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지말 것을 권고한다
창조와 파괴는
신성의 기본속성인데
파괴를 빼내어
피조물 즉 악마에게 주어버림으로써
우리는 반쪽짜리 신,
온전하지 못한 신을 만나게 된다.
신의 파괴적 속성을
파괴 그자체로 인식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신의 권능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악마와 대적하는 위치에
신을 놓아두게 되면
우리를 신의 권능과 보호 아래 있는 게 아니라,
신을 보호하기 위해
악마와 맞서 싸워야 하는 짐을 지게 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그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신에게 파괴적 본성을 돌려 놓을 때에야
우리는 그의 안식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신은 여지없이
너를 십자가에 매달아 파괴할 것이다.
피땀을 흘리며 밤새 간청해도
어찌 나를 버리시냐고 애원해도
신은 가차없이 너를 파괴할 것이다.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활이,
파괴 뒤에야
가능한 거듭남이
신의 권능을 드러내는 것이다.
파괴의 신이
너의 목을 겨누고 있다.
너는 신을 이길 수 없다.
피하지말 것을 권고한다.
신을 악마로 몰며
대적하지 말것을 충언한다
부활이 기다리고 있으니.
[2017. 03. 26_ Verna, Italy]
그림 없는 그림책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