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e du nord & termini 그리고 피해의식
Oct 29. 2022
유럽에서 가장 악명 높은 우범지역입니다. 파리북역과 로마의 테르미니역, 소매치기가가 그렇게 많다고. 물론 마법사는 매일같이 활보했지만 소매치기를 당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소문은 괜히 난 것이 아니겠지요.
소매치기를 부자가 하지는 않을 겁니다. 부랑아, 노숙자, 깡패는 부자가 하는 게 아니죠. 아 깡패는 가끔 부자들도 합니다. 아니 대부분 인가? 어쨌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요즘은 다들 현금을 안 가지고 다녀서 소매치기도 많이 줄었다는군요. 역시 소매치기도 현금이 최고죠. 유럽은 코로나 때문에 현금 결제 비중이 현격히 줄었습니다. 비접촉 결제 방식이 대세라. 한국의 삼성페이는 우습더군요. 노점상도 모두 카드 결제니.
파리와 로마를 검색하면 언제나 저 두 곳을 들며 조심하고 조심하라며 신신당부들을 하는데, 가지 말라는 오지 우범지대를 일부러 찾아가도 아무 일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딱 한 번 갔는데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 팔자소관이겠죠.
그런데 이런 정보들은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피해의식을 과도하게 심어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조심하는 게 옳고 여행 중에 그런 일을 당하면 말도 못 할 멘붕을 경험할 테니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을 매번 당하는 사람은 누구고, 생전 당하지 않는 사람은 또 누구입니까?
매번 당했다는 얘기는 당해도 또 떠났다는 말이겠습니다. 한번 당했으면 겁이 나서라도 여행에 나서지 못할 텐데. (그렇게들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트라우마 때문에 말입니다.) 이 사람들은 왜 떠나고 또 떠날까요? 그곳이 부르기 때문입니다. 내게 떠나라고 말이죠. 이유는 없고 피해는 뭐 어쩌겠습니까? 그러므로 이런 이들에게 피해의식은 없어 보입니다. 주어지는 상황을 즐길 뿐.
정작 피해의식은 뭘 당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더 강하게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건 한 번도 안 당하고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기차게 들은 사람들입니다. 나도 당할지 모른다는.
피해의식이 좋을 리 없습니다. 그건 사람을 꽁꽁 묶어버리고 옴짝달싹할 수 없게 포박해버리니까요. 그러니 진짜 피해는 피해의식으로부터 생겨나는 겁니다. 돈이야 벌면 되고,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친 게 아니면 ‘아 재수 없네’ 하고 털어버릴 수도 있지만, 언젠가 일어날 일,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 주는 피해의식은 사람에게 너무도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아무 일도 못 하게 만드니까요. 그러나 성공도 실패도 피해 너머에 있습니다. 아무 데미지도 희생도 없이 거저 얻는 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우주는 반드시 대가를 물으니 그런 것일수록 소매치기보다 더 조심해야 합니다. 행운이 아닌 횡재 말이죠.
피해의식에 휩싸인 사람과 함께 하는 것만큼 지독한 게 없습니다. 그들은 자꾸 과거를 끄집어내 현재에서 이탈합니다. 또한 미래를 두려워하며 과거로 도망칩니다. 모든 가능성이 충만한 ‘현재’로 계속 데려다 놓아도 ‘어떡하지’를 연신 호소하며, 닥치지도 않을 미래를 자꾸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실현시킵니다.
그것 봐요. 내가 뭐랬어요. 일어날 거라 했죠.
의식이 불러들이는 재앙은 너무도 강력해서 마법이 소용없습니다. 기회는 언제나 현재적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 순간에 난생처음 도래한 것이고 내 마음을 흔드는 피해의식은 주입된 것뿐입니다. 그것을 그저 높은 난이도의 허들로, 그리고 ‘No pain, No gain’의 공식을 잊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입니다.
삶이 당신에게 미지의 무엇을 도전해 오거든 블로그를 검색하지 말고, 신난다 하며 움켜잡으십시오. 원하는 그것이라면 말입니다. 그리고 얻어터지세요. 어떻습니까? 기회인데. 산과 바다가, 여행지가, 꿈이, 우리를 자꾸 부르니까 우리는 그곳에 갈 뿐 아니겠습니까? 피해의식으로 다른 사람들마저 포박하는 못된 짓은 하지말고 말입니다. 물론 묶이는 사람이 바보이긴 합니다만.
파리북역에는 소매치기만 아니라 브렉퍼스트 맛집이 있고 테르미니역 인근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여행의 피로를 해소해줄 한국식당이 넘친답니다. 김치가 먹고 싶었던 것 아닙니까? 소매치기라니요. 좋은 것은 언제나 위험한 것들과 함께 있습니다. 안전한 것만 바란다면 여행은 떠나지 않는 것이 좋고 삶은 태어나지 않거나 빨리 죽어버리는 게 제일 안전합니다. 안전하다고 선택한 패키지여행도 유람선이 전복하는 생각지도 못한 사고들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좋은 것은 언제나 위험한 것들 속에 있으니 여행 중에 찾아다니는 로컬 핫플레이스들의 역사는 하나같이 한때 빈민가, 위험지대였으나 중심부에서 밀려난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지금은 도시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변모했다는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gare du nord도 역이고 termini도 역입니다. 산지사방에서 몰려드는 사람들 덕에 언제나 유동 인구가 넘치고 그래서 기회도 넘치는 반면 위험도 넘치는 것이죠. 그곳에서 기회를 만나게 될지 위험과 맞닥뜨릴지는 알 수 없지만 떠나지 않는다면 기회도 위험도 남의 것일 뿐입니다. 물론 피해의식은 경험도 없이 주입 당한 그대의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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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Ita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