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30세기의 도시

[CITY 100] Sep 06. 2022 l M.멀린

‘3000년까지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

<Lille 3000>의 주제 의식이란다. 세상에 30세기라니, 여기는 30세기 출신 마법사의 포탈이다.

<Lille 3000>은 2004년 릴이 유럽문화의 수도로 지정된 후 열리기 시작한 페스티발이다. 경제, 신기술, 미래 도시 건설, 사회 및 문명의 진화 등의 주제를 가지고 대략 3년마다 페스티발이 개최되고 있다고 한다. 르네상스, 엘도라도, 판타스틱 등의 주제를 거쳐 올해의 테마는 유토피아이다.

30세기를 상상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행운이고 축복이며 운명이다. 누가 30세기를 상상하는가? 마법사가 처음 만난 이는 백남준이었고 여기 릴에서는 도시 전체가 30세기를 기억하고 있다.

30세기의 그대는 어떤 모습일까? 그대는 30세기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나의 생은 21세기로 끝이라 믿고 있겠지만, 우리의 생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심지어 이 끔찍한 과학기술은 아마도 그대들을 30세기 너머까지 생존하도록 강제할 것이다. 백신을 맞은 이들이라면 당연히.

그러므로 30세기를 상상하고 기억하는 일은 그대를 위한 일이고 친구들, 후손들을 위하는 일이다. 게다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30세기에 존재하고 있을 이들이다. 지속된 인생으로도, 환생으로도. 그리고 마치 선조들의 잘못을 탓하듯 우리는 지난 생,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탓하게 될 것이다. 그때에 21세기의 머뭇거림이 30세기의 그대의 신분과 존재를 어떻게 규정하게 될지는 상상하지 않는 이들의 비참함과 상상하는 이들의 공든 탑으로 구별되었다.

여기 릴은 30세기까지 존재할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30세기를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어떻게 30세기에 존재할까? 운으로 존재하게 된 이들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으니 강제당하는 인생을 여전히 살고 있을 테고, 현재의 강제를 뚫고 변화시키고 넘어서는 이들은 30세기라면, 1,000년 뒤라면,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럴만한 시간 아닌가? 1,000년쯤이라면 무얼 하든 일가를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

그 1,000년의 시작에 그대들이 서 있다. 어떤 이는 문자를 만들기도 했는데 그는 500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문자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보다 나을 것이 없으니 1,000년쯤 걸리지 않겠는가? [멀린’s 100]의 시즌 1,000이 기록되었으니 말이다.

릴은 [스팀시티]를 닮아 있다. 매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페스티발들이 끊임없이 열린다는 이 곳에는 심지어 유럽 최대의 벼룩시장도 개최된다. 30세기를 상상하는 이들이 끌어안고 가는 과거는 소중한 것이다. 그것은 다시 몇백 년 전, 천 년 전 앤틱, 골동품에까지 시공간을 확장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역사를 품은 물건들이 도시 전체에 깔리고 그것들에는 유럽인들의 정서와 생각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리고 그것을 서로 주고받는다. 역사와 생각의 교류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얼마나 EU적인 Exchange인가. 올해는 300만 명이 왔단다.

끊임없이 버리고 사고 새로 만드는 新문명 대한민국은 유행을 선도하지만, 시간의 기억을 자꾸 지워내 버리고 있다. 그것은 매번 벼랑 끝에 서는 일이다. 지나 온 삶의 자산을 바탕으로 큼직한 한 걸음을 내딛는 이들이 경험하는 연대와 신뢰의 자산을 제로로 한 채, 매번 혈혈단신으로 맨땅에 헤딩하기를 반복하는 일은 참으로 고달프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릴은 30세기를 상상하며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섬유 방직 산업으로 부를 누리던 도시가 한순간에 몰락하고 치솟는 실업률로 수많은 젊음들이 신음했다. 도시 소멸을 염려해야 했다. 그러다 무언가가 관통했는데 그것은 유럽과 영국을 잇는 유로스타의 개통이다. 릴은 유럽의 산지사방으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이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그리고 영국까지 모두 릴을 거쳐 오고간다. 그리고 그들은 깨달았다. 포탈이 되자!

교통의 포탈이 된 것은 지리적 이점이었지만 이것을 문화의 영역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릴은 30세기에까지 찬란하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나 보다. 그리하여 시작된 <Lille 3000>은 시선을 내부로, 유럽으로만 한정 짓지 않고 적극적으로 밖으로 던져 놓기 시작했다. ‘릴의 뭄바이 사람들’ 2006년 그들은 인도에 집중했고, 2009년에는 ‘유럽 XXL’이라는 주제로 동유럽을 돌아보더니 ‘엘도라도’에 이르러서는 멕시코를 테마로 했다. 그리고 4회 ‘르네상스’에서는 5개 도시에 집중했는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미국 디트로이트,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베트남 프놈펜 그리고 대한민국 서울이었다. 자, 30세기 지구의 수도는 어디가 적당할까? 그건 어느 도시가 준비하고 있을까? 경쟁자가 있을 리 없다. 30세기를 상상하는 건, [스팀시티]와 릴뿐이니까.

걸어서 도시의 끝과 끝을 오갈 수 있는 작은 도시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대학을 품고 있다. 꿈꾸는 젊음들이 유럽과 전 세계에서 릴로 몰려들고 이 도시는 그 에너지를 품고 유럽 스타트업의 포탈이 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전 세계와 30세기에까지 뻗어 있으니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든 이곳을 거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아무것도 몰랐던 마법사조차 이번이 3번째 방문이었으니.

그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30세기에 존재할 테고 그때를 생각하며 무언가 시작할 것이다. 80 인생도 지루한데 영원한 삶은 상상도 가지 않겠지만 날개 없이 하늘을 날고 유전자도 조작하는 인간의 영생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어떤 미래학자는 그게 2045년이면 시작될 거라며 매일 한 움큼의 영양제를 입에 털어 넣는다는데 (영원한 삶을 준비하며) 그대는 무얼 시작했는가? 그대는 30세기에 어떤 방식으로 거주하고 싶은가? 답은 고민하는 이들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이 방향을 결정할 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서울과 릴을 연결하려고 한다. 서울은 [스팀시티]가 시작된 도시이고 릴은 30세기를 준비하는 도시이니 이만한 랑데부가 또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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