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에 관하여

by mmerlin

[멀린’s 100] 2018.03.08 l M.멀린  

 

세상 모든 일이 다 경제적 가치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정원 가꾸는 일, 지하철 노선도 외우는 일 또는 여러 덕질들.. 그것이 제기차기처럼 아직 한 번도 경제적 가치를 가지지 못한 일이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고 익숙하던 그것이 경제적 가치를 이미 지니고 있는 거라면 자꾸 돌아보게 됩니다. 그걸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이걸로 돈 좀 벌어 볼까?

돈 벌리는 일에는 순위가 매겨집니다. 순위에 따라 돈이 벌려 그렇겠죠. 그냥 취미였는데, 그게 경제적 가치를 가져 버리면 이제는 취미가 아니라 생존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요즘은 게임이 대표적이지 않을까요? 갤러그, 엑스리온, 버블버블.. 뭐 마법사는 이런 오락실 게임 시대의 사람인데, 그게 그때는 그걸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돈이 벌리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돈을 써야 하는 일이었지. 지금의 아이들도 역시 게임을 합니다. 그리고 그건 돈이 벌리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바람에 할 수 있으면 잘해야 되고 또는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그게 모두가 그런 게 아니지 않습니까? 대부분 피라미드 상층부에 몰아주기 하는 꼴이 되어 버리니.. 그 생존 경계선에 들지 못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취미생활을 취미로 즐기지 못하고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하게 되어 버리는 겁니다.

글 쓰는 일, 소위 집필활동은 오래전부터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던 업종이고 또한 취미의 한 분야입니다. 독서는 취미이지만 집필은 경제활동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글 좀 써볼까 하고 시작하는 누군가는 그것을 단순 취미로만 여기기가 어렵습니다. 이 집필이라는 분야는 예로부터 신춘문예 등 등단이라는 서열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것은 곧 경제활동, 생산활동으로서 하나의 직업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작가 말이죠. 그래서 글을 대하는 두가지 방식, ‘읽는다’와 ‘쓴다’가 전혀 다른 취급을 받아 온 것입니다. 전자는 취미로 후자는 직업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말이죠. ‘너 취미가 뭐니?’라는 질문에 ‘독서’라고 했을 때는 따라오지 않는 질문이, ‘글쓰기’라고 했을 때는 따라옵니다. ‘오~ 책 언제 낼 건데?’ 그게 음.. 그러니까.. ‘글쓰기’는 취미일 수 없나요?

네 취미 일 수 있죠. 취미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취미로 회사 다닐 수도 있고 취미로 게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취미로 글도 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취미로 회사 다닌다고 하는 것처럼 좀 있어 보이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강박을 떨쳐 내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명해지는 것 말이죠. 그것으로 돈을 버는 일 말이죠. 그것으로 인정받는 일 말이죠. 다른 분야의 대가가 취미로 글도 쓴다고 했을 때는 강박이 덜 할겁니다. 그는 이미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고 그러니 굳이 글을 써서 돈을 벌거나 또 명성을 얻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죠. 그것까지 되면 좋겠지만.. 하지만 뭣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고 하는 것들이 모두 고만고만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든 경제적 가치를 가진 분야라면 그것이 그저 취미일지언정 자꾸 가능성을 두게 됩니다. 직업으로서의 가능성, 돈벌이로서의 가능성 말이죠. 그게 뭐 잘못된 것도 아니고 또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서, 운대가 맞아서, 취미로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나면, 그게 또 직업이 되고 나면,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계속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취미로 하는 것은 모두 제 멋대로입니다.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하다보면 취미도 나름의 과정과 방식이 있고, 돈 버는 일도 아닌데 서열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신경 쓸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가치를 가진 분야의 취미는 자꾸 신경이 쓰입니다. 강박이 생겨납니다. 눈을 기웃거리게 됩니다. 취미가 글쓰기인 사람도 베스트셀러 목록을 기웃거리게 되는 겁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 데도 말이죠.

그래서 하지 못하게 됩니다. 뭘요?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 말이죠. 돈이 벌리는 글을 쓰고 싶게 되는 겁니다. 아니 뭐, 그게 알기도 어렵고, 안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뭔가 자꾸 시야에 걸리며 자유로운 글쓰기에 방해가 되는 겁니다.

독서가 경제적 가치를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독왕 연봉이 수십억, 수백억씩 된다면 말이죠. 그러면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을까요? 뭘 읽든, 많이만 읽었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고, 나름의 평가 방식이 생기고 주제의 제한이 생기기 시작한다면 말이죠. 그냥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행위는 점점 위축될 겁니다. 기왕이면 읽히고 팔리는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처럼, 기왕이면 돈이 벌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취미를 많이도 잃어왔습니다. 예전에는 농사짓고, 사냥을 하고, 가축을 기르는 일들 외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받을 일이 적었을 텐데, 요즘처럼 삶은 각박한대 취미는 다양해지고, 취미와 여가가 자꾸 경제활동과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순수하게 무엇을 즐길 여유를 자꾸 침탈당하고 있습니다.

