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서
Nov 04. 2023 l Konya

사도들은 이 도시에서 돌에 맞았다.
어머니는 이 도시에서 신을 만났다
시인은 이 도시에서 사랑을 만났다.
코니아(Konya), 성서 속 지명으로 이고니온이라 불리던 이 고대도시는 기원전 7천년부터 존재했다. 세계에서 최초로 농업이 시작된 도시이고 불을 처음으로 사용한 도시라고. 말 그대로 도시가 시작된 도시이다. 그리고 이 도시에서 시작된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사도들은 이전 도시에서 제자들을 얻었으나 박해를 받고 쫓겨났다. 첫 번째 선교여행의 두 번째 도시인 이곳에서 그들은 기사와 이적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얻었다. 그러나 역시 기적과 이사는 시기를 불러오는 법. 못마땅한 이들이 사도들을 박해하고 돌을 던졌다.

300년 뒤, 사도가 돌을 맞은 자리에서 한 어머니가 꿈을 꾸었다.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떠나던 길이었다. 꿈에서 예수를 만난 어머니는 전쟁을 앞둔 아들에게, 신께 너의 승리를 간구할 테니 전쟁에서 이기거든 믿음을 갖도록 하라고 당부를 한다. 아들은 전쟁에서 승리했고 제국의 황제가 되었다. 어머니와의 약속대로 믿음을 공표하고 국교로 삼았다. 그리하여 이 도시는 종교로서의 기독교가 계시된 성스러운 땅이 되었다. 그 성지에, 아들은 어머니의 기도를 기념해 교회를 세웠다. 사도가 돌을 맞은 그 자리에. 박해를 받던 가르침은 300년이 흐르고 제국의 종교로 선포된 것이다.

_ 성 헬레나 기념 교회 (Aya elenia church). 327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어머니 헬레나가 계시를 받은 자리에 세웠다.
그리고 다시 1,000년이 흘렀다. 이 도시에 남루한 여행자가 나타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망토를 두른 이 늙은 여행자는 이 도시에서 운명을 만나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이 노승은 일찍이 자신의 가르침을 감당할 만한 사람이 있기를 기도했다. 그러자 신은 ‘그 대가로 무엇을 내놓겠는가?’ 물었다. 노승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제 머리를 내놓겠습니다.’ 그는 운명을 찾아 세상을 떠돌아다녔는데, 이런 그를 사람들은 ‘샴스 페렌데(Flying Shems)’라고 불렀다고 한다.
제자는 스승을 처음 만나고는 기절해 버렸다. 기록에는 머리 꼭대기에서 창문이 열리는 것을 느끼고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 것을 목격했다고 적혀 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오직 그만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거기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가 내게 다가왔을 때 나는 두 눈이 멀어버렸다.’
그는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졌고 한 시간가량 의식을 잃었다. 스승은 제자에게 다가와 말했다.
‘나는 이 세상의 돈을 다른 세상의 돈으로 바꾸는 자이다.’
제자는 이에 화답했다.
‘전에 내가 신으로 생각했던 그 존재를 오늘 나는 한 사람 속에서 만났다.’

_ 두 사람은 이 도시의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 자리에는 ‘두 개의 바다가 만난 자리’라고 쓰여진 기념비가 세워졌다.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에 깊이 감화되어 남은 평생 동안 그를 영적 스승으로 받들게 된다. 신의 완전한 사랑에 대한 스승의 가르침은 엄격한 종교학이자 법률가이던 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렸다. 그러나 스승 역시 운명에 화답해야 했다. 자신의 가르침을 감당할 만한 제자를 만났으니. 노승은 제자를 떠나 서원대로 불가사의한 최후를 맞는다.
제자는 스승을 찾아 세상을 헤매었다.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던 스승을 좇아 여행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서도 스승의 자취를 찾을 수가 없었다. 제자는 그 마음을 담아 시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십자가와 그리스도인들 사이로 여기저기
찾아다녔지만, 십자가에 그는 없었다.우상의 사원, 고대의 탑에 갔지만
어느 곳에도 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카바를 향해 순례의 고삐를 당겼으나
남녀노소 모두가 향하는 곳에 그는 없었다.나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서 찾았네. 어느 곳에도 없었던
그를.
스승을 만나기 전까지, 그는 시를 써본 적이 없었다. 그는 스승에 대해, 그리고 그 안의 신에 대한 연모의 마음을 담아 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제자는 시인이 되었다. 그렇게 죽을 때까지 써 내려간 시가 2만 5천구 이상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연모는 종교가 되었다.
오라, 오라!
당신이 누구든 오라!
방황하는 자든
불을 섬기는 자든
우상 숭배자든 오라.
우리 학교는 희망 없는 학교가 아니다.
맹세를 100번이나 깨뜨린 사람도 좋다.
오라!_ 잘랄루딘 루미
중동 지역 출신이라면 누구나 최소한 루미의 시 한 편은 외운다고 한다. 그를 따르는 제자들은 그와 함께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며 세상을 빙글빙글 돌고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신에게 다가간다. ‘누구든 오라’는 그의 종교는 절대적이지도, 까다로운 교리도, 엄격한 위계도 있지 않으므로 주류 종교에 탄압을 받고 있다. 현재, 그의 교단은 강제로 해산되었으며 그의 춤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으로써만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더욱 그의 시와 춤을 연모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그의 탄생 800주년이 되던 2007년을 ‘루미의 해’로 선정. 세마춤은 2008년 세계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 도시에서 많은 것들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천년, 이천년에 이르도록 흐르고, 퍼져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여행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최초의 도시로부터 세상을 회전하는 여행자들이 신념을, 순례를, 사랑을 위해 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은 운명적 만남으로 이어졌다. 떠나지 않은 자는 얻을 수 없는.
*사도 역시 두 번째 들른 이 도시에서 제자를 만나게 되었다. 제자는 이 도시에서 칭찬받는 젊은이였다. 제자는 스승이 받은 박해를 기록했다. 스승은 제자를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불렀다.
‘네 눈물을 생각하여 너 보기를 원함은 내 기쁨이 가득하게 하려 함이니. 이는 네 속에 거짓이 없는 믿음이 있음을 생각함이라.’ (디모데후서 1장 4절)
사도와 제자는 이후 함께 선교여행을 떠났고 스승이 감옥에 갇히고 순교한 이후, 그 뒤를 따라 신념을 증거하다 스승을 따라 순교했다. (그는 돌이 아닌 광분한 군중들의 곤봉에 맞아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어머니의 순례 여행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꿈의 계시 역시 계속되어 예수가 못 박힌 성십자가와 부활하기 전 3일간 묻혀 있던 성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예수가 본디오 빌라도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기 위해 걸어 올라간 계단도 찾아내어 함께 로마에 보내었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통해 잉태된 종교로부터 성녀로 추대되었고, 세계 최초의 고고학자라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마법사는 이 도시에서 계시된 대로
공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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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적 순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