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잘 모르겠다 NFT

by mmerlin

[코인이즘 Koinism] Feb 20. 2022 l M.멀린

 

 

그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이런저런 전망과 시도가 나오고 있지만 이게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지, 어떻게 성장해갈 것인지 명확하게 아는 누구도 없을 것이다. 다만 이미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현상의 이면에는 다양한 욕구와 관심이 있는 것이니 각각의 관점에서 전망해 볼 뿐.

투자와 후원,

마법사는 이에 관해 딱 두 가지 관점으로만 분류해 보고 있다. 처음 시작된 현상처럼 셀럽들의 무엇을 소장한다는 전통적 의미의 예술품/소장품 투자. 이것은 이름과 명성을 사는 것이니 쉽게 이해할만하다. 너가 셀럽이 아닐 뿐. 대신 아무도 안사면 생겨나지 않는 가치를 어케 이 바닥 얼리어답터들의 자발적 열광(이라 쓰고 몸빵이라 읽는)으로 말미암아 시세가 생겨나고 (물론 자전거래를 통한 가치 양산도 한몫했지만) 부나방들이 뒤를 받치는 바람에 시장이 형성되어 버렸다. 그럼 된 거지. 누가 물 사 먹는 세상을 상상했던가.

게다가 기존 셀럽들의 사이드 수익 창구로 머물 줄 알았던 이 시장이 자체적으로 NEW 셀럽들을 제조해 냄으로써, ‘새로운 플랫폼에는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기 마련이다’라는 공식을 충족시키기 시작했다. 역시 이 바닥의 진화도 원숭이들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이것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현실 버전인가? 아님 혹성탈출의 실사판인가?

어쨌거나 원숭이들의 등장은 이 판이 유튜버, 스티리머 처럼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킬 수 있는 New Economy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듯하기도 하다. 이건 뭐라 부르지. NFTer? NFTist? NFT충??

한편 이 新산업은 ICO 모델을 변칙적으로 끌어당기는 고급기술을 구사하기도 했는데, 2018년 불어온 Crypto Winter Season 이후로 각국의 여러 규제와 견제의 칼날이 코인 마켓을 내리치며 ICO 붐은 빠르게 사그러들었다. 매일같이 수많은 코인 프로젝트들이 ICO를 해대던 초기 붐은 멈추고, 대신 기존 발행된 코인을 스테이킹하면 새로운 코인을 주는 디파이 구조가 그 자리를 파고들었다. 기왕에 물려버렸는데 이걸 어째. 비자발적 장기투자의 공백을 이자로 메꿔줄게, 대신 (언제 어떻게 쓰일지 모를) 새로운 코인을 주지. 이걸로 뭘하냐고? 아, 우리 코인의 정책 결정을 할 거버넌스 지분을 확보하는 거야.

팔게 그것 밖에 더 있겠나. 실체 없는 코인 프로젝트들이 팔아먹을 것은 의결권뿐이니. 뭘 할지도 모르겠는 코인의 의사결정 지분을 상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근데 그게 크립토 정신에 의하면 원래 코인 홀더들이 자동으로 가지게 되는 권리 아닌감? 탈중앙이라며. 그걸 또 팔아먹다니 대다나다.) 그거라도 주워야지 어쩌겠어. 글고 또 알아. 떡상할지?

게다가 코로나. 덕분에 마구 풀려버린 유동성을 이 이자놀이가 참으로 잘도 빨아먹었다. 물론 찍 한번 싸고 바로 현자타임에 돌입해서는 발기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조루 그래프로 떡칠을 한 채. 그것들이 그래도 시장을 버텨주기는 했다. 그런데 말이지. 이게 대놓고 돈 놓고 돈 먹기라 먹튀하는 것들이 좀 많아야지. 곗돈은 들고 튀는 게 인지상정인 거 아니겠어.

