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드 스토리

[27日] Sep 16, 2021 

 

<20세기의 여름> 스탭들은 모두다 <위즈덤 러너>이므로 다른 <위즈덤 러너>들 중 누가 <20세기의 여름>에 방문할지가 중대한 관심사였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상 프라이버시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이들이 많고, 또한 샤이한 이들이 유독 많은 스팀잇의 분위기 때문에 더더욱 몰래 온 손님들이 꽤나 있을 거란 예상들을 하곤 했지요. 그래서 우리는 왠지 미심쩍은 행동을 하는 손님들을 보면 스티미언이 아닌가? <위즈덤 러너>가 아닌가? 짐작해 보곤 했답니다. 그들 중 나루님(@ab7b13)은 주요한 용의 대상자 중 한 명이었구요.

“마법사님, 저분 나루님 같지 않아요?”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다녀갔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내가 나루요.’ 하고 나타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나타난 것입니다. ‘내가 나루요.’ 하고 말이에요.

그것은 두 번째의 일입니다. 첫 번째는 킴리님(@kmlee)이었어요. 그는 대뜸 스탭들의 지인들이나 단체 손님이 아니면 잘 앉지 않는 바 좌석에 앉아서 칵테일을 시키더니 내가 누군지 아냐고 물었어요. 우리는 그의 출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답니다. 아무도 그가 이렇게 불쑥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의 출현은 의외였고 방식도 의외였어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는 의외의 모습을 퍼레이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킴리님의 등장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마도 그의 저작 스타일 때문일 거예요. 이렇게 여럿이 모이는 오프라인 모임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그의 저작 스타일상, 우리는 그를 출현 후보군에 올려놓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만큼 그의 출현은 충격 그 자체였어요. 하지만 모두가 한 번쯤 보고 싶었던 그였음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경악에 비례하여. 세상에 킴리님이라니. 그는 한때 스팀잇의 슈퍼 큐레이터 아닙니까?

그리고 두 번째의 일입니다. 나루님의 등장 역시. 등장의 방식 역시. 그 역시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맞춰보라고 우리에게 퀴즈를 내밀었습니다. ‘저는 누굽니다.’ 하지 않고 왜 하나같이 내가 누군지 맞춰보라고 하는 걸까요? 그것은 낯선 관계, 경계하는 관계에서 나오는 워딩이 아닙니다. 기대가 충만한 관계. 그리고 내가 누군지 알면 깜짝 놀라 까무러칠 관계 사이에서 나오는 깜찍한 워딩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럴 만한 무엇을 가지고 있었든 가요? 애정을 쌓고 신뢰를 쌓을 만한 무엇을 가지고 있었든 가요? 이것은 어디로부터 나온 기대일까요?

마법사는 매일같이 글을 쓰고, 매일같이 [스팀시티]에 대해서 떠들었어요. 그러니 마법사의 글을 읽어오던 이들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 그놈의 [스팀시티] 고마해라, 할만합니다. 그러면 어느 날 나타나 ‘내가 누군지 맞춰보시겠어요?’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술 더떠 라총수는 세상에 지난 3년간 (그 중의 얼마간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르나), 나루님과 매일같이 메일을 주고받았다는 군요. 그러니 우리의 3년은 어떤 3년입니까? ‘내가 누구게?’ 할 만한 3년이 아닙니까?

그 일의 열매는 오늘 또 다른 운명적 투자를 낳았습니다. 우리는 불현듯 나타난 나루님이 이 공간에 자주 머물기를 바랬고 그럴 방법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했습니다. 뮤지션인 나루님이 이 공간에 합리적? 으로 머물 방법은 단순합니다. 이곳에서 연주를 하고 연습을 하면 되는 것이지요. 춘자의 작가들이 이곳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듯 말이에요. 그래요, 그래요. 맞아요, 맞아요. 나루님! 피아노를 놔드리면 되는 거죠?

빙긋이 웃는 나루님은 부정도 하지 않고 그러면 좋겠다, 아침에 눈 떠서 갈만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기는 커피도 맛있고 공간도 좋으니 연습하러 연주하러 오면 좋겠다 하셨지요. 그러면 콜! 대신 다섯 번만 옵시다. 다섯 번째 되는 날, 피아노를 사드리죠. 그리고 마법사는 더 그레잇 킴리님에게 제안을 했어요. 킴리님! 임요환이 되실 절호의 기횝니다! 나루님의 피아노에 투자하시지 않겠습니까? 킴리님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얼마면 됩니까?”

