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슈퍼바이징
[03日] Jun 22, 2021
사회초년병 시절 여러 번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언제 얘기하지 않았나? 2년 사이에 8번 회사를 옮긴 적도 있다고. 변덕이 아니라 회사가 망해서) 그때마다 빡치게 했던 건 인수인계의 갑질이었다. 신입 직원이 왔으면 오리엔테이션이란 걸 해주어야 할 텐데. 성대한 환영식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전화 돌리는 법쯤은 알려줘야 하지 않는가? 그렇다. 젤 황당한 시츄에이션은 첫 출근해서 직원들 이름도 모르는데 울리는 전화를 받아야 할 때이다.
“네 000 컴퍼니입니다. 누구시라구요? 누구를 바꿔 달라구요? 그게 누구죠?”
누군지 알아야 바꾸지. 게다가 회사마다 전화 돌리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야 누가 전화 좀 받아라. 시끄럽게 계속 울리게 둘 거야. 어이 거기 신입, 뭐 하고 있어!”
이딴 소리를 듣게 되면 그러잖아도 뻘쭘하기 이를 데 없는 신입은 이대로 일어나 저 이름 모를 상사의 대갈통을 수화기로 후려치면서,
“야 이 새끼야. 누가 누군지 알아야 전화를 바꿔주든지 말든지 할 거 아냐!”
일갈을 날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아, 실제로 그런 적도 있다. 물론 일갈을 날리진 않았다.
몇 번 이런 일을 겪은 뒤로 언젠가는 회사를 관두면서 뒤에 올 나 같은 신입이 같은 일을 겪지 말라고, 기초적인 회사생활에 관한 매뉴얼을 두툼하게 작성해서 넘겨주기도 했다. 전화 교환하는 법은 물론 직원들의 좌석 배치도에 성향까지 적혀있는 상세하고 세심한 인수인계 매뉴얼에 감탄한 후임은 마법사를 형님으로 모시겠다며 그 뒤로도 한참 동안 문안하는 사이가 되기도 했다.
반상의 계급구조가 머릿속 깊이 박혀있는 이놈의 민족은 도대체가 슈퍼바이징을 제대로 할 줄 모른다. 그것은 마치 시민, 약자의 유일한 권력처럼 인식되어 교묘한 갑질과 조리돌림을 권리처럼 행사한다. (어떤 직종은 아예 태워버린다며?)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 것들을 갖다가 굉장한 권력이라도 쥔 듯 알려주지도 가르쳐주지도 않으면서 심지어 인신공격까지 해대는 것이다.
“이런 것도 못 하면서 공부는 왜 했니?”
꿇으란 말이지. 신입은 선임 밑으로 꿇어야지. 그것은 상사, 임원을 가리지 않기도 한다. 본래 권력투쟁이 인간의 생존 본능이이라 어딜 가도 그런 것이 없을 수는 없지만, 합력하여 공동체와 사회를 이루고 천적과 대항하고 자연을 정복한 인류는 상호협력과 연대를 기본자세로 무장해 오지 않았던가? 그런 건 다 어디 갔니?
생각해보면 스팀잇은 참으로 그런 공간이었다. 이렇게 환대와 연대가 만발하는 커뮤니티를 본 적이 있던가? (지금 말고) 새로운 이가 오면 너도나도 달려들어 인사하고 글 올리는 법, 보팅하는 법, 친구 맺는 법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알려주는 플랫폼이 또 어디 있었던가? 그것이 모두 보상과 연결되어 있어 그렇고 돈 욕심 때문에 가면을 썼더라도 말이다. 요즘 세상에 돈 주면 누가 해주더냐. 이 각박한 세상은 돈 준 만큼도 안 해주는 게 점점 디폴트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만족할 만한 서비스는커녕 제 가격만큼도 못한 거지 같은 서비스가 널려있고, 살 때는 굽실거리다가 일단 구입하고 나면 천덕꾸러기 신세를 만들어버리는 가짜 서비스들이 즐비하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의 마음을 動하여 엄청난 슈퍼바이징 능력을 발휘하게 한 스팀잇의 동력은 도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는 암호화폐는 아니나 다를까 제도권 선임의 뭇매를 연신 맞고 있다. 이놈의 선임들은 이 괴물 같은 신입의 등장에 처음에는 개무시를 하더니 점점 위협이 되는지 어케 죽이지도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한 채 엄한 짓거리를 연신 남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가? 자본주의의 등장과 주식회사의 시작에서 어떤 이들이 어떻게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세계 속으로 녹아들도록 슈퍼바이징 했는지, 그리고 그런 공동체와 사회들이 어떻게 부강해졌는지 우리는 모두 교과서에서 배워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되고 뻘짓도 반복된다. 그러니 암호화폐의 미래 역시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마법사는 마법사에게 매너 있게 슈퍼바이징 하지 않은 그곳들에서 마법을 잔뜩 풀어놓았다가 불시에 거두어 버리는 방식으로 응징해 왔다. 그들은 당황하며 마법사가 남긴 흔적들이라도 어케 복원해 보려고 마법사의 후임들에게 마법사의 파일을 넘겨주며 ‘이거 좀 어케 해봐라.’ 했다지만 (마법사 이름의 폴더가 직원들의 컴퓨터 바탕화면에 디폴트로 깔리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곳에서는 금고에 보관하기도 했단다. 물론 믿거나말거나) 슈퍼바이징 할 마법사가 없는데 누가 어떻게 스스로 마법을 부릴 수 있겠는가?
