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만들어 가는 세상
[멀린’s 100] Mar 11.2022 l M.멀린

대통령 바뀌면 세상이 망합니까? 이쪽과 저쪽이 번갈아 해대고 있는데 그렇다면 세상은 이렇게 망하고 저렇게 망했어야 하는데, 너도 안 망하고 나도 안 망하고 잘은 아니어도 달라진 거 없이 여전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망하는 사람들은 있죠. 권력이 바뀌면 자리를 내어놓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마이크를 쥐고 있으니 대통령 바뀌면 ‘나는 망한다’ 하는 걸 ‘우리가 망한다’고 공포를 주입하는 겁니다. 국뽕 주사기에다 국망 주사액을 넣어 너의 머리에 밀어 넣었으니 달라지는 거 하나도 없는 선거 놀이에 인생을 걸고 우울해지는 겁니다.
공포 장사는 참으로 짭짤합니다. 그거참. 막상 공포가 현실이 되면 선견지명이 되고, 그냥 지나가면 다행인 일이니. 이런 완전범죄가 또 없습니다. 범죄 맞습니다. 공포는 사람을 죽이니까요.
대표적인 공포 장사가 종교 장사죠. 죽어서 지옥 간다는 공포만 한 게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 기준도 천차만별이니 이 지옥을 면하면 다른 지옥에 가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세상 모든 종교를 다 믿고 그들의 율법에 다 맞춰야 할 텐데. 그게 상충되기도 하니, 예를 들면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이런 거 말이죠. 아 유일신이라더니 또 다른 신도 있나 봅니다. 그러면 이거 빼도 박도 못 하는 외통수입니다. 이 신만 믿고 있는데 다른 신도 있는 거면 그 신의 지옥은 면할 수 없을 테니 말이죠.
그래서 패싸움이 벌어지는 겁니다. ‘아 씨바, 우리 종교 지옥이 젤 무섭다니까.’ 그게 종교전쟁이고, 그걸 면하려고 성전聖戰의 전사가 되고 종교전쟁에 몸을 던지는 겁니다. 살아서 지옥을 경험하는 거죠. 죽어서는 천국에 가야 할 텐데. 종교전쟁의 확률은 50:50, 이 지옥이냐 저 지옥이냐, 세상에 이런 도박이 또 없습니다.
삶이 지옥이라, 요즘 이런 건 잘 안 먹히긴 합니다. 이미 지옥을 살고 있는데 죽어서 가는 지옥은 뭐 다를까. 여기서 견디던 대로 거기서도 견디면 되겠지. 이러면 장사가 안됩니다. 그래서 종교는 구제와 구휼에 게으르면 안 됩니다. 여기가 천국일세 해야 지옥이 두려워지죠.
종교 장사가 하락세를 타는 동안 밀고 들어 온 신흥 공포는 장래 거지입니다. 너 공부 안 하면 커서 저렇게 된다. 그러니까 지금도 거지 같은 집에 살고 있는데 커서 거지 된다고 공포를 주입하는 거죠. 누가? 거지 같은 어른들이 말이죠. 자기도 거지면서 왜 나는 거지 같은 인생 살지 말라는 건지. 무슨 협박을 그리도 해대는 걸까요?
그 협박이 한동안은 잘 먹혔습니다. 공부만 잘해도 거지꼴을 면할 수 있는 세월이 좀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쉽게도 쿼터가 끝나버렸네. 그게 잠시 잠깐이었던 터라. 설대 나와도 거지꼴을 면키 어려워졌으니. 이건 공부의 문제가 아니라 선착순의 문제였다는 걸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건지. 설대가려고 머리 싸맬게 아니라 어디 빈 땅이라도 한 평 사놔야 되는 거였는데 그걸 팔아 자식 공부를 시켰으니, 장래 가치의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벌어져 버렸네요. 아, 그건 부모가 공부를 안 해서입니다. 희소성의 원칙이라는 자본주의의 단순한 이론만 알고 있었어도 땅 팔아 자식 교육 시키지 않았을 텐데. 땅은 한정되어 있는데 애들은 자꾸 늘어나니까요. (사람이 희귀해지면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땅에 건물 짓고 월세 받아 건물주님으로 떵떵거리다 물려주면 그만이었을 것을. 무식한 부모들이 우골탑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함께 벼락 거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거지꼴을 면치 못할 거라더니 모두함께 거지가 되어버렸네요. 공포 장사의 참담한 결과입니다.
