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폭주할 때

by mmerlin

[멀린’s 100] 2018.02.07 l M.멀린  

 

감정이 폭주할 때에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좀 참으라고, 진정하라고 해 보지만.. 이미 폭주하기 시작한 감정을 붙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말 그대로 폭주하는 중이니까요.

폭주하는 기관차를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멈추는 길은 무언가에 부딪히는 일뿐입니다. 기관차보다 더 강하고 단단한 어떤 것, 또는 어떤 것들에, 연쇄적으로 부딪혀야 속도가 줄고 저항이 줄고 멈춰 서게 되는 겁니다. 물론 부딪히는 것도, 기관차도, 상처를 입는 건 당연합니다. 형편이 없이 망가지기도 하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지기도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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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도 조심해야 합니다. 다치는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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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먼저는 폭주하기 전에 감정을 제어할 수 있으면 좋을 겁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를.. 그러나 제어가 안 되었으니 폭주하기 시작했겠지요. 막을 수 없으니 뛰쳐나가기 시작하는 거죠. 감정이..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중간중간 김을 빼놔야 합니다. 그놈의 감정, 누르면 누를수록 막으면 막을수록 용수철처럼 잔뜩 긴장하게 되니, 조금만 억제하는 힘이 느슨해져도 쏜살같이 튀어나가 마구 부딪혀 대는 겁니다. 마구 들이대는 겁니다.

그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미리미리 김을 빼놓지 않았다면 결국 죗값을 물어야 하는 겁니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겁니다. 미리미리 해소하지 않은 죄 말이죠. 그것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는 감정으로, 본인도 주위 사람들도 마구 다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내 감정만 다스린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감정, 내 주위 누군가의 감정이야말로 오히려 예기치 못한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으니까요.

피해 갈 수 있으면 피해 가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매일 붙어 사는 가족들, 이웃들, 직장 동료들 간에는 어찌해야겠습니까? 폭주하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겠습니까? 일단 폭주하기 시작했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기까지 달려갈 테고, 피해는 감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방향, 폭주하기 시작하는 방향. 오히려 폭주하는 감정은 태풍처럼 거대하고 지독해도, 모든 것을 일 거에 해소시켜 주고 정화시켜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방향 말이죠. 감정이 폭주하기 시작할 때 폭주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폭주의 초기에는 그 거대한 힘에 질려 감히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게 됩니다. 그러나 달리기 시작하는 감정이 마구 좌충우돌하기 전에, 먼저 그 방향을 잡아 줄 수만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에너지가 될 수 있습니다. 분열하는 원자핵을 발전용도로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분열하는 감정의 방향을 평상시에 다루지 못했던 어두움이나 그림자 또는 감추어진 관계들에 들이대보는 것은 어떨까요? 동력이 필요했으나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던 일들에 연결시킬 수 있다면 말이죠. 더군다나 내가 아닌 상대의 감정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할 수도, 다른 차원에 끌어올려 놓을 수도 있을 겁니다.

폭주하는 힘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모두 당하고 맙니다. 그러나 지혜는 여기에서 길을 찾아냅니다. 그것은 평상시의 관심, 그리고 관찰로 인해 얻어지는 겁니다. 지금 폭주하는 대상의 감정의 에너지가 어디로 흘렀을 때 오히려 동력을 얻는가 말이죠. 그것은 전쟁이 되기도 하고 독립이 되기도 합니다.

에너지가 폭발하는 상황. 그때에 키는 누구든 쥘 수 있습니다. 그것에 손을 대는 모든 자가 영향을 받으며 또한 힘을 역이용할 수도 있게 됩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에 어떤 감정이 폭주하기 시작했다면 이것은 매우 위험하면서도 도리어 엄청난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키를 누가,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말이죠.

