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연인들
[26日] Sep 15, 2021

이대로 두고 가면
난 죽어버릴 거야.
누군가는 죽겠다고 협박을 하고 또 실제로 그걸 실천에 옮기는 사람도 있다. 사랑하는 연인을 집착하다 못해 죽음으로 위협하는 연인은 사랑을 한 걸까?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요즘은 병적인 집착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정말 목숨을 걸고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누가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사랑 역시 음과 양,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에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 생명과 죽음 역시 사랑의 속성인 것이다. 우리는 만남으로 생명을 탄생시키고 이별로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사랑을 완성시킨다. 그것에는 자연사만 있는 게 아니다.
죽음으로 위협하고 있는 상대는 그 자신 뿐만 아니라 상대 역시 파괴시킨다. 사랑의 타나토스는 이별이기도 하지만, 이별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죽이는 것으로 변환시키기도 한다. 어떤 영화의 실제 주인공처럼 연인을 죽이고 연인의 성기를 삼킴으로 우리는 영원한 관계가 되었다고 선언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별은 없겠지. 육체의 죽음일 뿐. 마음의 이별을 경험한 것은 아니니, 죽음으로 협박하는 연인은 마음을 붙들고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것의 위험성을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이성적 판단이다. 그러나 위험하지 않은 사랑이 있단 말인가?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랑을 한다면 이미 그것으로 위험한 것이고, 무언가 남기고 숨기고 있다면 이미 온전한 사랑이 아닌 것이니 사랑의 타나토스는 필연일 수밖에. 그리고 그것은 모든 관계에 있어 그렇다. 죽음의 방식, 타나토스의 해소 말이다.
그래서 인류는 그것을 희생으로 승화시켜 왔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희생을 숭고한 것으로, 최상의 가치로 높임으로써 사랑의 타나토스를 거룩하고 아름다운 희생으로 유도해 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순교라고 부르고 때로는 공동체 전체를 위한 희생양을 자처함으로, 사랑의 타나토스가 공동체를 죽음으로 몰아가지 못하도록 방어하기도 한다.
우주는 하나의 극단만을 허락하지 않는데, 하나로 치달을 수록 반대의 에너지를 쌓게 되고 그것은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현상은 성공 일변도로 살아 온 사람에게서 두드러지는데, 실패 일변도로 살아 온 이에게 찾아온 성공은 운으로 취급되고 중독되지 않는 반면, 성공 일변도로 살아 온 사람에게 성공은 실력으로 취급되고 중독되어 그것의 타나토스를 성공만큼이나 쌓아버리게 된다. 그들이 그것을 현명하게 다루는 방법은 도박이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돈을 도박으로 잃어버린다. 그것은 타나토스를 해소하는 방식의 하나이다. 그것은 때로 영리한 방법이기도 한데. 성공에 있어 관계의 중요성을 잘 아는 이들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성공한 이들의 도박을 부도덕하게 바라보지만, 부도덕하다면 그것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우 성공한 이들은 자신들에게 있어 쌓아 온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관계를 타나토스 해소의 대상으로 절대 삼지 않는다. 그러니까 관계를 도박 삼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들에게는 사랑 역시 그렇다. 대신 잃어도 좋은 것은 언제든지 벌 수 있는 돈이다. 그러나 관계는 깨어지면 다시 얻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것에는 도박을 하지 않는다.
가난한 우리는 무엇으로 타나토스를 해소할까? 널뛰는 시세에 순삭되어지는 계좌를 보며 낭패감을 느꼈다면 그대의 타나토스는 꽤나 해소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대는 행운아.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것을 금기시 한 채로, 생에 다시 얻기 어려운 관계를 사소한 이유를 들어 타나토스를 분출해 버림으로써 죽음으로 몰아넣고 역시 자신도 깊은 상처 속으로 몰아넣고 만다. 그것에는 탈출구가 없는데.
육체의 죽음으로 연인이 당신을 협박하고 있다면 그대는 무엇으로 타나토스를 해소하겠는가? 연인은 마음을 파괴하지 않으려 육신을 파괴하려 들고 그대는 마음을 지키려다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사랑일까? 누가 사랑일까?
‘歡樂極兮 哀情多’ 한무제는 환락이 극에 달하니 오히려 슬프다고 했다. 극에 달하지 않으려는 그대의 마음은 슬픔을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슬프다면 그대는 극에 달해 보았다는 말일 테니, 슬픔이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 코인을 추천하지 말아라. 타나토스를 해소하기는 커녕 원망만 산채로 관계만 끊어지고 말 테니. 사랑해보지 않은 자, 슬픔이 없는 자에게는 환락도, 죽음도, 폭등도, 폭락도, 다 정신 나간 짓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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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여름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