지금 열심히 안 해도 안 굶어 죽습니다. 게다가 소비하는 기계가 필요한 자본주의는 기초생계, 기본소득을 줘가면서까지 널 살려 놓을 겁니다. (지옥 같은 세상, 죽지도 못하게 합니다) 누가 돈을 써야 세상이 돌아가니까요. 그런 공부를 했더라면, 국영수가 아니라 세상의 이치를 공부했더라면, 어차피 벼락 거지 되어 받을 손가락질, 모럴 해저드라고 손가락질받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너가 부러워하는 그 부자들 다 그 소리 들어가며 부자 된 겁니다) 지 멋대로 살다가 기초수급자로 추락하나, 온갖 빚 내서 버티며 하루에 12시간씩 노동하다 신용불량자 되나, 다른 지옥이 아닐 테니까요.
이 공포 장사가 어느새 단물이 빠져 요즘은 너 공부 안 하면 거지꼴을 면치 못한다는 얘기가 쑥 들어가 버렸지만, 혹이라도 아직까지 그런 소리 하는 부모나 기성세대가 있으면 쫘악 째려보며 그런 너는 왜 그러고 사냐고 일갈을 해주십쇼. 물론 현명한 건물주 부모님이 그러시면 ‘네네 옳으신 소립니다’ 맞장구쳐드리고 주시는 등록금 고스란히 받아다가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에 차곡차곡 쌓으시구요. 그럭저럭 지내다 희소성 가득한 부동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으면 거기가 천국일 겁니다.
세상에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공포가 만들어가는 세상에 살아가는 것이 지옥입니다. 매일 공포에 떨며 살아야 하니까요. 매도 맞기 전이 제일 공포스러운 겁니다. 막상 맞아보면 다 견딜만하고 시간 지나면 아물고 때론 영광의 상처가 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런 걸 잘 아는 나쁜 놈들이 정작 때리지는 않으면서 자꾸 겁만 줍니다. ‘너너 그러다~’, ‘너 자꾸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알긴 뭘 알어.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겠지. 내일이라고 뭐 다릅니까. 인생, 지하철 아님 버스고, 치킨 아님 피자고, 짜장 아님 짬뽕이죠.
공포가 아니라 기회를 말하는 이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공포를 말하는 이들은 너에게 저주를 뒤집어씌우는 이들이고 기회를 말하는 이들은 너에게 축복을 준비시키는 이들입니다. 그게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기회에 귀 기울여 온 이들은 언젠가 기회를 붙들고, 공포에 몰입하는 이들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집니다. 이것도 위험하고 저것도 위험하니까요. 그래서 자꾸 공포를 주입하는 겁니다. 너 설 곳이 줄어들어야 내 설 곳이 많아지니까요. 그래서 자꾸 내로남불을 감행하는 겁니다. 너한테는 공포로 뻥치고 화들짝 놀라 헐값에 던진 네 집, 네 땅, 네 코인, 네 주식, 네 소유, 네 기회를 내가 홀라당 할 수 있으니까요. 그 인간들, 그놈의 부동산 폭락론을 얼마나 시전해댔습니까. 정작 지들은 차곡차곡 잘도 쟁여놓구선. 너가 공포에 내놓은 자식같은 자산들을. 양털 깎기란 언제나 그렇지만 말이죠.
대통령 바뀐다고 나라 안 망하고 대통령 바꿨다고 나라 막 좋아지는 거 아닙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지 않았습니까. ‘코인은 다 사기’라는데 쏟아지는 공포를 무릅쓰고 무릎에서 들어간 모험가가 급등하는 가치를 획득하는 거고, 뒤늦게 넘들이 ‘나도 진작에 들어갔어야 하는 거 아니야’ 어깨싸움을 하며 몰려올 때 자신의 분량을 알고 빠져나오는 현명한 이들이 승리하는 게 세상입니다. 그리고 그건 세상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공포를 어떻게 주입하는지, 너의 삶과 어떻게 연결시키는지 ‘주의’하십시요.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촛불을 들었으며, 그 촛불의 공포는 어디로 가고, 누구에게 가고, 그 촛불로 따뜻했던 이들이 누구였는지. 그놈이 범인인 겁니다.
정신(바짝) 차리세요!
마법사가 코 베어 갑니다.
이런 글에 현혹되지 말구요.
휘리릭~
ziphd.net
ziphd.net
멀린’s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