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나도 모르게 숨겨 놓은 마드리드
[CITY 100] Jun 16. 2023 l M.멀린

지구 여행을, 세어보니 얼추 30개국 100여 개 도시 이상을 다닌 듯하다. 게다가 유럽의 도시들은 그게 그거고 이게 저거고 해서, 서양 사람 동양인 분간 못 하듯, 표지판 가리고 보면 어디가 어딘지 모를 만큼 비슷한데. 여기 마드리드는 그렇지가 않구나.
물론 형식이나 모양은 다른 게 없는데, 오래된 도시가 매우 현대적인 세련됨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모습이 딱 ‘명품 도시’ 그 자체인듯 하다. 여기를 여태 남겨 놓았다.
샅샅이 훑은 건 아니지만, 나름 유럽 여기저기를 다닌다고 다녔는데 여기 마드리드는 왜 남겨 놓았을까? 물론 처음 온 건 아니고 지나치듯 들리기도, 잠시 머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 마드리드는 아직 새롭다.
이러다 더 재미 난 게 없어지면 어떡하지?
여행을 취향으로 사는 건, 처음에는 끝도 없는 바닷속을 헤집고 다니는 듯하지만, 가다가다 보면 지구도 작은 것, 뭐 새로울 게 있나 싶어지는 거다. 간 데를 또 가고 새롭다고 가봐야 크게 다를 게 없는, ‘일상’이 돼버리면 시들해지기도 하는데. 그런 참에 마드리드는 지구는 작아도 세상은 넓다는 걸 새삼 실감케 해주는 면모가 있다.
여기 왜, 이렇게 컬러풀 할까? 도시의 색이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잘 정돈된 거리와 고풍스런 건물들. 가까이 다가보면 영락없이 18세기, 19세기의 그것들인데 청담동 한복판을 걷는 것 같이 현대적이다. 게다가 간판, 광고물, 싸인들은 예술심사라도 하는 건지. 왜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그것조차 여기서는 다른 퀄리티를 보여 주는 걸까? 마드리드 시민은 특별한가?

아직 모른다. 나는 마드리드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마치 다음에 먹으려고 꼭꼭 숨겨놓은 꿀단지 마냥, 꺼내보지 않고 간직해 두고 싶은 무엇이다. 나도 모르게 남겨 놓은 그것이다.
아 그렇지, 아직 볼 게 남았구나. 갈 곳이 남았구나.
그런 마음이 든다는 건 세상 더 새로울 게 없는, 살 만큼 산 사람의 그것으로부터 새로 태어나는 일이다. 뭘 해도 시큰둥한 마음에다 열정의 기름을 확 부어준다면, 그게 무엇이든, 누구라도. 인생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지친 마법사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해 주는 것인 게지.
당신도 그런 계기를 만나게 된다면 좋겠다. 반복되는 일상에 나도 모르게 숨겨 놓은 마드리드가 있다면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걸. 시즌 종료의 아쉬움을 달래 줄 숨은 스핀오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기쁨이란!
그리고 이 도시의 컬러풀은 하늘빛으로부터 나온다. 건조하고 신선한 공기, 그리고 눈부신 태양 빛이 쏟아내는 하늘의 빛깔. 그것이 이 도시의 색을 부여해 주는 것이다. 그러니 눈으로 봐야지. 뚜벅뚜벅 걸어와 쏟아지는 햇살이 연출한 마드리드의 총 천연색을 눈에 담아야지.
아직 남았구나.
살아갈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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