당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털릴 만큼 털리고 디파이, 쵸코파이 아니 빅파이보다 못한 디파이 거들떠보기도 싫어 질 때쯤,

‘얘들아 우리는 멤버십이야 아무나 못한다구, 어중이떠중이 안 받을 거야. 그리고 우리는 숫자만 적힌 코인이 아니고 그림도 준단다. 원숭이 프로필, 이게 회원증이야. 이거 가지면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어.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말야. 원숭이가 호모 사피엔스 될 때쯤? ) 근데 넌 하얗니? 화이트리스트에 들었냐고? 어허 이제 공짜는 없어. 댓글도 달고 홍보도 하고 우리가 시키는 미션도 좀 해야지. 그래야 원숭이 카드를 받을 수 있어. 그래야 우리 클럽에 입장이 가능하다구. 너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여기 좀 핫해.’

그런 거지. 이게 기존 것들과 뭐가 다르다고 그 원숭이 프로필 하나 받으려고 난리들이 났다. 그런데 멍청한 대중의 호주머니는 ‘난리’가 털어먹는다고. 그걸 모르면 현대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암튼 다들 몰려서 미팅도 소개팅도 아닌 민팅을 해대는 거야. 클럽장이 시키는 대로 부비부비 클릭질을 열라 해대며 아파트 청약하던 버릇으로 일단 줄 서고 보는 거야. 이게 그 ICO의 프리 세일, 프라이빗 세일과 뭐가 다르다고. 아니 같은 거지. 그냥 원숭이 카드 하나 더 주는 거지. 실체 없는 것(아니 카드가 있잖아)도 똑같고 핑크빛 백서도 똑같고 먹튀 가능성도 달라진 게 없는데, 다들 열광하니 일단 폭탄 돌리기 폰지 피라미드에 선착함 되는 거 아냐?

그럼 또 어떻겠어? 이놈이 먹을 거 저놈이 먹고, 부동산 떴다방이 먹을 거 스캐머들이 먹어도 다 돈이 도는 거니까. 안 도는 것보다 낫고 내가 입주해 있는 새로운 단지에서 도는 거는 결국 이 판을 키우는 거니까. 원숭이들 패션쇼나 흐뭇하게 구경하면 되는 거지. 그런데 그게 말이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뻘짓도 계속하면 도덕이 되고 윤리가 된다고. 새로운 인식을, 아니 크립토 정신의 중요한 원리를 강화시켜 주고 있는데 말이지.

그건 멤버십이야.

그래 멤버십. 그게 없었지 뭐야. 이놈의 크립토 세계에 정작 멤버십이 없으니. 그게 얼마나 중요한데 그게 없었단 말야. 그니까 크립토의 핵심은 뭐야? 커뮤니티라고. 그건 지겹게 들었자나? 누가, 이 코인을 쓰는 멤버들이 있어야지. 미국 커뮤니티가 쓰는 화폐가 달러고 한국 커뮤니티가 쓰는 화폐가 원화고. 그러니까 이 시대의 국적은 여권에 적힌 게 아니라 어떤 화폐를 쓰는가 인 거야. 한국말 쓴다고 한국인이 아니라 재산이 원화로 되어 있어야지. 달러로 모든 재산을 가지고 있는 놈이 어느 나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겠어? 그건 당연한 거야. 재물이 있는 곳에 너의 소속이 있는 거야. 그게 자본주의 사회의 최종 소속이라구. (미국 주식에 몰빵한 너는 미국이 잘 돼야겠니? 한국이 잘 돼야겠니?)

그럼 코인 홀더는 뭐야? 동포지 뭐야. 같은 국민이고. 그런데 그걸 맨날 샀다 팔아. 그럼 동포야? 멤버야? 우린 하나야? 어제는 스팀 국민이었다가 오늘은 리플 국민이야. 그럼 어제 한 논의는 누구랑 쇼부를 봐야 하는 거야? 그니까 그게 문제라고 멤버십이 절차와 규정에 의해서 확정되어야 누구랑 논의를 하고 합의를 하지. 어제는 내 남편이었다가 내일은 옆집 남편이 될 놈하고 무슨 합의를 봐. 결혼도 안했는데 무슨 이혼을 해. 어느 역에서 내릴지 모를 남들하고 무슨 지하철의 백년대계를 논하겠어. 그니까 입탈퇴와 임기, 기한이 분명하게 확정되어야 뭐라도 얘기를 시작해 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러니까 스테이킹을 하라고. 우리 코인을 얼마나 홀딩할 거냐고. 그래야 너랑 논.의.를 하지.

