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에게는 돌아갈 집이 있다

[10일] Jul 18, 2021 l M.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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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이지만, 그 흐름에 역류해 자신을 드러내길 극히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 많다. 스팀잇에는 그런 이들만 남은 것 같다. 그 예전 시끌벅적했던 3년 전에는 장기자랑하듯 자신을 드러내는 일도 많았는데, 그게 우리가 다 처음이라, 온라인 게다가 박제되는 블록체인에 익숙지 못해 만만하게 보다 앗 뜨거라 했는지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익명만 남은 듯하다.

익명이면 어떻겠는가. 이름 알고 호구조사 했다고 상대를 아는 것이 아니니. 얼굴 마주하고 너에 대해 물어도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채로 아는 척만 해대는 인간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기도 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니 이 시간들, 한 공간에서 일상과 생각을 계속 나누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알고 있을까? 측정할 수 없겠지만 분명 우리는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다. 그건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이 공간의 문법이란 게 생겨나고 문화라는 것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겠지. 그걸 20세기의 여름에서 체험하고 있다.

누군가 조용히 머물다 간다. 우리는 그가 그녀가 스티미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왠지 비슷한 느낌을 공통적으로 받게 된다. 그건 향기다. 스티미언의 향기. 그게 좋은지 역겨운지는 모르겠다. 다만, 온라인 공간에 머물던 방식 그대로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머물다 가는 그들을 보면 촉촉하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다. 며칠 전에는 용기를 내어 얼굴을 드러내고 자신을 스티미언, 위즈덤 러너라 밝히는 이들이 한 번에 몰려왔다. 약속한 것도 아닌데 어케 하루에 몰려왔는지. 모두들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시끌벅적한 하루를 함께 보내고 다시 온라인 공간의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럴 수도 있는데, 이렇게 만나면 전혀 다른 누군가인데, 우리는 풍성한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데. 경이롭고 신비롭고 황당하기도 한 상황들이 계속 연출되고 우리는 웃고 울고 즐겁고 당황하고 귀찮기도 하다.

어떤 방식이든 서로를 향한 관심과 호기심이 이 공간에 머물고 있다. 분명 누군가는 여기에 왔고, 여기에 오고 싶고, 여기에 머물고 싶다. 머무는 방식 역시 개인의 취향과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위즈덤 러너이고 스티미언이다. 그러면 된 거 아닐까?

다시 3년 뒤에도, 그리고 또 3년 뒤에도 머뭄의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각자가 이생을 떠날 때까지 계속될 수 있다면 우리는 아주 소중한 공간 하나를 확보하고 살아가는 것이리라. 집 없이 떠도는 이는 방랑자이지 여행자가 아니다. 여행자에게는 돌아갈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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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여름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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