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다 가짜야

by mmerlin

[멀린’s 100] 2018.04.18 l M.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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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입니다. 만질 수 없는 것 말이죠. 정신은 위대하고 영혼은 고결하지만 만질 수 없으면 말장난 같은 겁니다. 감각은 사기일지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이 영혼의 환영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뇌가 그렇다고 느끼는 전기신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만질 수 없고 감각할 수 없는 것은 가짜입니다. 진짜는 실체이니까요.

그러라고 손이 있고, 그러라고 눈이 있고, 그러라고 코와 귀가 있는 겁니다. 만지고 보고 듣고 향을 맡고 온기를 느끼는 감각. 그것이야말로 인간 체험의 위대함입니다. 본질이 무엇이든, 매커니즘의 원리가 무엇이든,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는 감각을 사용해야 하는 겁니다. 감각으로 경험해야 하는 겁니다. 그것은 영혼들이 원하던 바로 그것입니다. 육체를 입지 못한 모든 존재들이 갈망하는 바로 그것입니다. 구천을 떠도는 귀신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그것 때문에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러니 몸, 감각 말입니다. 그걸 최대한 누려야 하는 겁니다.

병원에 일주일만 갇혀 있어 봅시다. 얼마나 바깥세상이 그리운지.. 가만히 누워서 먹여주고 재워주는데도 미칠 듯이 뛰쳐나가고 싶어집니다. 감각이 우리를 부르는 겁니다. 싸돌아다니던 감각, 누리지도 못하면서 점유하고 있고픈 자유 말입니다. 그 감각의 자유를 우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감각의 노예가 되어 후회할 줄 알면서도 밤 열두시에 야식을 시키는 겁니다. 야식이 도착하고 첫 입을 베어 무는 달콤함을 포기할 수 없는 겁니다. 다음날 아침 퉁퉁 부은 얼굴을 보며 후회의 한숨을 지어도 말입니다.

인간 경험의 본질이 바로 그것입니다. 허상이라 할지라도 배부름을 느끼고, 고통이 동반된다 하여도 몸이 바스러지도록 혹사해 보는 것. 그것 쫌 해보려고 세상에 온 겁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겁니다.

놀이동산에서 바이킹을 타는 그대는 무엇 때문에 공포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는 겁니까? 롤러코스터를 타는 그대는 무엇 때문에 아찔함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는 겁니까? 아, 뭐 안전장치 때문이라면.. 히말라야를 오르는 그대는, 오지를 탐험하는 그대는 무엇 때문입니까? (영하 20도와 영상 40도를 오가는 한국의 날씨를 견뎌내고 있는 우리 말입니다. 도망도 치지 않고..) 심지어 20시간 근무를 하는 그대는, 4시간 수면으로 버티며 입시에 매진하는 그대는, 무엇 때문에 육체를 혹사합니까? 그겁니다. 우리는 살아있음을, 현존을 느끼고 확인하기 위해 몸을 혹사합니다. 고통을 가합니다. 감각,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감각한다는 것이니까요. (그게 무뎌지면 사람은 자해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 온라인 가상의 세계는 자꾸 인간에게서 감각을 빼앗아 갑니다. 존재도 하지 않는 0과 1의 세계에 우겨 넣습니다. O2O는 무슨.. 헬게이트일 뿐입니다. 지옥이 뭐 별겁니까? 뇌는 살아있는 데 아무것도 감각할 수 없는 게 지옥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의식이 없으면 괴롭지도 않을 테니, 우리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의식 속에서 아무것도 감각하지 못하는 상태로 견뎌내야 합니다. 그게 지옥이고 그게 지금의 온라인 가상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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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단말기에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우겨 넣었습니다.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는데 인간의 의식은 파일로 빼곡하게 변환되어 클라우드 속으로 자꾸 수축해 들어갑니다. 고갈된다는 자원은 끝도 없이 솟아 나오고, 자원을 필요로 하는 인간은 우주로까지 자원을 찾아 나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것은 환경의 파괴가 아니라 진화의 부분입니다. 지렁이가 흙을 먹고 뱉으며 유기물을 생산하듯이, 인간들이 자원들을 이리 섞고 저리 섞어 새로운 유기물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라고 할지언정 말입니다. 그것 역시 자연의 일부인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감각해야 합니다. 꿀벌이, 지렁이가, 감각의 동작을 멈추고 정신으로 해탈해 버리면 지금의 생태계 역시 작동을 멈추어 버릴 것입니다. 꿀벌과 지렁이의 역할이 있듯, 인간 역시 자연 생태계에서의 역할이 있는 것입니다. 교란종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감각하는 일은 멈추어선 안됩니다. 어느 방향으로 진화하든, 물리적 상호작용이 계속된다면 우주는 그것으로 진화를 지속해 나가게 될 테니까요. 그러니 감각을 멈추는 일은 위험합니다. 그것은 우주의 의지에 반하는 일입니다. 그건 수도승들이나 하게 두고 우리는 지렁이처럼 감각해야 합니다. (밟으면 꿈틀이라도 합시다) 그것이 인간의 본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감각을 온라인 가상세계에 자꾸 반납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감각합니까? 온라인 세계의 무엇을 감각합니까? 마우스가 독점하고 있는, 엄지손가락 하나만이 살아 숨 쉬는 이 세계는 과연 진짜입니까? 가짜입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너는 인간입니까? 알고리즘입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너는 본 적이 있습니까? 만진 적이 있습니까? 그게 그러면 좋습니까?

