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김슬아와 이슬아 사이 어딘가 아니 넘어 어딘가
[코인이즘 Koinism] Jan 19 2022 l M.멀린
한국에는 두 명의 슬아가 있다. 기업가치 4조원에 곧 IPO를 앞둔 스타트업 마켓컬리의 대표 김슬아와 독립출판계에 신성으로 떠오른 헤엄출판사의 대표 이슬아. 두 사람은 동명이고 같은 여성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딱히 연관되는 포인트가 없지만, 대한민국의 도전하는 여성으로서, 최근 몇 년간 주목받기 시작한 대표적 인물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창업 2년 차 때입니다. 피칭 100번 넘게 했어요. 100번요. 모두 실패했죠. 시리즈A 될까 말까 한 시점에 돈은 다 떨어졌어요. 돈이 없으니까, 불러만 주시면 무조건 피칭하러 갔거든요. 한번은 벤처캐피털 찾아갔더니 오피스에도 못 올라오게 하고 그냥 1층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사주고는 ‘아는 분이 소개해 만나긴 하는데 만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미안하다, 그냥 커피 한잔 마시고 돌아가시라’고 하세요. 그건 사실 괜찮죠.
마음에 상처도 있어요. (한 투자자는 피칭 끝난 뒤) 저보고 그랬어요. 사업도 좋고 사람(창업가)도 마음에 들어도, 투자를 안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당신 사업도 잘 모르겠고, 사람을 아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여자라서, 결혼도 해서, 애를 낳을지도 모르는, 그런 리스크도 있는데 내가 왜 투자를 하겠냐고요. 공동창업자 길남 님이 옆에 있다가 그냥 나가자고 했어요. 그때 제가 말씀드린 게, 사업에 대한 확신이 안 드시면, 그건 저희가 잘 설명을 못한 거고, 저를 모르시는 거는 제가 능력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못한 거고, 그런데 제가 여자인 거는 솔직히 바꿀 수가 없다. 그게 저라서 죄송하다. 만약에 그것까지도 제가 합격을 해야 하는 거면, 여기선 정말 투자받기가 힘들겠네요. 죄송하다고 말하고 나왔어요. 그게 좀 충격적이긴 했어요.”
이런 전설이야 쌔고 쌔지 않았나. 스타트업한다며 이런 경험담, 무용담 없다면 놀고 있는 거지. 그래도 여성이라는 신분은 그보다 더 핸디캡으로 작용하나 보다. 21세기, 한국에서, 여전히.
피칭 100번은 오디션 100번처럼 흔한 성공담의 레시피가 되었지만 실제로 그걸 행동에 옮기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니 우리 모두 닥치자. 문제는 어떻게 이룬 성과와 토대인데 그것 역시 유지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현실이다. 진짜 현실.
“결국 힘든 건, 사람 관련이었습니다. 사람을 신뢰하는 편이에요. 왜 성선설이냐 성악설 믿느냐 얘기하잖아요. 모셨던 분에겐 전권을 주고 최선의 보상을 했어요. 당시에 저보다 월급 많은 분들이 전체 직원의 70% 정도였죠. 근데 인간적으로 배신감을 느끼는 행동을 하거나, 예를 들어 도덕적인 이슈가 있을 땐 진짜 힘들었어요. 초창기 멤버 한 분이 구치소에 간 적이 있어요. 아침에 출근을 안 해요. 걱정돼 수소문하는데, 어머님이 전화 와서 옛날에 아들이 사고 친 것 때문에 구치소 갔다고. 그래서 면회도 갔었고요.”
문제는 언제나 사람이다. 답도 사람이고 문제도 사람이다. 여자 사람을 믿지 않던 그 투자자 역시 문제는 사람이었을 거다. 기껏 투자했더니 결혼한다고, 애 낳는다고 관둬버리는 이들을 얼마나 만났던 걸까. 여자 사람은 볼 필요도 없다고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박대를 당한 그녀 역시 성악설에 마음을 빼앗길 만큼 사람이 문제가 되는 건 마찬가지. 그래서 어떤 경영 구루는 스타트업 대표라면 성선설도 성악설도 아닌, ‘성약설’을 믿어야 한다고, 인간은 다 약해빠졌다고, 그걸 감당할 수 있겠냐고, 그게 리더라고 충언을 하기도 한다.
