건 도대체 가능하긴 한 걸까요?

게다가 바라는 건, 높은 이자율과 환상적인 매도 타이밍을 안겨 줄 펌핑용 호재뿐인 늑대 동지들과 DAO라니요. 여차하면 손절할 매수 포지션만 노리는 기회주의자들과 DAO라니요. 허참, 쥐들과의 평화적 연대를 꿈꾼다는 고양이들의 구호 같기만 한 건 마법사만의 착각인지.

분산화된 장부의 핵심은 책임의 증명이고 자신의 말과 글에 대한 박제 수준의 맹세입니다. 그건 포퓰리즘으로 떡칠한 늑대들의 옥장판 피라미드가 아니라, 언론이 화장을 하고 정책이 변장을 시켜주는 말뿐이고 글뿐인 가짜 공약이 아닌, 빼도 박도 못하는 분산화된 기록, 돌판에 십계명을 새기듯 모두가 언제나 들여다볼 수 있는 수정과 삭제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에다가 너의 생각과 신념, 약속을 기록하겠다는 무시무시한 맹서盟書입니다.

그러나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입니다. 우주의 여섯 번의 인류 실험에서 매번 실패했던 바로 그 지점. 모두가 네오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바로 그 ‘ONE’의 이야기. 그것이 각자의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보상은 지구 밖 우주에 별빛처럼 쏟아지겠지요. 패스워드가 풀어진 암호화폐로 말이죠.

 

 

요즘 보니, 그게 뭔지도 모르는 바보 병신들이 십계명 돌판에다가 사탕발림 거짓말들을 마구 적어대다가 탈탈 털리기 시작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 이들이 벌려놓은 판에서 DAO를 해보겠다고 용을 써봐야 조국기 부대와 태극기 부대의 줄다리기 판에서 위태위태한 오징어 게임을 해대는 꼴만 봐야 할 겁니다. 자기 발 밑의 유리 판이 갈라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러니 지루하고 고통스러워도 <위즈덤 레이스>를 지속하십시오.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 양치기 산티아고가 되지 않고서는 DAO 세계의 NEO가 될 수 없습니다. 양치기 소년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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