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영숙님 다행이에요

[MOVIE 100] Aug 12. 2022 l M.멀린

영숙님 다행이에요. 피하려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죠. 그리고 피하면 되는 거죠. 그건 살면서 큰 도움이 돼요. 일단 피하고, 다시 생각하고, 마음을 다스리고, 그리고 멈추든, 나아가든, 돌아가든, 선택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어떤 삶은 피할 곳 없이 내몰리는 삶이 있어요. 어떤 때는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이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순간이 있어요. 누구에게는 순간이고 그런 때가 있었고 하지만, 계속 피할 수 없는 피할 공간도 없는 생의 연속을 받아들여야 하는 인생도 있죠.

그러면 눈물도 마르고 기운도 마르고 마음도 마르죠. 그래도 피할 공간이 없으니까.. 그냥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고 받아내는 거예요. 그렇다고 죽을 순 없잖아요. 닥쳐오는 건 문제일 뿐, 눈앞의 죽음이 아니니까. 그러다 그러다 죽으면 억울할까요? 허망할까요? 견디고 견디다 버티고 버티다, 죽으면 말이에요. 그러다 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그래서 피할 공간이 있다는 거, 피할 수 있다는 거, 다행이고, 행운이고, 축복이라구요. 그리고 피하셨다니 잘하셨어요. 그런데 배우지 못한 게 있네요. 피할 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피할 수 없는 순간들, 피할 공간이 없는 막다른 곳에선 어떻게 버티고, 견디고, 감당할까요? 배워 본 적이 없는 이 감정과 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까요? 방법은.. 없어요. 고스란히 받아내는 거죠. 자신감이 넘쳐서 정면승부를 거는 게 아니라, 도망칠 곳이, 피할 곳이 없을 뿐이에요. 그래서 정면에 놓인 이 문제와 승부를 하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 인생도 있어요. 그런 순간이 있어요. 답답하지만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어요. 뒤로 미뤄둘 뿐. 미룰 공간이 있다면 말이에요.

미루고 미루니 자꾸 쌓이고, 쌓이고 쌓이니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자꾸 줄어들어요. 꽉 막힌 상황에서, 어쩔 수 없어 정면 승부를 하고 몸부림을 치다 보니 공간이 자꾸 늘어나고 움직일 여지가 점점 많아지는 것과는 반대에요. 그래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세요. 그걸 어쩌겠어요. 무섭고 두려운데. 대신 그러다 그러다 막다른 곳에 몰리면, 이제는 피할 수도 숨을 공간도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죠. 저절로 받아들이게 돼요. 죽을 순 없으니까.

사람들은 용기를 가지라고 회피하지 말라고 하고, 마음은 자꾸 피하고 숨고 싶고. 어느 것도 틀린 말이 아니고, 어느 것도 잘못된 마음이 아니지만. 결국 내 마음이라는 걸, 내 감정이고 내 삶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이라는 걸. 그 사실을 꼬옥 쥐고 있으면 피할 때에도, 정면으로 부딪칠 때에도, 다 잘하고 있는 거랍니다. 그걸 깨닫게 하려고 시련이 닥쳐오거든요. 그걸 알지 못해서 절망에 빠져들게 되는 거니까요.

영숙님,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마주하고, 숨지 않았네요. 그럴 수밖에 없었네요. 솔로 나라는 그럴 수 없는 곳이라니까. 늘 피해왔다지만, 피할 수 없는 순간과 공간에서 물러서지 않는 걸 보니 영숙님의 말처럼 늘 피해왔더라도, 그때마다 내 마음을 꼬옥 쥐고 잘 지켜 왔나 봐요. 우리는 다음 주에나 결과를 알게 되겠지만, 그것은 이미 이루어진 일이겠죠. 그리고 피해왔던 모든 승부도 결국 이루어진 일이었답니다. 마음을 놓지만 않으면, 내 마음을 잃지만 않으면.

솔로 나라에는 피할 곳이 없다면서요.
내 마음도 그래요.
지켜보는 건 나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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