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그녀는 죽겠다고 말했다.
나는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는 게 죽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는 게 죽는 것 같다면 죽는 게 사는 것이다.

그녀는 죽지 못해 산다고 말했다.
나는 그러면 차라리 죽으라고 말했다.
그녀는 남겨진 가족들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죽지 못해 사는 사람과 사는 가족들은
죽은 사람과 사는 것인가? 산 사람과 사는 것인가?

그녀에게
나는 ‘당신은 산 사람인가? 죽은 사람인가?’ 물었다.
그녀는 나도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자신이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은
사람인가? 귀신인가?
그럼 그녀의 가족들은 사람과 사는 것인가? 귀신과 사는 것인가?

사람들은 자신이 희생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희생으로 모두가 산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
자신의 희생으로 도움을 얻는 이들은 누구인가?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의 희생을 환영할 이는 누구인가?

다시 그녀에게 살라고 말한다.
당신을 위해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 살라고 말한다.
자신을 위해 사는 사람은 죽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사는 사람은 희생을 말하지 않는다.

비로소 그녀의 가족들은
산 사람과 살고 있는 것이다.
비로소 그녀의 가족들은  
귀신이 아닌 산 사람에게서 도움을 얻을 것이다.
비로소 그녀의 가족들은
스트레스가 잔뜩 묻어나는 구걸한 밥을 먹지 않을 수 있다.
비로소 그녀의 가족들은
열정과 기쁨의 엔돌핀으로 버무려진 진수성찬을 대접받을 수 있다.

그녀에게 다시 한번 살라고 말한다.
그렇게 오로지 자신의 기쁨을 위해 산 사람들이
빛을 만들고, 에너지를 만들고, 평화를 만들었음을 말해주고 싶다.

그녀에게 살라고 말한다
아직도 희생을 핑계로 누군가에게 기대어
생명을 근근이 이어가는 그녀에게,
이제 당당히 스스로 서라고 말한다.
자신을 위해 살라고,
온 세상이 온 우주가 당신이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그녀에게 살라고 말한다.

 

[2008.08.04_ 珍島_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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