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애프터 선

[MOVIE 100] Jul 01. 2023 l M.멀린

나는 501호에서 태어났어. 너를 초대했지. 미안 침대는 하나뿐이야. 나는 분명 많은 침대를 요구한 것 같은데 우주는 겨우 침대가 하나뿐인 방을 주었어. 대신 간이침대가 놓여있긴 했지만. 그래도 너는 안심해. 침대는 네 차지일 테니까. 나는 간이침대.

우리가 함께 한 시간, 좁은 방과 침대 덕에 서로 부대낄 수 있어서 나는 너를 돌볼 수도, 곤히 자는 모습도 볼 수 있었지. 그건 오히려 축복이었어. 물론 너나 나나 사생활이 필요하지. 그러니까 보지 않았으면, 몰랐으면 좋을 일들도, 모습도, 봐야 했던 거야. 그게 함께 방을 쓰는 이들의 의무이니까.

네가 좋아하는 수영장에는 햇빛이 가득해. 좋은 것은 좋기만 한 게 아니지. 상처를 남기거든. 뜨거운 태양 빛에 차가운 물이 데워지지만, 피부도 함께 데워지지. 그러니 차단제를 발라야 해. 뜨거운 햇살에 피부가 녹아내리지 않으려면. 그래도 그때는 모르지. 신나는 물속에서는 피부가 타고 있는지 몰라. 솔솔 잠이 오는 선베드 위에서는 구릿빛으로 피부가 달궈지기만 할거라 생각하지. 뻘겋게 부어오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나는 그걸 몰랐어. 그리고 해가 지면,

After sun

안정제의 이름이야. 잔뜩 달궈진 피부를 차갑게 안정시키려면 이걸 발라야 해. 그러면 우리의 마음도 안정이 될까? 우리의 날아간 수분, 사라진 시간들이 새살이 돋아나며 공백을 메꾸게 될까? 필름을 자꾸 돌려보아도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건 뜨거운 태양 빛뿐이야. 상처를 남긴.

그리고 떠나던 날,

너는 가다 말고 깜짝 뒤를 돌아보았지. 나는 너의 마지막 얼굴을 보았어. 그리고 꺼졌다 켜졌다 빛이 점멸하는 마루 위에서 네게 안겼지.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야. 그게 우리의 오늘이야. 네가 불러준 생일 축하 노래도, 네가 찍어준 사진도, 영상도, 모두 나의 눈에 담겼어. 그러니 더 이상 빛은 이제 그만. 나의 501호. 그곳으로 돌아갔어. 이제는 혼자 눕는 그 방으로. 네가 없는 그 방으로. 언젠가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우리가 함께 잠들 그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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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e,

그리고 포탈이 열린 501호.
지구-50101로 아빠를 구하러

_ 마법행전 2부 1장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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