그의 창업론은 뭘까. 김 대표는 “극단적인 솔직함이 건강한 조직문화를 형성한다”고 잘라 말했다. 회사 동료는 친구가 아니고, 가족 같은 회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과 마음이 잘 맞을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일하면서 생기는 차이는 솔직하게 소통하면서 풀어나가되 끝내 같이 갈 수 없다면 빨리 헤어져야 한다는 지론이다.
“이 과정이 잘되면 조직 내 앙금이 남지 않지만, 감정이 쌓이다가 터지면 잔해를 줍느라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걸 배웠어요.”
그렇지. 가 ‘족’같은 회사는 몰라도 가족 같은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는 돈을 벌자고 모인 곳이지 함께 살자고 모인 곳이 아니니까. 회사는 가족이 아니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고 몸과 마음과 심지어 영혼까지 파는 곳이니까. 그런 곳에서 영혼의 소통, 영원한 공동체를 외치는 사기꾼들은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자신이 앞으로 무얼 경험할지 모른다.
김 대표는 창업을 해야 하는 이유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명확히 밝혔다. “돈이 벌고 싶어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가 창업의 이유라면 말리고 싶다”고 했다. 기업가치가 올라가더라도 실제 돈을 만질 수는 없기 때문에 그걸로 버티긴 어렵다는 것.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도 순진하다. 그는 “창업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불에 타고 있는 사업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시간을 매일 겪는다”고 했다. 다만 김 대표는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으면 하라”고 권했다. 확고한 신념이 있을 때만 도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그게 없으면 정말 매일매일 극복이 안 될 정도로 힘든 게 창업”이라고 다시 한번 힘줘 말했다.
IPO를 앞둔 스타트업 대표의 말치고는 시니컬하지만 솔직하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몰려온들 그게 다 내 돈이 아니다. 지분을 얼마를 갖고 있던 팔지 않으면 그냥 장부상의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연마다, 반기마다, 분기마다 숫자가 늘어날 것을 요구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당장 내쫓으려 든다. 누가 나보다 더 잘할까. 누가 창업자인 나보다 더 애를 쓸까. 이 시대 자본주의는 사과나무에 물을 주기보다 폭주 기관차의 제어할 수 없는 속력을 가속 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니 올라 탄 모든 이들은 언제 탈출할지만을 노심초사하는 스턴트맨 신세가 된 지 오래. 그건 신입직원에서 대표, 주주에 이르기까지 다르지 않다. 자, 뛰어내릴 준비는 됐니?
92년생 작가 이슬아는 지금 같은 세대 독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기존의 등단 방식 등 권위와 관행의 경로를 따라가는 대신 2018년 ‘일간 이슬아’라는 구독형 연재를 시작해 매일 0시 독자를 직접 찾아가는 산문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작가의 말대로 권위에 대한 저항이라기보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라는 주어진 과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이었고, 그를 지금까지 ‘연재노동자’로 자리매김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일간 이슬아’의 첫 시즌 연재를 끝낸 뒤 그는 ‘헤엄출판사’ 대표라는 명함을 하나 더 추가했고, 이곳에서 나온 책 5종이 지금까지 10만부 가까이 팔렸다. 그 밖에도 라디오 디제이, 뮤지션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오며 올해에는 전방위 예술가로 좀 더 활동 영역을 넓히고자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고 있다.
다른 슬아는 앞의 슬아와는 같으면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연재노동자로 자신의 직업을 정의하고 카페 알바, 누드모델, 웹툰 작가 등 투잡, 스리잡으로 생을 지탱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위해 시작한 일간 이슬아는 이메일로 자신의 에세이 한편을 매일 자정에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이다. 이게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는 그렇게 쓴 글들을 묶어 낸 책들이 호응을 얻어 10만부가 나갔다고 한다. 아는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많이 팔린 건지. 게다가 그 힘들다는 독립출판으로 말이다.
