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그럼에도 업業은 계속된다
[코인이즘 Koinism] May 14. 2022 l M.멀린
루나의 몰락을 마주하며 많은 이들이 깊은 상실감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물론 마법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손실액으로 따지자면 크지 않을지 모르지만, 기대수익, 한참 잘나가던 (바로 며칠 전, 몇 주 전) 그때의 그것으로부터 생각하면 아쉽고 아찔하고 허탈하고 뭐 그렇습니다. 게다가 포트폴리오에서 언제나 안전망으로 여겨지던 신뢰 자산이었던 터라, 고속도로 위를 달리던 차가 갑자기 출렁다리위에 놓여진 듯 엄습하는 불안감은 쉽게 다룰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멘탈을 단단히 붙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사기고 도박이라는 이 위험천만의 업業에서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것은 알고리즘이나 숫자로 보증될 수 없는 것일 텐데 루나의 그것은 달콤한 유혹이 아니었는가, 과연 이 업業의 본질에 충실한 것이었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아직도 루나와 알고리즘 스테이블이 추구하는 그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한다 한들, 그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스테이블이 과연 삶과 자본의 안정성을 얼마나 보장해줄 수 있을까 회의적입니다. 인간은 이렇게나 충동적이고 공포에 무력한데 말이죠. 그걸 시스템으로 얼마나 제어할 수 있을까요?
돌아보면 루나의 상승에 좋아라 한 마법사 역시 무지성 투자를 한 것이었군요. 이제 와 온갖 자료들을 다 찾아보아도 그 알고리즘 스테이블의 매커니즘조차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 뭘 믿고 덥석 뛰어들었을까요? 오른다니까, 저렇게 떨어지지도 않고 마구 달리는 걸, 밀렸다가도 금세 회복하는 걸 뭘 연구하고 뜯어보고 할 새가 있었겠습니까? 인생은 타이밍인데. 그리고 그 타이밍에 따라 함께 미끄러져 내렸으니 틀린 것도 잘못한 것도 없습니다. 인생이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그런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루나 말고 다른 많은 코인들이 진즉부터 잘도 타고 오르내렸습니다. 대장인 비트조차 망치로 때려 맞은 세월이 얼마요. 폭망의 저주를 감당한 시간이 얼마입니까? 그런 면에서 승승장구해 온 루나의 그것은 기적처럼 받아들여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물극필반의 원리는 루나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최악의 시점, 최악의 시나리오로 무너져 내렸으니 오히려 그것은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가 있고, 오르기만 하는 것도 내리기만 하는 것도 아니라는 인생의 진리를 되새기게 해줍니다. 그러니 모두에게 희망이 있고 모두에게 닥쳐올 수 있는 현실인 것이겠죠.
무엇이 남았습니까? 루나 홀더이긴 했어도 루나의 커뮤니티 멤버는 아니었던 탓에 마법사는 루나의 커뮤니티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어떻게 상호작용해 왔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커뮤니티의 역량은 위기에 드러나는 법인데 이번 사태를 보자면 과연 루나에 커뮤니티라 할만한 무엇이 있었는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루나틱’이라는 팬덤은 있었던 것 같더군요.
종교가 역할을 잃어가면서 현대 사회는 그 자리를 팬덤이 대체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팬덤은 커뮤니티가 아닙니다. 그들은 맹목적이고 맹신적이지요. 위임되어 있고 대리해주길 바랍니다. 영웅이 말이죠. 신적 존재인 셀럽이 스타가 그것을 대신해 주길 바랍니다. 그러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천국이 도래하는 것이지요. 나보다 잘난 그들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테니까요. 개인의 무력함과 귀찮음을 팬심으로 대체하면 인생은 매우 쉬워 보입니다. 그러나 삶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합니다.