4번째 방문한 나루님에게 원하는 피아노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나루님은 피아노 대신 키보드를 말씀하셨고 4개의 후보군을 제시하셨어요. 가격대별로. 그리고 혼자 오지 않고 천재 피아니스트를 함께 대동하셨지요. 그분은 이미 스티미언이신 @jazzyhyun님이시고 나루님의 대학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4개의 후보군들중 나루님은 물론 우리 모두의 마음을 매혹시킨 빨간 키보드가 있었어요. 게다가 그건 나루님의 친구인 천재 피아니스트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었지요. 부러웠던 나루님, 그러나 4개의 후보군 중 가장 비싸다는. 심지어 처음의 예산에 거의 배나 나가는.KakaoTalk_20210916_013454869.jpg

우리는 일단 소망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이 선택을 운명에 맡겨보기로 했죠. 그 방식은 현재 확보하고 있는 킴리님의 예산으로 스팀을 사고 1주일간 기다려 보는 것이었어요. 그것이 배로 오르면 우리 모두의 로망이던 그 빨간 키보드를 사기로 말이죠. 그리고 오늘은 일주일째 되던 바로 그 날 입니다.

사람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싶어 하고 그 합리성의 기준은 가성비 또는 경제성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운명을 따르고 직관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가성비와 경제성은 현재에만 유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미래에 투자하고자 하는 어떤 이가 암호화폐의 가성비와 경제성을 따지고 들면 그는 아무것에도 투자할 수 없을 겁니다. 말 그대로 내재가치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현재는 가성비도 경제성도 없는 것이 이것이니까요. 그러나 미래가치를 사는 사람들은 지금 눈에 보이는 것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곧 드러날 세계, 다가올 우주를 미리 알아보고 기회를 사는 것이지요. 투자할 기회. 아, 이 얘기를 하고 있으니 영화 <비긴 어게인>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군요. 무명가수의 무대 위로 눈에 보이지 않는 연주들이 쏟아져 내리던 그 장면. 그것을 우리는 모두 보았습니다.

나루님의 다섯 번째 방문의 날. 오늘은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모두의 마음을 매혹시켰던 그 빨간 키보드의 이름은 ‘Nord’였거든요.KakaoTalk_20210916_013455306.jpg

이것은 우연의 일치일까요? 키보드의 이름 ‘Nord’의 뜻은 20세기소년이 현재 머물고 있는, 그리고 우리가 모두 함께 내년 9월에 찾아 가 함께 축제를 열 바로 그곳의 이름이었어요. 그리고 그곳의 수도는 릴. 우리는 내년 여름 그곳을 향해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할 것이고, 그 여행은 킴리님의 고양이인 ‘쿼드’의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향해 가는 여행임과 동시에 이 빨간 키보드의 이름인 바로 프랑스의 그곳을 향해 가는 여행임을 운명이 우리에게 말해준 것이었어요. 물론 이것을 말하기도 전에, 더 그레잇 킴리님은 당연히 우리의 선택은 ‘Nord’ 여야 한다고 직관하고 계셨음은 물론입니다. 그는 탁월한 투자 혜안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리하여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운명으로 여기고 ‘Nord’를 동행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일주일을 기다렸지만 배나 오르지는 않은 스팀은 놓아두고, 킴리님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마련하기로 하셨습니다. 세상에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투자를 하다니, 앞으로 투자는 춘자에만 하겠다던 킴리님의 투자 혜안은 참으로 위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응원만이 아니겠지요. 그것은 한때 투자로 10억도 벌어보고 고스란히 잃어도 보았다는 킴리님의 오랜 투자 경륜을 통해 얻어진 현명한 선택이겠지요. [스팀시티]는, 춘자는, 이제 그것을 증명해야 할 미래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투자이니 수익 배분의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나루님은 이 키보드를 활용하여 도서출판 춘자와 음원 또는 음반이 담긴 콘텐츠를 제작한다.
  2. 도서출판 춘자는 나루님과 합의하여 나루님의 음원 또는 음반이 담긴 콘텐츠의 수익 중 전체 소요 예산의 해당 투자 지분만큼 (키보드 구입비용)의 수익을 킴리님에게 배당한다.

20세기의 가을에 찾아 온 빨간 키보드 ‘Nord’는 1년간 장충동 20세기소년에 머물다가 1년 뒤에는 자신의 고향인 스웨덴을 거쳐 (made in sweden) 자신의 이름이 지칭하는 프랑스의 ‘Nord’ 지역으로 버스킹을 떠나게 될 겁니다. 그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적셔줄지는 이미 ‘Nord’를 연주할 나루님의 솜씨를 알기에 우리는 너무나도 기대가 크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연주를 듣고 싶어 하고 그를 만나보고 싶어 합니다. 그것은 그가 그간 이 공간에서 사람들과 쌓아 올린 관계의 정성 때문이겠지요. 그조차 사람들이 너무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해서 숨어버리고 싶었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그가 이제 장충동 20세기소년에서 연주를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언제든 찾아오셔서 조용히 듣다 가셔도 됩니다. “내가 누군지 맞춰 보세요.” 하기 전까지, 누구도 ‘당신 누구지?’ 하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마음이 치밀어 올라 “내가 누구게?”하고 싶거들랑 20세기소년 멤버십에 가입을 하십시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물론 나루님 역시 오늘 17번째 멤버로 멤버십에 가입을 하셨답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돈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여기는 [스팀시티], 암호화폐의 도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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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여름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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