여기 이 공간에서도 그 당연한 전제 없이 고래전쟁을 해댔으니. 우리의 확정된 소속이란 인간이란 것밖에 더 있었을까? 아니 그마저도 로그아웃하고 사라지면 나랑 댓글전쟁을 하던 니가 봇인지 인간인지 알 수도 없는데 어떻게 나의 스파를 너의 포스팅에, 이 커뮤니티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내놓을 수 있겠어. 오늘 회의의 멤버와 내일 회의의 멤버가 다르다면 이 커뮤니티의 규칙은 누구와 어떻게 새울 거며 세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주인장한테나 소중하지 내일 떠날 장돌뱅이한테야 거위가 무슨 소용이겠어. 근데 그 NFT 덕에 원숭이로 돌아가서 다시 진화를 시작하게 된 거야. 그니까 너 주민증이 있니? 멤버십 회원증이 있냐고? 아, 오케이. 그럼 국무회의에 참여할 수 있어. 우린 DAO 거든.

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 탈중앙화 자율조직

신기한 일이다. 역시 진화의 방향은 돌릴 수가 없구나. NFT가 DAO와 만나다니. 뭐 수많은 먹튀의 결과이니. 피는 흘릴 만큼 흘렸다. 이놈들이 스캠인지 아닌지, 지들 멋대로 보상기준을 바꾸는지 코인을 팔아제낄 건지. 그래도 믿을 만하다고 들어갔다 교묘하게 튀어버린 전례들이 DAO의 압력을 강화시켰고, 그걸 하려니까, 그러니까 아예 처음부터 우리 말 잘 들을 것 같은(?) 아니 좋게 말해서 소통의 의지를 가진, 아니 그것을 팬심으로 증명하는 이들과 커뮤니티 멤버십을 시작하겠다, 뭐 그런 긍정적인 효과를 파생시키고 있는 거라는 생각은 마법사의 착각일까?

NFT가 기본적으로 팬심과 덕심을 기반으로 하는 셀럽 시장이라면 이 새롭게 탄생하는 셀럽들은 개인이나 예술가, 창작자만이 아닌 어떤 프로젝트, 사업, 비즈니스일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시작은 NFT를 당장 접목하기 좋은 게임 프로젝트들부터인 듯하다. 우리가 이런 게임을 만들려고 해. 그리고 시작부터 팬덤을 멤버십을 모을 거야. 그럼 같이 개발에 동참할 수도 있고 게임이 시작되면 너가 싼값에 민팅한 캐릭터로 게임을 즐길 수도, 팔아서 돈을 벌 수도 있어. 물론 중요한 의사결정은 멤버십 회원들의 DAO를 통해 결정되지. 어때 민주주의지?

잘 모르겠다만, 이게 주식회사의 주주, 이사회와 뭐가 다른 건지도 모르겠다만, 어쨌든 잔뜩 썩어버린, 고착되어버린 기존 주식회사 구조를 한번 뒤집었다면 그것도 바람직한 현상이리라. 그리고 이번에는 DAO, 탈중앙화된 자율적 의사결정, 그것이 가능할까?