20세기의 여름을 준비하며 20세기소년의 슈퍼바이징 방식에 마법사는 매우 감탄하고 있다. 이곳은 신입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잘 시스템화되어 있음은 물론 낯선 춘자들을 슈퍼바이징하는 20세기소년 역시 매너와 정중함으로 탄탄하게 무장된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단 한 번도 ‘그건 안됩니다!’하고 일언지하에 제안을 거절한 적이 없다. ‘그렇군요. 제가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어쩌면 뭘 모르는 소리, 어설픈 제안일지도 모른다. 이미 이 공간에서 가능한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어 놓고 물샐틈없이 취약점들을 보강한 상황에서, 아직 이곳의 시스템을 잘 모르는 신입들의 이런저런 요구에 성실하게 응답하는 그는 언제나 무엇이든 가능하고, 우리가 서로 합의하면 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춘자들을 20세기소년과 연결하기 전 마법사가 먼저 체크해야 했던 것은 20세기소년이 개매너와 하등 쓰잘데기 없는 갑질로 무장한 꼰대가 아닌가 하는 부분이었다. 성장하기 바쁜 춘자들을 불필요한 감정노동의 현장으로 인도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20세기소년은 20세기生의 전형적인 그것을 찾아볼 수 없는, 매우 21세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존중’이다.
제도권은 암호화폐를 존중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상이라며, 사기라며 색안경을 끼고 손가락을 까딱거리지만, 무서운 기세로 자라나는 이것이 두렵다. 마치 새로 들어온 신입이 나의 알량한 업무 내용을 파악해 버리고 나면 자신의 자리를 그대로 빼앗아버릴까 두려운 선임, 고참들처럼. 단단히 의자 다리를 틀어쥐고 앉아 ‘전화 받으라고! 전화 받으라고 이 새끼야!’ 두려움에 가득 찬 비상 경계음을 남발해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체를 가진 이라면, 그리고 그 단단함에 자신 있는 프로페셔널이라면, 누구라도, 어떤 것에게도 ‘존중’을 잃지 않을 것이다. 성장은 멈추는 순간 끝나는 것이니까. 계속 자극받고 달라져야 자신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테니.
신입은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그 바람은 선임들을 날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위로 밀어 올리게 되어 있다. 물론 자신들에게 손을 내밀어준 선임들을 말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프로들은 신입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친절하고 세심한 슈퍼바이징을 하기 마련이다. 신입이 조직에 잘 적응하고 마음껏 자신의 포텐셜을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장려한다. 그런 조직은 과할 정도로 신입에게 관심을 베풀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 괴물처럼 등장한 암호화폐에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그들의 시행착오를 인내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또 누군가는 이것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세계 속으로 받아들여 어떻게 화합하고 융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니 성패는 누군가의 슈퍼바이징이 가장 탁월했는가, 누구의 슈퍼바이징에 이 새로운 괴물들이 녹아들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여름, 이 괴물 신입에게 한 발 더 다가서려 한다. 그에게 가상의 공간을 넘어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리얼 월드 속으로 자신의 포텐셜을 펼치도록 기회를 열어주려고 한다.
또한 20세기소년을 통해 수많은 신입들이 [스팀시티]와 춘자에 조인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선망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복잡하고 난해한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시스템에 진입하려 용기를 낸 자들이다. 그들에게 우리는 20세기소년이 보여주고 있는 정중하고 매너 있는 슈퍼바이징을 행사할 생각이다. 그것이 우리의 연대이고 20세기의 여름에 일어날 뜨거움이다.
보라, 우리의 슈퍼바이징을 기다리는 소년과 소녀들이 20세기로 몰려오고 있다.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20세기의 여름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