커뮤니티는 골치 아프고 짜증 납니다. 무슨 말만 하면 비판과 비난을 퍼부어대는 경쟁자들이 시어머니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리더는 언제나 설득하고 감내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골치 아픔을 달고 삽니다. 그럴 때 팬덤은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를 망가뜨리는 손쉬운 통치 수단이 됩니다. 그들은 리더와 자신을 동일시 하며 무지성으로 리더를 추앙해댑니다. 세력이 생겨나고 막강한 힘으로 무장한 듯 호위를 해대지만 정작 그 장벽 때문에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리더는 팬덤을 이끌고 피리를 불며 모두 함께 ‘방만의 절벽’을 향해 달려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 업業에도 그간 그런 일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루나는 정말 운이 좋았나 봅니다.
‘루나틱’이 팬덤이었는지 커뮤니티였는지는 앞으로 더 알게 되겠지요. 팬덤은 사라져도 커뮤니티는 재건됩니다. 커뮤니티에는 구성원 개개인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기에 어디선간 송곳 같은 인간들이 등장하고 다시 싹이 자라나 누군가 이어받고 생태계를 복원해가기 마련입니다. 진짜 시대정신은 밟아도 뿌리 뻗는 잔디풀 같습니다. 그건 말 그대로 ‘정신’이기에 하나의 리더, 하나의 인물로 대리되지 않습니다. 이 업業은 그런 시대정신으로부터 탄생했습니다. 누군지 모르는 ‘사토시 나카모토’로부터 시작된 시대정신. 우리는 사토시를 셀럽으로 군주로 모시는 팬덤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는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이 업業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루나틱이 팬덤을 넘어 커뮤니티가 되는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여기 스팀잇은 이미 아주 오래전에 그것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누가 떠나가도, 누군가 다시 그것을 이어받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또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진짜 커뮤니티들이 이 업業에 얼마나 됩니까?
꽤나 오른 루나를 팔아 스팀을 추매하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마법사의 욕심이 과했나 봅니다. 결국 이렇게 타이밍을 놓치고 허탈해졌습니다. 루나의 블럭이 멈추고, 노드가 가동을 중단하는 걸 보며 스팀이 휴지 조각이 될 때 누가 남아 노드를 가동하고 블럭을 이어갈까 생각해 봅니다. 그게 마법사이길 바라고 그렇게 하겠다고 이미 약속했고 그러나 그럴 일이 없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기는 팬덤 따위는 없는 ‘커뮤니티’이니까요.
이번 일로 상실감이 클 루나 홀더 스티미언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어쩌면 전 자산을 상실했을지도 모를 스티미언들에게는 그럼에도 용기를 잃지 말고 이곳에 짧은 말이라도 글쓰기를 이어가시길, 그렇게라도 이 업業의 현장에 남아 도래할 성장의 환희를 같이 경험하길 바랍니다. 루나 때문에 환희도 경험하고 절망도 경험했으니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온갖 마이너스의 역사 속에서도 커뮤니티를 단단히 다져 온 여기, 스팀잇은 기대해볼 만합니다. 이런 일을 겪을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스팀잇을 넘어 이 업業은 언제나 그랬고, 그런 역경 속에서도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루나 역시 그런 경험의 한 페이지를 제공해 주었구요.
크게 보고 멀리 보며,
이 업業을 팬덤이 아닌 커뮤니티로 여기고,
고난의 총량과 행운의 총량을 비교하며
매일매일을 성실하고 충만하게 경험해 간다면,
스팀만배의 역사 역시
착각이나 신기루가 아닌
미래기억이었음을
언제가 모두 함께
경험하게 될 겁니다.
그때에
우리는 이곳에서
함께 그 현장을 맞이합시다.
물론 뭘 해보지도 못하고
루나처럼 휴지 조각이 되더라도
여기서 다시
어떻게 노드를 재건할지
커뮤니티를 이어갈지
갑론을박하더라도
도망치지 않고
상호작용을 이어갑시다.
그 현장에 마법사가 있을 겁니다.
이 업業은 그럼에도 계속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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