돈 쓰자고 가는 여행에서, 왜들 그렇게 눈으로 즐길새도 없이 SNS용 사진 찍느라 바쁠까요? 잘 팔리지도 않는 여행기는 왜 그렇게들 못써서 안달들일까요? SNS 인싸가 되면, 파워블러거가 되면, 돈을 얼마를 벌고, 또 어쩌다 유명해진 일반인 스타들의 이야기들이 쓰지 않아도 될 신경을 쓰게 만듭니다. 그래봐야 그렇게 돈 버는 사람을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래봐야 그걸로 유명해지는 사람 얼마나 되겠습니까? 팔로워 백만, 천만이어도 그걸로 돈 벌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얼마 안 되는 (운이 좋았거나 뭐 아님 실력이라고 해 두죠.) 소수의 피라밋 상층부의 성공 스토리는, 내가 즐기던 그 분야를 그들의 성공 공식에 따라 획일화 시켜 버립니다. 그냥 취미였다면 다양하고 다채로웠을 개성을 파괴하고 성공공식에 따른 각도와 시선으로 콘텐츠를 획일화 시켜 버립니다. 그래서 다 그게 그거인 사진과 그게 그거인 문체, 별다를 것 없이 매번 똑같은 내용의 콘텐츠들이 쓰레기처럼 범람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Mass 사회의 안타까운 단면입니다만, 그것은 사회를 획일화시키고 우민화 시킵니다. 유행 따라가는 인생, 유행 따라 다 같이 투기했다 다 같이 폭망하고, 다 같이 줄을 섰다 다 같이 바보가 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모두 한군데 모여 서 있으니, 군중을 속이고 움직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 되었습니다. 별것도 아닌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이리 몰렸다 저리 몰렸다, 왔다 갔다 하는 일에 익숙한 대중들은 새로운 이슈몰이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그게 팩트여서가 아니라 그게 익숙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나의 길을 가는 것보다 다른 이의 줄에 서는 것이 익숙하고 안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 같이 낭떠러지를 향해 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죠.

그래서인지, 그게 도를 지나쳤다 느꼈는지.. 줄 서기, 따라 하기의 대표적 플랫폼인 페이스북 대장 주커버그는 얼마 전 페이스북을 버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광장 같은 시스템에서, 메신저 중심의 거실 같은 서비스로 변화하겠다는 시스템 개혁 선언을 했습니다. 이제 사람들도 지친 걸까요?

*페이스북은 왜 광장을 포기할까?

쓰고 싶은 글을 쓰려면 그것은 읽고 싶은 글을 읽는 것과 같아야 합니다. 그것은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 것과 같아야 합니다. 그것이 계속 즐거운 취미 일려면, 그걸로 돈이 벌리거나 말거나 쓰고 싶은 글을 계속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돈이 벌리는 일은 따로 있습니다. 그건 그거대로, 각자의 적성과 운이 맞는 분야가 따로 있습니다. 그걸로 돈을 벌면 됩니다. 그리고 취미는 취미대로 하면 됩니다.

스팀잇은 큐레이션이라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그것은 여타의 플랫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어쩌면 인류 최초로, 읽는 행위에 경제적 가치를 도입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읽는 행위는 고민하는 행위가 되어 버렸습니다. 다른 SNS에서 별 고민 없이 누르던 ‘좋아요’가 스팀잇에서는 심지어 감시의 대상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래봐야 0.001이 찍히는 보팅임에도, 경제활동이 되어버리자 공정거래의 영역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아.. 이거 좋은 일인가요? 나쁜 일인가요? 이제는 읽는 것도 돈이 되는 것만 읽어야 하는 것인가요?

세상 모든 일에 경제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아니 좋은 일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뭐 순수하고 고결해 보이는 사랑과 우정에도 경제적 가치가 부여된 지 오래이니, 어떤 분야인들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마는.. 그렇다면 그 속에서도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행위를 강박 없이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글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취미로서 그렇습니다. 소통하지 않는 글, 읽히지 않는 글은 무가치하다고 하지만.. 영화를 꼭 같이 봐야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여행을 꼭 같이 다녀야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밥을 꼭 나눠 먹어야 하나요? 영화를 잘 봐야 합니까? 여행을 꼭 잘해야 합니까? 밥을 꼭 잘 먹어야 하나요? 책을 읽으면 꼭 소감을 나누어야 합니까?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 글을 읽듯이,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 글을 쓰면 안 되나요? 혼자 피아노 치면서 즐기면 안 되나요? 꼭 콩쿨에 나가서 우승을 해야 합니까? 게임 잘하면 모두 게이머가 되어야 합니까?

그니까요. 글을, 그냥 쓰고 싶은 글을 막 쓰면 안 됩니까? 맛춤 법, 띄어쓰기꼭잘해야합니까? 글 쓰다 말고 막 노래 부르면 안 됩니까? ‘걱정을 벗어놓고 다함께 차차차,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꼭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써야 합니까? 어ㅏ미러ㅏㅣㅁㅇ ㅓ리ㅏㅇ머ㅣ러ㅣㅇㅁ나ㅓ리ㅏㅇ.. 이런 글 쓰면 안 됩니까? 보팅 꼭 받아야 합니까? 추천글에 꼭 올라야 합니까? 그게 직업이면 그래야죠. 그걸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은 꼭 그래야 합니다. 더 그래야 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그럴 필요 없잖아요? 인스타에 막 흔들린 사진 올리면 안 됩니까? 팔로워 1명이면 안 됩니까?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쓰고 싶은 걸 쓰는 것, 싶은 대로 쓰는 것. 그걸 말이죠. 날 위해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승같이 취미를 즐기기 위해 돈은 개같이 벌어도 됩니다. 조회수, 보팅수를 올리고 싶으면 공식대로 하면 될 일입니다. 새로운 공식 찾아서 계속 노력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것은 직업입니다. 그러나 직업도 아니면서 강박을 가질 필요,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혼자 놀아도 누가 뭐라고 안 합니다. 요즘 다들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사는 데, 혼자 글 쓰고, 혼자 읽으면 뭐 어떻습니까? 직업의 세계에 빼앗긴 나의 취미를 도로 찾아옵시다. 그러면 좀 행복할 수 있습니다. 자뻑이라도, 안되는 거 억지로 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거보다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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