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내려가는 이들에게
[멀린’s 100] Aug 06. 2022 l M.멀린

붙들어다 놓고 붙들어다 놓으면 자꾸 떠내려가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멀쩡한 손으로 허공을 휘젓고, 도통 마주 잡고 떠내려가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마주 잡지 않은 팔은 균형을 잃고 넘어질까 두려운지 허공에서만 노를 저을뿐, 연결을 잃지 않으려 마주 잡지 않는다.
그것은 두려움일까? 마주 잡으면 다시는 자신의 세계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살 수 없을까 두려워 그런 걸까? 연결된다는 것은 영향력을 주고 받는 것이고,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니 그 생각도 맞다. 너는 원하는 때에 누울 수 없고 원하는 때에 잠들 수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소음 같은 소리가 귓가를 울려대고, 사람들은 나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쿵쿵 뛰어댄다. 걸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내 몸에 느껴지는 진동은 발광이다.
그런 것들이 모두 존중받고 정갈하게 정렬된 마주 잡음은 없다. 사람의 내면은 어찌나 다채롭고 지저분한지, 마주 잡음은 매번 초면이고 층간소음이다. 그러니 우리는 일단 골치를 썩을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마주 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마주 잡는 동안만큼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그건 유일하다. 서로의 세계가 안정적으로 결합하기까지 믿을 것은 팔뚝 힘뿐이다. 어떻든 놓지 않겠다는 각오. 그걸 보여주는 이는 거의 ‘없다’. 누가 먼저 놓았느냐, 누가 대충 붙들었느냐, 그 의도가 무엇이었느냐를 따져 들며 멀어져 간다. 떠내려간다. 그리고 점점 들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 소리에 속이 뒤집히는데, 속 뒤집는 그 소리마저 차츰 멀어지고 점점 사그러든다. 그리고 과거도 미래도 없다.
떠내려가는 이들에게 안녕을 고할 수도 없다. 그들은 뭔가 분하고 억울한 목소리로 가슴을 치며 뭐라 하는데, 그게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으므로 나는 그저 ‘뭐라고? 뭐라고?’ 할 뿐이다. 빤히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나도 떠내려간다. 놓았으니. 놓쳤으니. 뒤돌아 다시 주문을 외운다. 이번 생은 여기까지.
물살은 언제나 거세었다. 그래서 마주 잡는 게 힘들었다. 그래, 문제는 물살이지 누군가의 부족한 팔뚝 힘, 의지가 아닌데 우리는 서로의 부족한 그것을 지적한다. 물살을 봐야지. 우리 사이에 놓인 물살이 1,699km의 속도로 몰아치는데 얼마나 근육을 키웠던들 놓치지 않을쏘냐. 그럼에도 함께 회전하면, 물살의 속도로 함께 달리면,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건 물살의 속도를 감당하는 거지. 버티는 거지. 역류하는 거지. 물살과 함께 흐르면 우리는 마주 잡지 않은 채로도 서로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함께 파도를 탈 수도 있다. 손 놓고 달려도 계속 만나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누군가 멈춰 서면! 안녕. 1,699km를 감당할 팔뚝 힘이 있을까?
돌고 도는 우주에서 물살을 따라 흐르다 다시 마주치면, 다시 만나면 반갑겠다만, 너의 손을 다시 잡지는 않겠다. 연결이 아닌 충돌을 피했는지 모르니까. 충돌하여 산산이 부서지기보다는 만날 수 없는 각자의 우주 공간에서 제 방식대로 회전하기를. 존재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테니. 그리고 나의 손은 하나다. 너와 마주 잡았던 손을 다른 운명과 마주 잡아야 하니, 나는 그저 양손을 흔들며 ‘안녕’ 인사나 보낼게. 그러나 함께 회전하겠거든, 손을 내밀렴. 천 개의 손이 날아와 너를 붙잡아다 하늘을 날아오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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