우리는 상상 속에 성을 짓습니다. 거기에는 친절한 네티즌이 넘쳐 납니다. 원하지 않는 그대와는 로그아웃해버리면 그만이니까요. 때로는 동네북이 필요합니다. 쓰지 않는 근육의 에너지를 손가락으로라도 풀어야 하니까요. 키보드 워리어가 되어 작살을 내 놓습니다. 편집된 의견으로 나의 지지자들을 만들고 또한 편집된 워딩에 칼침을 꽂아 댑니다. 앞뒤 생략하고 작살을 날려 댑니다. 팩트 폭격이라며 정서와 사정이 고려되지 않은 거친 정보를 들이밀고 날려 버립니다. 그리고 나만 남습니다. 그리고 너의 주위에는 너가 쌓은 논리와 추종자로 보이는 텍스트들만이 남습니다.(그게 과연 사람일까요?) 누가 누른지 모르는 좋아요만 남습니다. 이건 거리의 패싸움만 못합니다. 심지어 맞을 짓을 한 강도에게서도 우리는 연민을 느낍니다. 비언어적 표현이 의사소통의 거의 전부라고 하는 데, 우리는 거의 전부의 진실을 제거한 채로, 의미가 상실된 거짓말로, 서로를 현혹하고 속이고 있는 겁니다.

만질 수 있어야 합니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숨결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인간입니다. 여기다 글 쓰고 이런 거, 못할 짓입니다. 만나서 말을 해야 합니다. 눈빛을 마주쳐야 합니다. 온라인은 그것의 보조일 뿐입니다. 그것을 원활하게 해 주는 양념일 뿐입니다.

외로운 그대여. 갈 곳 없는 것 잘 알고 있지만, 이건 아닙니다. 차라리 지나가는 개 한 번 쓰다듬어 주는 게 우주를 위하여 유익합니다.

요즘은 감각의 세계에서 해탈해버린 인간들이 너무 많습니다. 거리를 나가면 사람들로 빼곡한데, 소통은 없고 감각도 무뎌졌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고통과 공포에도 공감하지 못하고 다가서지 못합니다. 온라인 가상세계에서 하던 방식대로 거리를 두고 아무렇게나 로그아웃을 해 버립니다. 차라리 얼굴 디밀고 싸우는 게 낫습니다. 이렇게 해탈해 버리면 우리는 너무 외로워집니다. 싸우다 드는 정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여기 0과 1의 세계는 너무나 차갑고 우울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다 가짜입니다.
이걸 진짜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
이것도 진짜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
그러는 너를 나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는 너를 나는 만질 수가 없습니다.

아닙니다.
이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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