우리는 감정을 누르고 삽니다. 매번 토해내며 살 수야 없으니까요. 그러면 그것은 반드시 남아 있습니다. 그대로 굳으면 암덩어리가 되기도 하고, 원한이 되어 죽지도 못하고 구천을 떠돌게도 합니다. 그러니 건강한 이는 그것을 중간중간 해소해 내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울고 웃고 떠들고 화를 냅니다. 게이지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사람들일수록 뭔가 시끌벅적하게 되어 있습니다. 풀어내느라 말이죠. 교과서에서는 그것들을 운동으로 풀어내라고 하지만 어떤 유형의 이들에게는 오히려 운동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니 정답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방법은 각자 각자이겠지요.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해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강을 위해서 말이죠. 그러나 못 합니다. 잘 못합니다. 너도 잘 못하고 나도 잘 못합니다. 잘 하고 사는 사람들, 원만한 사람들.. 그냥 운 좋은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일, 괴이한 어떤 일, 팔자 세 보이는 삶.. 뭐 원해서 생겨나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폭주하는 감정을 가졌다는 것은 그만한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이니까요. 그걸 어따 쓰겠습니까? 그게 중요합니다. 그것은 미리미리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 ‘오 시작됐다!’하고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감정이 폭주할 때를 우리는 예상할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헐크처럼 폭발하는 상황을 특정할 수 있다면, ‘감정 폭주 자가 발전소’도 만들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오고 그렇기에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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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스로를 관찰하고 있는 사람, (뭐 성찰이라고까지 하진 않겠습니다만) 그리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반가울 수 있습니다. 폭발하는 감정을 원하는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기왕에 폭발을 시작했다면 찌꺼기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뭐 한 번에 다 태워버릴 수야 없겠지만, 가능하면 찌꺼기를 남기지 말고 다 쏟아부을 필요가 있습니다. 어차피 남겨 놔 봐야 곧 다시 불어나 버리고 말 테니 말이죠. 그리고 폭주를 경험한 감정은 좀처럼 밖으로 얼굴을 다시 들이밀지를 못합니다. 오히려 최악은, 그것이 끈적끈적한 점액 상태로 마음에 착 달라붙어 버리는 겁니다. 그 뒤로는 마음을 녹여먹으며 무기력과 우울감을 배설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살아있으나 죽은 바 진배없는 좀비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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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살이나 뜯어먹고 사는 좀비가 되는 거죠.
밤에만 나타나 키보드나 두들겨대며 마구 전염시키는..
넷플릭스 <킹덤>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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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런 사람이라면 차라리 폭발할 수 있는 감정의 상태를 가지는 게 부러울지도 모릅니다. 태워버리면 그만이니까요.

‘후~’하고 한숨 쉬고 참아버릇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쌓는 일이니까 말이죠. 하지만 좀 쌓였거든 폭발을 예상하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언제든 폭발할 거야.’라고 예의주시할 수 있으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가면 쓰고 살아온 세월이 길다면 더더욱 말이죠.

그리고 그것이 폭주하기 시작하거든, 처음에는 정신없겠지만, 불이 가슴을 뒤덮어버리겠지만, 쏟아내기 시작한 이후라도, 순간 유체이탈을 감행하는 겁니다. 현장에서 돌아 나와 쏟아내는 자신을 바라보는 겁니다. 그리고 빈 곳을 찾아내면 됩니다. 논리의 빈 곳, 초점의 빈 곳, 폭주하는 감정의 이면.. 그리고는 폭발하는 에너지의 말머리를 잡아 평상시 직면하기 힘들었던 그것, 언젠가는 반드시 끝장을 보리라 여겼던 그것, 그러나 비겁하게 외면하고 외면했던 그것에 자신을 직면시키는 것입니다. 남 말고 자신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뚫어 버리는 겁니다. 폭주하는 힘으로 말이죠.

앗싸!

뚫고 나오면 가뿐해집니다.
홀가분해집니다.
별거 아닙니다.

됐습니다.
그러면 뭐 감정 폭주할 만합니다.

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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