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밥 찬밥
기회는
더운밥 찬밥
가릴 때가 아닌 사람들이
살아남으려 떠난 자리에
찾아온다.
기회는
더운밥 찬밥을
가리고 가린 채로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
오롯이 기다린 이들의 눈에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기회를 잡은 이들이
달려 나간 길 가장자리로는
더운밥 덥썩 물었다가
화상을 입은 이들이,
찬밥을 꿀떡 삼켰다가
급체한 이들이
나동그라져 사경을 헤맬 뿐이다.
[2017. 01. 07_ 札幌, 北海道]
그림 없는 그림책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