― 대학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일간 이슬아’를 시작해 1시즌부터 성공했다. 연재의 목적은 첫 시즌에 달성했고 작가 이슬아를 찾는 곳도 많아졌으니 매일 마감을 강제하는 연재 노동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계속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가장 크다. 단순한 집필이 아니라 기획부터 홍보까지 내가 매체의 기획자이고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수익률도 높고 내가 구축한 수익 모델이라 계속 활용하는 측면도 크다. 청탁받아 쓰는 글은 불안정성이 있고, 초기에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수정되는 경험도 많이 했다. 내가 쓰고 싶은 방식으로 쓰고 싶은 만큼 쓸 수 있어 힘들더라도 계속해나가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고 싶은 만큼. 그걸 누구나 꿈꾸지만 그건 혼자 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판타지와 같다. 많은 이들이 ‘우리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우리가 원하는 만큼’을 외치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동기와 방향의 차이가 담겨있는지는 도원결의의 순간에는 알 수가 없다. 움직임이 시작되고 각자의 속내와 동상이몽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감동적이었던 ‘우리’는 이내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성악설이 성선설을 집어삼키는 순간.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알고 보니 원하는 게 ‘우리’가 아니었다면, 이슬아처럼 하면 된다.
‘일간 이슬아’를 시작하고 얼마 후 그는 1인 출판사인 ‘헤엄출판사’를 설립하고 엄마아빠를 고용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를 비롯해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심신단련>, <깨끗한 존경> 등 4종의 책이 헤엄에서 출간됐다. 총 10만부가 나갔다. 이 작가는 ‘문학동네’에서도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부지런한 사랑>,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등 3종의 책을 펴냈다. 경기 파주에서 시작한 헤엄출판사는 올여름 서울 성북구 정릉으로 이전했다. 사옥 겸 가족의 집이다.
“장복희 팀장님은 책 재고 관리와 발주, 물류, 배본 작업을 맡고 계시고, 산업잠수사, 트럭 운전사 등 평생 몸 쓰는 일을 해온 이상웅 팀장님은 세무 업무와 책 배송 시 트럭 운전, 그외 힘쓰는 모든 일을 담당하세요. 저는 책을 기획하고 쓰고 홍보하는 일을 하고요. 제가 두 분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데, 내년에는 살림집을 독립 시켜 드릴 생각이에요(웃음).”
그렇지. 이거야말로 가족 같은 기업, 가족 같은 회사다. 아니 가족회사다. 가족 같은 회사는 정말 가족이어야 가능한가보다. 그렇게 ‘가족 같은’을 외치던 회사가 대표가 결국은 비밀유지서약과 근태관리, 비정규직에 집착하는 걸 보면 회사란 그저 돈 버는 곳일 뿐이다.
그런데 다른 슬아는 돈이 벌고 싶어 하는 창업은 말리고 싶다는데. 숫자로 표시되는 그것은 만질 수도 없고, 요즘 욕을 바가지로 먹는 모 플랫폼 회사 CEO처럼 주주, 직원의 안녕을 위협해가며 시장에 자기 지분을 던져버리는 만행을 저지르지 않고서야 내 것으로 만들 수도 없는데. 뭐 하러 창업할까?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아서 하는 것이라면 말릴 수가 없다만.
반면에 가족기업 헤엄출판사의 대표 이슬아는 시대의 흐름을 잘 타고 있는 영리한 수영선수인지 모른다. 그는 자신의 세계를 자신의 방식으로 구축하며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지금 그는 ‘왕성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일을 동시에 수행 중이다.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동생 찬희씨(28)와 결성한 듀오 밴드의 뮤지션 그리고 인기 강연자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지난여름 뮤지션 강산에, 장기하, 오혁 등이 소속된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에 들어갔다. 이 작가는 “그동안 작사·작곡한 곡들을 중심으로 내년에 음반 발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시트콤 드라마 제작을 기대한다. 2021년 늦은봄호 ‘일간 이슬아’에 연재한 ‘가녀장을 부탁해’ 시리즈에 내년 봄에 에피소드를 20편 정도 더 연재해 책으로 출간한 다음, 드라마로도 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가녀장을 부탁해’는 가부장제가 아닌 가녀장제가 된 이 작가 가족의 이야기다. 그런 그에게 장기적인 꿈이 있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가늘고 긴 작가 생활을 하고 싶다”였다. 그는 “짧고 굵은 것은 싫어요. 박완서·박경리 선생님처럼 가능한 오래오래 쓰고 싶어요”라고 말하고는 방긋 웃었다.
