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감각 = 새소년
2018.08.04
나는 책상에 머리를 묻고서
절망에 빠진 가슴을 부여잡고
대지의 어머니에게 간청했다.
이럴 거면 나를 데려가지..
이대로 버려둘 거면..
그때에 대지의 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영혼을 하늘 높이 끌어올리더니..
어깻죽지가 튿어지며
날개가 솟아 나왔다.
날개..
그것은 분명 날개였다.
천사들의 등에서 보던 그 날개..
날개를 달라고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대지의 어머니는
내게 날개를 주었다.
아니 날개는 이미 내게 있었다.
그것은 마른 등짝의
어깻죽지가 튿어지고 나서야
밖으로 펼쳐질 수 있었다.
날개가 펼쳐지고..
나는 그것을 감각할 수 있었다.
신비로운 일이었다.
그것은 지금도 감각되어진다.
펼치면 펼쳐지고
펄럭이면 펄럭인다.
나는 새소년이 된 것이다.
신기한 일이었다.
갑자기 검색이 하고 싶어졌다.
날개와 나의 이름을 넣고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본다.
희한하게도 누군가의 소설이 검색된다.
[날개+감각]..
아마도 습작이었던 듯..
그 소설에는 나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날개를 가지게 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동시성..
어쨌거나 날개가 운명이라면..
날개를 가진 자는 날아야지.
그러나 나는 날 줄을 모른다.
날 줄을 모르는
날개를 가진 자는
날개가 데려다주는 곳에
끌려다녀야 한다.
날개는 나를
혼돈의 한복판에
분쟁의 한복판에
전쟁의 한복판에
내려놓고
내려놓았다.
이를 어쩐다.
나는 아직 검이 없는데..
검이 없이 나는 자는,
땅 위에 내려서는 순간,
베이고 찔리고 다친다.
결국
날개가 아니었으면
있지 않았을 곳,
닿지 않았을 곳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피투성이가 되어..
결국
나는 광야에 내동댕이쳐졌다.
날개를 원망할 수밖에..
날개를 원했던 게 아닌데..
다룰 수 없는 날개는 함부로 펼치는 게 아니다.
나는 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날개는
흉기다.
미숙련비행체일 뿐이다.
결국
나는 광야를.. 날개를 접은 채 걸어야 했다.
거칠고 메마른 광야를 걷고 또 걷는 게
날개를 함부로 펼쳐들고
감당하기 어려운 곳에 떨어지는 것보다
나았다.
대지의 어머니는 왜 내게 날개를 달아 주었을까?
아니다..
날개는 내 어깻죽지에 고이 접혀 있었다.
대지의 어머니는 단지 날개를 펼쳐 주었을 뿐이다.
이걸 펼치고 날으면
대지의 어머니를 떠나게 된다.
대지의 어머니를 떠나면
어떤 위기와 위험에 봉착하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안전하려거든..
날개를 접은 채 대지에 바싹 몸을 붙이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날개를 가지고 걸어 다니는 것은
못난 짓이다.
못할 짓이다.
날 줄을 모르니
날 줄을 알게 될 때까지는
걷고 또 걸을 수밖에..
그러나 날아봐야 날 줄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간
또다시 혼돈과 분쟁과 전쟁의 한복판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피투성이가 될 것이다.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이번에는 죽음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검..
검을 찾아야 한다.
검을 찾을 때까지는
피해 걸어 다닐 수밖에 없다.
광야로 숨어들 수밖에 없다.
광야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나의 검을 찾기 전 까지는..
그리고 지난해,
결국 8년간의 산티아고의 길 순례를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나의 검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매우 평범하고 무심한 공간에서
따분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왔니? 오래 걸렸네..
검의 말처럼
나는 오랜 시간과
많은 댓가를 지불하고
대지의 어머니에게서
날개와 검..
모두를 얻었다.
아니다.
아직 하나가 남았다.
방패..
방패가 아직 남았다.
방패는..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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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 알레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