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기어이
혼자 가려니.
거친 세월을 등에 지고
한가득 무거운 짐을
양손 가득 걸어 쥐고서도
쉼 없이
이고지고 끌고 온
너인데.
여전히 뒤돌아보며
두 눈에 미련을
가득 담아내는 너를
더는 말리지 못하겠구나.

끝도 없이 험하디 험할 길이
눈에 선한데.
십 년이고 백 년이고
제자리걸음일게
빤히 보이는데.
기어이 홀로 가려는
너를 나는 붙들지 못하겠다.

너는 왜 같이 가주지 않느냐고
의아해하겠지만
나는 그저 바라볼 뿐이다.
사라지는 너를 지켜볼 뿐이다.

기어이 가겠거든
바람을 조심하거라.
덥다고 한없이 맞아들이다간
매서운 가슴 앓이를 이겨내기 힘들 테니.

낯선 거리에선
뒤를 돌아보지 말고
익숙한 다리에선
마음이 흩어지지 않도록 주의해라.

홀로 가는 길이니
마땅치 않아도
살겠거든 부여잡고
공교롭게 얽혀들겠거든
인정 없이 단호하여라.

무엇보다
사랑을 믿지 말아라.
홀로 가는 길에
사랑은
백설공주의 사과 같고,
신데렐라의 구두 같으며,
인어공주의 물거품 같으니,
너 자신을 믿는 것이다.
너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네가 떠난 나는
뿔뿔이 흩어지겠지만,
바람 중에 들을 테고
안갯속에 지켜볼 터이니.
너는 그저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라.
나랑은 궁금해하지도 말고
쏟아지는 포화 속으로 걸어가라.

길지 않은 오랜 시간
수고했다.
행복했다.
고마웠다.

기어이 안녕..

 

[2010.09_ sasebo_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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