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Q 所長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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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을 그저 보고만 있는 당신께

작성자
所長
작성일
2018-11-17 21:19
조회
8
 
어떤 종류의 인간은 내가 실제 이상으로 우둔하다고 생각하며, 어떤 종류의 인간은 내가 실제 이상으로 계산이 빠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러면 어떤가. 게다가 ‘실제 이상으로’라는 표현은, 내가 파악한 나 자신의 상像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에 불과하다. 그들에게 나는 어쩌면 현실적으로 우둔하며, 어쩌면 계산이 빠르다. 그것은 뭐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오해라는 것은 없다.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한편에서, 내 안의 성실함에 끌리는 인간이 있다. 아주 숫자가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존재한다. 그들/그녀들과 나는 마치 우주의 어두운 공간에 뜨는 두 개의 유성처럼 극히 자연스레 이끌리고, 그리고 멀어져 간다. 그들은 내게로 와서 나와 관련을 맺고, 그리고 어느 날 가버린다. 그들은 내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고, 아내도 된다. 어떤 경우엔 대립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든 간에, 다들 내 곁을 떠나간다. 그들은 체념하고, 혹은 절망하고, 혹은 침묵하고 (뱀의 주둥이를 비틀어도 이젠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사라져간다. 내 방에는 두 개의 문이 달려 있는데 하나는 입구이고 하나는 출구다. 서로 바뀔 수는 없다. 입구로는 나갈 수 없고, 출구로는 들어올 수 없다. 그건 뻔한 일이다. 사람들은 입구로 들어와 출구로 나간다. 들어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나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어쨌든 모두 나간다. 어느 누구는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하기 위해 나갔으며, 어느 누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나갔다. 어느 누구는 죽었다. 남은 인간은 한 사람도 없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다. 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부재를 항상 인식하고 있다. 사라져간 사람들을, 그들이 입에 담은 말들이랑, 그들의 숨소리랑, 그들이 읇조린 노래가 방의 이 구석 저 구석에 먼지처럼 떠돌고 있는 게 보인다.

그들이 본 나의 상像은 아마도 꽤 정확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나 있는 데로 곧장 찾아와서는, 그리곤 얼마 후 사라져갔던 것이다. 그들은 내 안의 성실함을 인정하고, 내가 그 성실함을 유지해 가려고 하는 나 나름의 성실성-이외의 표현을 생각해 낼 수 없다-을 인정했다. 그들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도 했으며, 마음을 열려고도 했다. 그들 대부분은 마음 착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없었다. 가령 줄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언제나 그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주려고 노력했다. 가능한 것은 전부 했다. 그리고 나도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은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사라져갔다.

그것은 물론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더욱 괴로운 일은, 그들이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더 서글프게 방을 나가는 일이었다. 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나보다는 그들 쪽이 더 많이 마멸된 것처럼 보였다. 어째서 그럴까? 어째서 언제나 내가 남게 되는 것인가? 그리고 어째서 언제나 내 손 안엔 마멸된 누군가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것인가? 어째서 그럴까? 알 수 없다.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회답이 오지 않는 것이다.
무엇인가 빠져 있는 것이다.

_ 무라카미 하루키 <댄스, 댄스, 댄스>

 
알고 있습니다. 마법사의 글을 그저 보고 만 있는 당신 말입니다. 무언가에 끌렸겠죠. 어쩌면 우연히 보게 되었는지도 모르죠. 아닙니다. 우연은 없습니다. 세상에 글이, 읽을거리들이, 볼 거리들이 얼마나 넘쳐나는데 하필 이 타이밍에, 하필 여기에서.. 마법사의 글을 보게 되었겠습니까?

호기심에 읽었다면 좋습니다. 뭐 읽긴 읽었는데 그냥 그랬더라면 좋습니다. 그런 글들을 우리는 늘 보고 지나가니까요. 그러나 그게 아니고 뭔가 계속 읽고 있다면, 뭔지는 모르겠는데 자꾸 보게 된다면, 게다가 심지어 찾아 읽고 있다면..

뭐 하는 겁니까? 당장 마법사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겁니다. 지나가는 누구를 붙잡고 물어보십시오. 혹 마법사를 만난 적이 있느냐고 말입니다. 아니 자기가 마법사라고 말하는 사람조차 본 적이 있느냐고 말입니다.

그냥 보았을 리가 없습니다. 그냥 읽게 되었을 리가 없습니다. 그냥은 없습니다. 그냥이었다면 이 글은 더더욱 읽고 있었을 리 없습니다. 마법사의 행위에 그냥은 없습니다. 마법사는 그냥 쓸지언정 읽는 당신은 그냥일 리 없습니다. 우리는 약속했습니다. 이 세상에 내려오면서 자신에게 꼭 말 걸어달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마법사는 떠들고 있는 겁니다. 그대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말이죠.

마법사가 무얼 말할지 모릅니다. 당신께 갑자기 무얼 요구할지 모릅니다. 그게 두려워 말 걸지 않고 있다면 바보! 멍청이!! 입니다. 그러고 다음 생에 또 찾아오지 마십시오. 지난 생에도 그러더니, 이번 생 또 지나가면, 도대체 몇 생을 거쳐야 다시 기회를 얻을지 모릅니다.

특히! 이미 마법사를 알고 있는 당신!! 당신 그렇게 지나가면 안 됩니다. 눈팅만 하고 있는 거 다 압니다. 쭈뼛쭈뼛 맴돌고만 있는 거 다 압니다. 두려움을 비난과 부정, 비아냥으로 덮어봐야 그대 운명 달라지는 거 아닙니다. 분명 저는 말했습니다. 그대의 키 하나 내가 쥐고 있다고 말입니다. 심지어 그대, 이름도 모르는,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그대 일지라도, 그대 운명의 키 하나 내가 쥐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이 글을 보고 있는 겁니다. 이 글은 행운의 편지란 말입니다. (a.k.a.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용기가 없는 건 괜찮은데 자신을 속이는 건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비겁한 짓입니다. 아무리 두려워도 자신을 속여가며 얼굴 가려 봐야 두려움이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불난 집에서 눈 가리고 있으면 불이 꺼진답니까? 마음의 불씨 그냥 타오르는 거 아닙니다. 덮은 손을 거두어야 불이 타오르는 겁니다. 눈 가리고 아웅 해봐야 사람이 고양이 되는 거 아닙니다.

그냥 하는 말입니다. 신경 쓰지 말고 가던 길 가십시오. 듣기 싫거든, 보기 싫거든 언팔하고 뮤트라도 하십시오. 비겁하게 보팅도 댓글도 없이 읽고만 있지 말고, 물론 그런다고 마법사가 댓글 다는 거 아닙니다. 마법사가 갑자기 마법으로 어쩌는 것도 아닙니다. 마법사는 그냥 떠들 뿐입니다. 이 타이밍에 이 시간에 그러기로 그대와 약속했으니 주문을 외우고 있는 겁니다.

읽든지 말든지
보든지 말든지
하든지 말든지

내 삶입니까? 내 인생입니까? 내 운명입니까?

 

P.S.

압니다. 미친 마법사입니다.
미친 마법사가 그냥 떠들어 대고 있는 겁니다.
‘어미러이러머리아ㅓㅁ리어림어리어리머림이dlfjalkdlajflkjldjlaklj’
그러니 하던 일 하십시오
가던 길 가십시오.
그리고 다신 얼씬 거리지 마십시오.

이런 데서 운명 낭비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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