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사울이 되려면
[MOVIE 100] Aug 11. 2022 l M.멀린

“크리스티가 받은 한 표는 제 겁니다. 제 생각에는 한번 더 검토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요. 말썽을 좀 일으키긴 했죠. 새로운 곳으로 이사 와서 나쁜 선택을 좀 한 거예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일이고, 그 후로 2년 동안 아주 잘해왔어요. 다들 이거 읽어봤어요? 에세이를 아주 잘 썼어요. 제 요점은 말썽을 부렸던 전적이 있고 과거가 완벽하지 않은 사람은.. 알잖아요. 실수를 했고 그 결과를 겪어본 사람은 다른 사람이 못 하는 어떤 기여를 할 수도 있어요. 진지한 고려 대상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티, 넌 못 받았어. 어차피 못 받을 거였어. 그 작자들은 이런 걸 네 눈앞에 흔들면서 네게도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미안, 그건 거짓말이야. 다들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고. 네가 들어오기도 전에 뭘 할지 알고 있었어. 네가 한 번 실수했는데 저 작자들은 절대로 잊지 않는 거야. 자기들 생각에는 네 실수가.. 그냥 그게 너야. 그게 전부일 뿐이지. 장학금만 얘기하는 게 아니야. 모든 게 그렇다는 거야. 네게 미소를 짓고 머리를 쓰다듬겠지만 절대로 널 들여보내 주진 않을 거야. 하지만 내 말 들어봐. 그건 중요하지 않아. 상관없어, 넌 그런 사람들 필요 없으니까. 그자들이 네게 안 준다고? 그래서 뭐? 넌 얻어낼 거야. 필요한 건 뭐든지 하는 거야. 알겠어? 넌 규칙 따위 따르지 않을 거야. 네 방식대로 가고. 남들은 안 하는 걸 할 거야. 똑똑하게, 원칙을 무시하고 네가 이기게 될 거야. 저 사람들이 35층에 있다? 넌 50층에 있을 거야. 네가 저 사람들을 내려다볼 거라고. 네가 높이 올라갈수록 그 사람들은 널 미워할 거야. 좋아, 잘됐어. 계속 염장 질러. 고통스럽게 해주라고. 그 사람들에게 넌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뭐? 그놈들은 엿 먹으라고 해. 잊지 마. 승자가 다 가져가는 거야.”
_ <베터 콜 사울> 시즌4, 10화 ‘승리자’ 中
그리고 그는 이름을 바꿨어. 사울 굿맨 Saul Goodman.
사울은 신약성서에 나오는 이름이다. 예수의 제자들을 핍박하던 사울은 사막에서 회심하고 이름을 바울로 바꾼다. 그는 이름을 사울로 바꾼다. 그리고 사울은 굿맨이다. 위선자들의 염장을 질러 준다.
무엇이 좋은 걸까? <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로부터 이어지는 스핀오프 드라마 <베터 콜 사울 Better call Saul>의 주제 의식 역시 ‘브레이킹 배드’ 이다. (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는 ‘옳은 것에서 벗어나다’라는 의미) 사울은 바울이 아니니까 배드맨 Badman 일 텐데, 그는 사울은 굿맨 Goodman 이라고 정의한다.
사울도 지미 시절(그의 본명)에는 배드맨이었다. 그러니까 형의 인정을 갈구하며 발에 족쇄를 걸고 사는 죄인 배드맨. 그 배드맨들은 늘 질책의 대상이고 가족의 골칫덩이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없다. 그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널 인정해 주지 않을 테니까. 무슨 짓을 해도. 무슨 업적으로도.
바울이 될 수 없는 사울. 결국 자신의 새 이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회심한 그는, 계속 주위 사람들의 염장을 질러댄다. 승자가 되어야 하니까. 승자가 다 가져가니까. 승자는 굿맨이니까.
Every action has consequences.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주제 의식에 따르는 결과는 언제나 정해져 있다. ‘브레이킹 배드’에 따르는 결과. 이 드라마는 계속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들고 연민을 이끌어내다 그들이 감당해야 할 결과로 가차 없이 몰아넣는다. 그렇게 하나하나 최후를 감당하게 하면서도 끝까지 묻는다. ‘그래도 ‘브레이킹 배드’하겠다고? 이래도?’, ‘그렇다고 ‘브레이킹 배드’하지 않겠다고? 이런데도? 이런 지경인데도?’ 배드맨들을 손절하고 염치와 도리 뒤로 숨자니, 쌓아 온 연민과 공감, 애정이 발목을 붙든다. 우리도 모두 지미였을 테니.
가족은 감옥이고 그것 자체로 카르마이다. 너의 지난 생, 모든 행동의 결과가 지금의 너의 가족이다. 그러니 결과를 감당해야지. 탈출은 무슨. 당해도 싸다. 넌 도대체 지난 생 동안 무슨 짓을 해온 거야? 너의 가족이 너의 모든 생의 결과란 말이다.
그들은 그래서 자기 역할에 충실하다. 관습과 윤리, 연민과 동정, 염치와 도리로 너를 꽁꽁 묶고 한 발짝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들은 너의 최종 심판관이고 너는 그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브레이킹 배드’ 하기 전에는. ‘브레이킹 배드’의 결과가 가족들로부터의 환대일 거라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승자가 되어야 하고,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지나 가족을 가질 수 없다. 가족은 너의 모든 것이니까. 모든 것을 가지려면 가족을 놓아야 한다. 가족은 너의 모든 것이니까.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들은 네게 바울이 되길 바라고 바울은 배드맨이 아니다. 너는 사울이 되어야 ‘브레이킹 배드’ 할 수 있는데, 그들에게 사울은 배드맨이니 너는 굿맨이 아닌 거다. 그러나 사울은 굿맨이다. 그건 인정이 아니라 선언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이 카르마의 굴레 속에서 지독한 원칙을 확인한다. 가족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투쟁을 벌이지만, 투쟁의 결과를 얻으려면 가족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투쟁의 결과는 도리어 가족들의 질시의 대상이 될 뿐이니까.
사울은 굿맨일까? ‘ S’ all good, man. 괜찮아, 모든 게 잘 될 거야.’ 너에게 하는 말이야. 앞으로 가도 뒤로 가도 탈출구는 없어. 굿맨이든 배드맨이든 승자만이 모든 것을 가질 뿐이야. 그러니 너는 오도 가도 못하는 골칫거리가 될래? ‘브레이킹 배드’ 하는 사울, 사울 굿맨이 될래? 가만히 있는다고 감당해야 할 결과가 없는 게 아니야. 다들 뛰고 있으니까. 가만히 있는 결과를 감당해야 하지.
이 인생 대하 드라마의 모든 이야기가 이제 곧 끝이 난다. 마법사로서는, 지난 4년의 시간을 함께하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사람들은 ‘브레이킹 배드’하는 마법사에게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다. 비난은 오로지 나의 마음속에서만 스스로 난사하고 난자당했을 뿐이다. 그 목소리와 싸우는 시간 내내 ‘브레이킹 배드’의 리얼리티 프리퀄은 나의 인생에도 생생하게 드라마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승리자’가 될 수 없다. 지미는 어린 크리스티에게 ‘브레이킹 배드’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건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걸 깨닫고는 그의 배드카 ‘esteem’의 운전대를 붙들고는 오열한다. 지미가 사울로 회심하던 순간이다.

P.S.
어떻게 해야 ‘Breaking Bad’ 할 수 있냐고?
‘Better call Saul’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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