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짓을 왜 하고 있는 걸까?

[12日] Jul 25, 2021 l M.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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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점에서 딱 잘라 보면 누구나 언제나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떤 인간도 미래를 조목조목 알지 못하고 현재 시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에 하고 있는 일은 이 짓이 되기 쉽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가는 사람과 회의에 빠져드는 사람.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멀리 보고 시작한 일이니 계속 멀리보면 되는데 발밑을 내려다보면 당연히 천 길 낭떠러지다. 그런 게 도전이고 시도고 모험인데 알면서 시작해 놓구선 밑을 자꾸 내려다보면 어쩌란 말인가.

자세가 자꾸 신경 쓰여서 게임에 집중할 수 없다는 아이에게 마법사는 멀리 보라고 말했다. 아이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모니터를 멀리 두고 보라는 말이냐고 반문한다. 그게 아니잖니? 멀리 보라고. 한 수 두 수 세지 말고 열 수 백 수를 내다 보라고. 운전할 때는 더욱 그렇다. 바로 앞을 보고 운전을 하면 자동차는 지그재그로 움직인다. 그러나 멀리 보면, 두세 신호등 너머로 멀리 시선을 두면 자동차는 안정적으로 바로 간다. 게임에서 멀리 본다는 건 뭘까? 그건 아이가 찾아내야 할 태도이겠지.

그 짓이란 것이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어떤 일이라면 자주 회의에 빠져든다. 먹고 사는 것은 오늘 하루의 일이니 그날그날 해결하면 되는데 호구지책으로 미래를 설계하려니 답이 안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향한 모든 일은 천 길 낭떠러지 너머에 있다. 그걸 못하겠어서 호구지책을 주워든 건데 그걸 가져다 미래를 설계하려 들면 아귀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건 시작도 말아야지. 멀리 보고 가는 중이라면 밑을 보지 말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중이라면 고개를 들지 마라.

<20세기의 여름>이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다. 오늘로써 20세기 소년 펍의 월 평균 매출 또는 20세기 소년이 오픈빨과 지인 찬스를 총동원하여 홀로 틀어막은 코로나 항전 매출을 넘어섰다. 아직 일주일이 남았는데. 그러나 계산기를 두들기면 남은 기간 신기록을 계속 경신한다 해도 이건 누구 코에 붙일까 싶다. 스탭이 몇 명인데. 팔자 고치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니 즐거운 하루하루에 만족하면 되고, 멀리 보고 달려가고 있는 그 일은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작정하고 소 뒷걸음질을 치다보면 언젠간 가 닿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나 한숨 한 번 쉬며 태양이 작열하고 코로나가 내쫓아 버린 텅 빈 거리를 물끄러미 내다보고 있노라면 다시 생각이 밀려 오는 것이다.

나는 이 짓을 왜 하고 있는 걸까?

그 마음으로 누군가는 아예 業을 포기하고 누군가는 장기 휴業에 들어가고 누군가는 손님도 없는 業장 문을 열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린다. 그러나 마법사의 業은 그런 공간과 시간 속에서도 한 손에는 기적의 지팡이와 다른 한 손에는 믿는 도끼를 동시에 들고 선택을 종용한다. 금도끼 줄까? 은도끼 줄까? 아니면 아예 동아줄을 끊어줄까? 기쁘고 착잡한 그런 마음이다. 마법사의 짓은 매번 그런 달콤씁쓸함 속에 반복되는 이게 뭐 하는 짓거리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까? 그것에 답할 수 있다면 짓은 業이 되겠지.

지겨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業의 유일한 지름길이라는데 마법사는 이번에도 이 짓을 반복하고 있다. 21세기가 20년이나 흘렀는데 다시 20세기라니. 게다가 여름이라니. 마법사가 가장 좋아하지 않는 계절에 지겨운 짓을 반복하고 있노라니 스트레스가 올라와 열사병에라도 걸릴 지경인데, 이곳에는 멀리 보지 않는 자들의 낭만이 흘러넘친다. 자세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인간들의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쌓이는 것은 호구지책으로 미래를 설계하려는 이들의 한숨뿐, 한탄뿐.

그래, 마법사는 이따위인데
그대는 무얼 하고 있는가?
業을 쌓고 있는가?
뭐 하는 짓거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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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여름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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