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천국을 짓고 있습니까?
2018.04.25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천국이 아니다.
사람들은 천국을 보여주면 누구나 천국에 가려고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천국은 어디인가요? 그곳은 저 하늘 너머 우주 어느 곳, 정체를 알 수 없는.. 위치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상상할 때에야, 자기가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세계를 상상하지만.. 그래서 마냥 핑크빛, 찬란한 세계로 그려지지만.. 막상 그곳에 가려면, 그곳에 지금 가도 된다고 하면.. 그곳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 내일 적금 타는 날인데..
아, 내일 소개팅하기로 했는데..
아, 내일 무한도전 봐야 되는데..
어처구니없지만, 천국행 발걸음을 잡는 이유는 많기도 많고, 사소하기도 사소합니다.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 생활의 궤적.. 그것이 천국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에 삶의 관계들까지 연결되면 그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아, 내일 우리 아이 발표회인데..
아, 내일 우리 엄마 칠순인데..
아, 내일 만난 지 100일인데..
누가 이를 거부하고, 훌쩍 천국으로 날아가겠습니까? 웃기지 않습니까? 우리는 정말 천국을 원하고 있습니까?
물론 지옥같이 다니기 싫은 회사와 죽을 것 같은 관계들 속에 놓여 있다면, 훌쩍 천국으로 가버리고 싶고, 실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나 대부분은 자기 삶의 궤적을 천국으로 구축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놓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삶의 습관은.. 어쨌든 여기가 천국이오..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상 중독
그 무게감과 상관없이,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에게 만족을 줍니다. 짜증 나는 회의와 긴장되는 영업실적 발표들이 우리를 조여오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모든 것은 지나가고, 휴일도, 휴가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그래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일상의 롤러코스터는 그것으로 중.독.입니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미친年 헤드뱅잉을 해대는 게 일상이어도.. 그것이 익숙해지면 놓을 수 없고, 떠날 수 없고.. 심지어 만족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런 순간.. 기적이 찾아오는 겁니다. 기적은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기적은.. 기회는.. 그렇게 별거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사람에게도 불쑥 찾아옵니다.
야, 너 미친 거 아니야.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횐데, 기적이야 기적..
이런 말을 들을 만 합니다. 누구나 이런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착각하지만.. 기다린 사람은 소수입니다. 그들은 학수고대하였기에 재깍 붙들겠지만.. 일탈 욕구 90이었던 사람도, 짜증의 일상 90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기적을 만난 그들은 일단 망설입니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실상을 알게 되면, 정권을 무너뜨리고 남한 사회로 쏟아져 내려올 거라는 핑크빛 이데올로기 말이죠. 그러나 우리가 지금 알아가고 있는 북한 사회의 실상은, 남한 TV의 아침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받아보며, 무한도전, 런닝맨을 하루 이틀의 시차를 두고 열혈 시청한다는 놀라울 만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남한으로 쏟아져 내려 오지 않을까요? ‘이런 우리가 다 속았구만!’ 불끈하며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지 않을까요?
그런 이상한 일들은 북한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교회 목사가 성추행을 하고 헌금을 횡령해도, 신도들은 교회를 떠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옹호하고, 그게 무슨 잘못이냐며 항변하기까지 합니다. 낱낱이 실상이 밝혀지며 실형을 받고 수감이 되어도, ‘여러분 이거 새빨간 거짓말인 줄 아시죠?’하면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릅니다. 빨간 태블릿에 세상이 속고 있다고 목청을 높이며 또 한 번 자신을 속입니다.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사람이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해 온 시간과 과정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는 없습니다. 방향이 잘 못 되었던, 모래 위에 집을 지었던.. 나는 열정을 쏟았고, 어설퍼도 생각과 신념의 집이 세워져 올라가고 있었던 겁니다. 속도가 더디고 구조가 불안해도, 나는 수고했고, 내 손길이 묻어있는 삶의 기록인 것입니다.
그걸 누가 무너뜨리겠습니까? 가만있겠습니까? 내가 구축해 온 신념과 내가 알고 있던 진실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걸 목격해야 하는 사람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그대의 천국
신념의 가치는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떠한 팩트로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신념의 궤멸은 자아의 붕괴이고, 자기가 살아온 생의 부정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철저히 거짓에 기반 한, 기만된 신념이었다 해도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환상 속에 살아가는 겁니다. 어쨌거나 자기만의 천국에 살아가는 겁니다.
그래서 저 하늘의 천국은.. 낯선 곳입니다. 내가 그려온 이상향은 적어도 지금의 현실은 아닐 테니.. (그렇다면 여기가 천국이오. 나는 천국에 살고 있소 하겠죠) 낯선 곳은, 불편해도 익숙한 곳보다 선호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저 상상 속에 머물러 주면 되는 것입니다. 불쑥 내 삶으로 진격해 오면 당황스럽고 불쾌합니다. 그런 이들에게는 로또번호를 쥐여줘도 싫어합니다. 누구를 놀리냐며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려 버립니다.
이해가 안 되겠지만.. 설마 하겠지만.. 북한 주민들은 남한의 드라마와 예능을 즐기면서도 당장 체제를 변화시킬 생각이 없습니다. 가진 모든 것을 두고, 천국 같은(?) 남한으로 달려갈 생각이 없습니다. 쌀밥에 고깃국을 먹지 못해도, 내일 시작될 일상이 자신에게는 더 소중한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우리의 상상은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와 자신의 세계관, 신념의 유연성이 서로 호응한다면.. 매우 역동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취향이고 성향이니.. 누가 뭐라겠습니까? 평안 감사도 저하기 싫으면 그만인 것을..
그러면 우리는 어떤 천국을 꿈꾸어야 할까요? 그대의 일상은 그대의 천국과 얼마나 맞닿아 있습니까? 그것은 진전되고 있습니까? 아니면 단지 일상성에 중독되어 남들의 천국에 살고 있습니까? 타인의 천국을 건설해 주고 있습니까?
일상성의 중독은 매우 강력합니다. 사람들은 일상의 루틴 속에서 편안하고 싶은 욕구를, 변화하는 열정의 기쁨보다 더 강력하게 열망합니다. 그러니 그것은 상수로 놓고, 내 삶을, 내 일상을.. 나의 천국으로 구축해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터를 잡고, 땅을 파고, 기초를 세우고, 기둥을 올리고, 층수를 올려 가는 과정을, 바로 ‘나의 천국’ 설계도에 근거해서 해나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일상성이 그토록 강력하니.. 일상에 진입하기 전에 먼저 방향 설정을 잘 해야 한다 이 말입니다. 터를 잘 잡아야 한다 이 말입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인생의 일정한 순간이 지나가면, 방향을 전환하기가, 달리는 KTX를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자신의 천국을 구축하려면, 우공이산愚公移山 하더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타인의 천국에서, 일상에 중독된 건설 노동자로 사느니, 나만의 천국에서, 백수 과로사를 하는 게 낫습니다. 그러니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여기가 거기냐?’, ‘여기가 너의 홈그라운드가 맞느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시작에 있어.. 조금의 타협은..
아닙니다. 안됩니다.
결국 타인의 천국에 휩쓸려 들어가게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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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 알레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