가족기업의 대표로서, 창작자로서, 개인으로서 이슬아는 어쩌면 시대상을 잘 이해하고 적응한 성공적! 인간형일 수 있다. 수많은 개인들이, 창작자들이, 그를 모델링하고 그와 같이 독립?을 넘어선 자립!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시도가 각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일어나 자립의 시대가 도래하길 마법사 역시 바라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의 욕구는 그것만으로는 갈급함을 해소할 수 없다. 모두가 가족회사를 한다면 진짜 가족 같은 기업은 누가 세우는가? 그게 불가능하다고, 회사는 돈 버는 곳일 뿐이라고 현실을 직면하면 그건 극복인가 매몰인가? 적응인가 회피인가? 회사가 가족 같은 곳이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의 마음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적이 아닌 가족이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이다. 누구나 혼자 작업하는 일, 혈연 가족과 작업하는 일로 만족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부족사회로 돌아가는 것이다. 부족사회로 돌아가자며 환경과 생태를 논하는 이들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해대었는지, 실은 우리를 돌려보내 놓고서는 이미 생겨나 버린 사회 공동체와 국가 공동체, 회사 공동체를 독식해대는 그들의 기만에 그동안 당한 세월이 오래지 않은가. 그래서 시작된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우주,
그건 아마도 진짜 가족 같은 회사, 아니 회사와 가족의 경계가 사라지고, 노동이 자본이 되고 자본이 노동이 되는 미래사회를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돈이 돈을 버는 투기장을 넘어 가능성에 투자하고 결실을 함께 누리는 이상향을 다시 외치고 있다. 이것은 이미 한세기전에 인류문명의 가능성이 아닌 공동생산, 공동소유의 부족사회로 돌아가자며 인간들을 현혹해 놓고선, 산업 문명의 결과물을 독식한 그들, 파시스트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 시스템은 몰수와 재분배가 아닌, 진짜 투자와 진짜 성장에 대해 말하고 있고, 고액의 증거금이 아니어도 88만원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미래세대에게 자본주의 사회의 미래를.
이해할 수도 없는 현상이 마구 벌어지기 시작한 이 세계에서 바라보자니, 죽기 전 후회할 거 같을 때만 해보라는 김슬아 대표의 이야기가 안쓰럽게 들린다. 그의 투자자들은, 백서 한 장의 가능성에 투자하고선 그게 여자인지 남자인지, 경력이 프로필이 어떤지 따위 묻지 않고 먹튀와 온갖 해킹의 위협에도 진짜 가족이 회사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지옥 같은 데스밸리를 몇 년째 버텨내고 있는 진짜 전우들이 아니다. 그는 그런 동지들을 만나보지 못한 채 이름뿐인, 숫자뿐인 IPO의 死地로, 자신과 동료들을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제단의 제물로 바치고 있는지 모른다. 오로지 폭주 기관차의 연료로 쓰일 뿐인. 무사히 탈출하시길. 그러나 동료들은 버려야 할 것이다.
천민 자본주의의 험난하고 척박한 대양에서 자신만의 수영장을 만들고 유유히 또한 차분히 헤엄쳐나가고 있는 이슬아 대표에게는 응원을 보낸다. 하지만 누구나 이슬아가 될 수는 없다. 누구나 이메일 구독 서비스를 발행한다고 1년 만에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을 수 없고, 엄마아빠와 함께 뚝딱뚝딱 만든 독립출판사가 단숨에 10만권을 팔아버릴 수도 없다. 그런 성공스토리는 세상에 널렸고 그의 방식은 그럼에도 신선하지만, 이 모든 건 온전히 이슬아의 몫이다. 그러니 누릴 자격이 충분하나 누구나 그걸 카피한다고 같은 결과가 구현되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후배들, 동료들에게 ‘너도 알아서 헤엄쳐 봐. 잘하면 나처럼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말하기에는 미안한 구석이 생겨나는 것이다. 물론 ‘글을 통해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위로하고 싶지 않고 공감이라는 단어로 묶이는 것도 불편하다’고 말하고 있는 이슬아는 헤엄을 치면서도 가르치려 들지는 않는 겸손한 인간이라는 걸 알고 있다. 계속 헤엄치시길. 그러나 대양에 둥둥 뜬 채 가라앉지 않으려 앙상한 잔해들에 매달려 버텨내고 있는 우리의 동료들, 후배들은 우짤까?
과업은 춘자에게. 거창하고 원대하며 당돌하며 가당치도 않은 과업을 흔쾌히 받아든 춘자는 어떻게 이 블록체인/암호화폐의 함선을 항해해 저 광활한 자본주의의 대양을 개척해 나갈 것인가? 아직 시작에 불과한 자본주의 대양의 대항해시대, 전인미답의 항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2022년을 맞이하여 지혜, 문명, 전쟁의 신 ‘아테나’로 각성한 춘자의 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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