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을까 봐 끊었어요

by mmerlin

[멀린’s 100] 2018.04.06 l M.멀린  

 

할머니는 그날따라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아이에게 물었다.

“오늘은 친구 안 만나러 가?”

“그 친구하고 끊었어요.”

“왜? 왜 끊었어?”

“걔는 요. 맨날 자기가 쓸모없는 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도 닮을까 봐 끊었어요.”

“그래… 걔는 형제 중에 몇 째니?”

“셋 중에 둘째예요.”

“그렇구나. 둘째들은 부모가 언니는 언니라서 소중하게 여기고, 막내는 막내라서 신경을 많이 쓰니까 소외감을 느낄 수 있어. 그러니 너라도 친구에게 ‘너는 소중한 아이야 괜찮은 아이야.’ 자꾸 해주렴.”

“그런데 할머니, 내가 몇 번 했는데도 걔는 그걸 안 받아들여요. 그래서 끊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구나 아이야. 너는 마법사의 조카답구나. 그래서 끊었구나. 닮을까 봐. 그렇구나 그건 닮는 거구나. 초등학생도 아는 걸 마법사는 모르고 있었네.

그래 맞아. 닮을 거야. 자신을 쓸모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같이 있다 보면 닮게 되겠지. 그런 친구들은 세상을 모두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마련이거든. 마법사는 그런 줄도 모르고 열심히 너는 소중한 아이라고 말하곤 했던 것 같아.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하던 때도 있었지. 그런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점점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며 성장해 가기도 하고, 치유를 얻기도 했어.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너의 친구처럼 아무리 얘기를 해주어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었단다. 그런 사람에게는 너처럼 몇 번 얘기해주고 끊어도 좋을 것 같다. 마법사가 해보니 자꾸 닮게 되더라구. 닮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마법사처럼 암에 걸리게 될지도 몰라. 맞아 그런 사람은 끊어주어야 해.

그건 너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친구를 위해서이기도 하겠다. 어떤 사람이든 결국 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하니까. 아니라고, 나는 어쩔 수 없어 이러고 있는 거라고 말하고 있더라도, 결국 선택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니 말이야. 다른 선택보다 조금이라도 낫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하는 거야. 조금이라도 덜 힘들기 때문에, 조금은 더 견딜 수 있기 때문에 그걸 선택하는 거야. 그러니 친구의 선택을 우리는 존중해 주어야 하지.

그런 걸 어른들은 자기연민이라고 부른단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이라도 경험하게 되는 감정인데, 사람들 중에는 그것이 아주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어. 그들은 늘 벗어나고 싶다고 하지만, 실은 매우 강력하게 그것에 집착하지. 그래서 주변에서 무슨 소리를 하든, 어떤 일이 일어나든 결국에는 자기연민을 지속할 수 있는 선택을 일관성 있게 한단다. 그들은 정말 그걸 원해. 그리고 그것을 소중하게 여겨.

그러니 아이야. 그런 친구를 만나거든 몇 번 권유해 보고, 그럼에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너가 한 것처럼 조용히 물러나 주어야 한단다. 자기연민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절연과 상처가 자기연민을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거든.

사람들은 그것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얘기해. 건강하지 못한 것이라고.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그것으로부터 이제 벗어나야 할 사람이라면 너의 권고를 받아들일 거야. 주위 사람들의 북돋움에 용기를 얻을 거야. 그러나 아직 벗어날 때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떤 표현을 해도, 어떤 위로와 격려를 해도, 자기연민을 강화하는 데에만 그 에너지를 사용한단다. 도박중독자가 어떤 도움을 주어도 결국 도박에 탕진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 그런 사람들에게는 조용히 물러나 주는 것이 그들을 돕는 거야. 사실 자기연민은 자기애도인 것이거든.

아마도 그 친구들은 거쳐 온 여러 생, 그리고 살아온 지난 시간 동안, 자신을 돌보지 않고 가혹하게 혹사했던 시간과 감정들이 누적되어 있을 거야. 그런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특별한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자기연민의 작용이고 힘이란다. 어떤 사람은 그 시간을 일평생 내내 가져야 할지 몰라, 아니 몇 번의 생을 자기연민에 쏟아야 할지도 모르지. 그것은 그전의 어떤 생에 얼마나 자신에게 무관심했는지, 자신을 혹독하게 다루었는지에 따라 다 다르지. 그런 친구들의 마음에서는 고름이 흘러나와 상처를 덮지. 그리고 그 고름이 충분히 해독작용을 하기까지 덧이 난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해. 새 살이 돋아나고 단단한 새 마음이 나오기 위해 매우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단다. 그 정도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러니 아이야. 네가 친구에게서 물러난 것은 잘못한 일이 아니야. 아주 잘한 일이란다. 그 친구가 자기 연민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자신을 다시 소중하게 여기게 되기까지, 다른 이들은 그저 지켜 볼 수밖에 없단다. 그것은 친구와 친구의 운명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일 테니..

그런 친구들 말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있어.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손 내밀어 주면, 누군가 한 번이라도 내 손을 잡아준다면.. 하고 애타게 격려와 위로를 갈망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해. 그들은 손을 거절하지 않는단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손을 덥석덥석 잡는 이들은 오히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이야. 너처럼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누구의 손이든 덥석덥석 잡지. 그리고 그들은 자꾸 손에 손을 잡고 자신을 확장해 간단다. 너는 그런 첫 번째 사람이 되렴. 손에 손을 잡는 첫 번째 사람.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울타리를 먼저 만든 뒤에, 자기연민의 시간을 가져 할 사람들이 보호받고 쉴 수 있는 보금자리를 그 안에 마련하는 거야. 그것이 우리가 그런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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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의 시간을 존중해 주어야 해. 그들에게서 물러서주는 것이 서로를 위해 가장 좋은 관계의 방법일 수 있단다. 아쉽겠지만, 우리는 친구들이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언제가 스스로 밝은 햇살 아래로 나아올 때까지, 따뜻한 봄날을 즐기며 기다리자꾸나.

벚꽃이 피었단다.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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