*그런 의미에서, 불특정 다수의 무책임한 DAO 구조 속에서 고래전쟁을 치러대던 여기 이 공간에서 [[스팀시티]](http://stimcity.net/)는 진작에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도입하여 [<위즈덤 레이스>](https://steemit.com/created/hive-102798)라는 멤버십 조건을 내걸었고, 400개의 포스팅을 완료한 이들이 [스팀시티]의 시민이 될 수 있는 민팅 자격을 획득하도록 설계되었다. (참으로 까다롭고 매니악하다) 물론 제공되는 NFT 프로필은 [[Human Library]](http://stimcity.net/human-library)에 서재 형태로 개설되어 있다. 차후에는 이것들이 추천권의 형태로 가치를 획득하게 될 것이다. <위즈덤 러너>는 50편의 포스팅마다 1개씩 주어지는 추천권을 행사하여 [스팀시티] 커뮤니티 센터의 입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비용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프리미엄도 붙겠지? 암시장도 열릴까? 물론 진정한 의미의 DAO를 구현하는 최초의? 아니 최고의 크립토 시티가 될 거란 예언을 마법사는 거두지 않고 있는 바이다. 게다가 비용은 337 스팀으로 고정되어 있으니 얼마나 저렴한가? (스팀이 만배가 되면 물론 초고가 될 예정이긴 하다)

어쨌거나 역사는 자중지란에 의한 어부지리가 불러온 물극필반으로 진화해 가는 것이니, 농업 대지주들에게서 부를 이전시키려던 산업 부르주아들이 (99%의 욕심과 1%의 양심으로) 노예와 여성들을 해방시킴으로써 인류의 민주주의를 진보시켰듯, 썩을 대로 썩어 자신들도 탈출구를 모르겠다는 산업 부르주아들에게서 부를 이전시키려는 크립토 전사들이 (99%의 펌핑 기대 심리와 1%의 탈중앙화 이념으로) 새로운 세대를 해방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새로운 세대는 누구일까? 성인이 되어서도 유희왕 카드를 수집해대던 버릇으로 NFT 카드에 열광하는 오타쿠들일까?

ICO 규제의 법망을 피해 NFT 카드를 남발하는 이 산업의 나비효과가 우발적으로라도 실물경제를 크립토 시스템에 편입시키고 투자처를 잃은 대기 자금을 빠르게 흡수하면 좋겠다. (이미 그런 듯) 그 과정에서, 광대, 딴따라로 불리던 글쟁이, 그림쟁이, 연기쟁이들이 미디어 산업의 나비효과로 예술가의 지위를 획득했듯 이제는 본격적인 자본가의 대열에 들어설 수 있음 더욱 좋겠다. 물론 광대, 딴따라질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자본가의 지위를 획득한 지는 오래지만, 그것이 진짜 Fan들의 Pick이 아닌, 광고쟁이들이 분칠해 만들어진 Star에 식상한지 오래가 아닌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백명, 천명의 팬덤으로도 지속가능한 광대질이 가능한 유토피아가 여기, 스팀잇에서 이루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리가 한때 꾸었던 꿈은 그냥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린 건가? 정말 그런 건가? BTS의 팬덤과 천문학적 수입은 나의 급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강 건너 남 일이지만, 여기 스팀잇에서 발굴된 라이징 스타의 매출이 고스란히 스팀 시세에 반영되어 스팀이 만배가는 날이 가능하다고 부풀었던 우리의 꿈은 이 NFT 열풍에도 고리 쩍 이야기로 잊혀 버린 건가? 컨텐츠에 대한 보상이 핵심이라는 웹 3.0시대의 도래를 맞이하면서도 우리는 따박따박 꽂히는 이자 맛에 심취하여 언제 털릴지 모르는 곗돈만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개발도 발전도 없이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난파선에서 화단이나 가꾸며 고추가 열렸다 상추가 자라났다 오늘 밥상 해결됐으니 되었다 자족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나 그럼에도 컨텐츠는 영원하다. 100년 뒤에도 1,000년 뒤에도 우리가 아는 모든 코인이 사라져도 나의 포스팅은 블록체인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을 테니. 채굴해야 할 것은 나의 포스팅이요. 팔아야 할 것은 너와 나의 관심이니, 서로가 서로의 팬이 될 수는 없는가? 생산자가 곧 소비자가 되는 이상적 시장이 이곳에서는 불가능한가?
ziph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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