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by mmerlin

[멀린’s 100] 2018.04.30 l M.멀린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럴 때는 계속해야 합니다.

망설이는 건 선택하기 전에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계속, 이라면 이미 하고 있는 일이니 망설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성과가 안 좋을 수 있고 예상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치고 좀 지루하고 재미도 없고 따분하기만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힘들고 고통스럽고 짜증까지 난다면 그만할까 싶어지기도 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래서 관두면 그냥 거기까지입니다. 무얼 해도 그런 순간이 오고 그런 국면이 옵니다. 결과와 열매는 그것의 너머에 있고 그 너머는 신기루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지속하는 가운데, 계속 걸어가는 가운데, 길이 나고 방법을 터득하게 되며 기술을 연마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 시간 없이 무언가를 얻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얻은 것을 다룰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맥락 없이 얻은 결과는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과정 위에 쌓아올린 결과와 과정없이 덜컥 주어진 결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야기합니다. 과정을 쌓으며 체화시킨 맥락은 어떤 상황이 와도 대처할 수 있는 매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정 없이 덜컥 주어진 결과는 갑자기 손에 쥐어진 시한폭탄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계속 해온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많은 매듭을 얻게 되었고 어디로든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당장의 결과는 하등 중요치 않습니다. 오히려 맥락에 없는 결과는 때로 거부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소화하느라 매듭을 모두 풀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맥락 없이 주어진 결과물에 사람은 덜컥 겁을 먹게 됩니다. 누구는 이게 웬 횡재냐며 좋아하겠지만 그것은 잠시뿐입니다. 정체 모를 떡은 먹어봐야 체하지 않음 다행인 것입니다.

그런데 또 그러느라 열심히 떡을 두들겨서 죽도 밥도 안되게 만들어서도 안됩니다. 기회 역시 계속 기다려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무엇이 와도 당황하지 않을 단단한 맥락의 매듭을 만들어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입니다.

우리는 무언가 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그냥 시간과 공간을 따라 넋 놓고 흘러가고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매듭을 만든다는 것은 순간순간 집중하는 일이고 그것은 기억과 무의식에 남아 판단의 체계를 형성합니다. 세상의 모든 학습이란 바로 그러한 판단의 체계를 만들고 형성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누가 대신 묶어준 매듭에, 수동적인 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매사 불안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이란, 반복해서 매듭을 묶어 보고, 떨어져 내리며 텐션을 느껴보는 일을 통해 글로도 말로도 할 수 없는 감각을 체화시켜가는 일입니다. 그러나 귀찮다고 대신 묶어준 매듭에 의존하다가는 어느 날 급작스럽게 찾아온 행운에도 사람은 당황하게 됩니다. 불운이 아니라 행운 말입니다. 사람은 갑작스러운 행운에도 당황합니다. 심지어 피해 도망가기도 합니다.

인생의 맥락, 스토리를 만드는 일은 관념 속에 살아가는 호모 사피엔스에게 매우 중요한 기능입니다. 그것은 하루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삶의 필수적 요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이야기의 맥락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실시간 검색어가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사회의 맥락에서 제외되지 않으려 열심히 뉴스와 드라마를 보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맥락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은 세뇌당하거나 선동당하고 언제나 수동적으로 끌려다녀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사람은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누가 뭐래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생을 이어 나갑니다. 뻔한 얘기입니다.

그래서 이걸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계.속. 해야 합니다. 그건 매듭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매듭이 마무리되는 느낌을 아는 사람은 결과와 상관없이 언제 끝내고, 언제 다음 매듭으로 넘어가야 할지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매듭은 점점 풍성해지고 자라납니다.

이야기의 매듭을 묶어본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은 인생이 실타래처럼 꼬여 있습니다. 복잡하고 잡다하며 어지럽고 정신이 없습니다. 일관성 없는 인생의 편린들이 마구 흩어져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주워 담기도 어렵고 매듭을 만들어보기는 더더욱 난해합니다. 그럴 때는 그냥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겁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새 매듭을 다시 만들어 가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희한하게도 난잡했던 인생의 편린들이 하나둘씩 자석 붙듯이 매듭과 엮이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 이것은 마법입니다. 마법사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어쨌거나 번민이 찾아오거든 아직은 멈출 때가 아니라는 신호로 알고 계속 이어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확신이 찾아오거든 그때는 미련을 버리고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겨울이 오면 여지없이 눈이 오고, 봄이 오면 누가 뭐래도 꽃이 피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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