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솔로지옥

[MOVIE 100] Jan 14, 2022 l M.멀린

 

 

솔로는 지옥이다. 짝짓기가 인생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생을 무간지옥으로 만드는 것은 외로움이고 그것은 이것저것 수많은 관계로도 해소되지 않는다. 짝을 만나기까지.

그래서 인간 생의 주기에 모든 에너지가 짝짓기를 향해 있고, 물론 그것은 종족 번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생물은 다 그렇다. 그게 진화고.

그것을 이쁘게 포장해서 낭만적 사랑과 운명적 만남을 운운하지만, 누구든 만나서 짝을 이루고 종족을 번식하면 우주는 ‘되었다. 이제 니 맘대로 살든지 죽든지.’ 무관심해진다. 우주의 현자타임에 인간 생의 고귀함 따위는 Cigarettes after sex 사이로 빠르게 사라지는 성욕과 같다.

자연이 진공을 허락하지 않듯, 우주는 솔로인 상태를 허락하지 않는다. 호르몬이 급속하게 분비되고 남자와 여자는 매우 피곤하고 어제까지, 아니 좀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극단적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갑자기 사랑에 빠져드는 것이다. 아니다, 호르몬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것에 각성하라는 말이 아니지. 그건 각성할 일이 아니고 탐닉할 일이지. 우주는 그것에 많은 보상을 준비하고 있거든. 벗어날 수 없으면 보상을 즐겨야 하지 않겠니.

그 속에서, 그 호르몬 전쟁에서 자아의 고귀함을 찾는 일은 무얼까? 그래 거부할 수 없다면, 그 안에서 자아를 지키는 일은 기준을 세우는 일. 나를 호르몬의 도구, 번식의 도구로 사용하겠다면 좋다, 대신 나의 기준을 충족시키렴. 그것이 우주와 우리의 이상형 줄다리기가 아닐까? 것도 결국 주어진 것일 테지만. 사회가, 관념이, 성향이, 육체적 끌림이 이끄는 것이겠지만, 그것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지켜낼 수 있다. 마음과 뜻과 정성. 그리고 한결같음으로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흔들리는 너의 가슴에.

좋은 학교를 나오고 싶은 욕구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도, 성공하고 싶은 욕구도, 결혼과 출산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아도, 심지어 죽을 때까지 이성 교제를 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무언가 영향력을 가지고 싶고 여러 대상과 상호작용하고 싶은 욕구를 넘어설 수 없다. 그리고 번식은 꼭 생물학적이 아니어도, 유전공학적이 아니어도, 사람과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이렇게든 저렇게든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 모든 행위는 결국 짝을 만나기 위한 행위인 것이다. 일 잘하는 직원을 찾고 있는 사장조차도 말이다.

그래서 MBTI는 절반을 말한다. 당신은 N인가? S인가? T인가? F인가? 묻는 행위는 ‘나는 세계의 절반이다. 너는 다른 절반인가? 같은 절반인가?’를 묻는 행위이다. 유사 이래 인간의 의식을 절대적으로 지배해 온, 모든 인간은 완전한 철인이어야 한다는 관념을 깨부순 매우 용감한 물음이다. 너는 어떤 절반인가? 묻는 누구도 자신이 완전한 존재임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짝을 찾을 수밖에.

 

 

솔로들은 지옥에 살고 있다. 커플이 된 이들은 그것으로 이미 천국인데 그들의 감정을 배가시켜줄 로맨틱한 천국도에서 밤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공간은 상징일 뿐, 결합은 마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들은 신적 존재인 제작진들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장애물을 뚫고 넘어서며 오로지 같이 있기 위해서, 서로 결합하기 위해서 차라리 지옥도에 남기를 바란다. 물론 같이. 그러므로 공간은 천국도 지옥도 아니다. 천국과 지옥은 연결과 부재다. 너가 없는 공간에서 부귀영화를 누린들.

짝에게, 너에게, 다가가는 길에는 정말 많은 경쟁과 장애물들이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너를 찾는 일이다.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너’ 말이다. 용기가 없는 게 아니다. 너를 만나지 못했을 뿐. 그리고 만났다면 남은 것은 지켜내는 일이다. 너의 마음을? 아니다. 장애물에 지레 겁을 먹는 나의 마음을 말이다.

그것은 무엇에도 우선한다. 너의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사실 소심한 핑계일 뿐이다.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면 어쩌지?’ 뭘 어쩌나? 지켜야 할 것은 나의 마음이지 너의 마음이 아니다. 너의 마음은 내 마음이 아닌데 어떻게 지키겠니. 그건 걔 마음이지. 나는 나의 마음을 지켜야지.

비겁한 이들은 너의 마음을 핑계 댄다. 나를 좋아하지 않나 봐, 다른 상대가 있나 봐, 마음이 식었나 봐. 불라불라… 나의 마음이 그렇겠지. 나의 마음이 고개를 돌리고 싶은 거겠지. 이제 와 훈련되지 않은 마음의 체력에 호흡이 딸리는 거겠지. 열심히, 부지런히, 나의 마음을 지키고 단련해야 한다. 짝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해야 할 유일한 과업이기 때문이다.

 

 

지키는 일은 만난 이들만의 일이 아니다. 호르몬 폭격에 무방비로 초토화되지 않으려는 인간의 최소한의 자존심. 우주와의 유일한 협상카드. 이상형을 찾고 얻으려는 모든 솔로들이 해야 할 유일한 과업. 그것에 소홀한 이들, 자신 없는 이들이 남의 짝에 줄을 서고, 아무 짝에게나 들이대고, 자신의 짝을 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레 겁을 먹고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솔로지옥을 지켜낸다. 모니터 속 수많은 그, 그녀들로 자위하며.

그런 이들에게는 질 좋은 티슈나 넣어주고는 우리는 한 차원 더 높이 나아가자. 그건 異性을, 理性을 넘어선 연결을 말한다. 호르몬을 넘어서고 육체를 넘어서고 관념을 넘어선 운명 공동체로서의 연결 말이다. 생물학적 번식을 넘어선 꿈과 신념의 번식과 확장. 그리고 그것을 물질로 만들어내는 짝짓기의 연금술. 그건 돈이 되고 물질이 되고 도시가 된다. 심지어 새로운 인류가 된다. 그 생식의 과정에 우리는 서로의 지혜와 감성을 사정하고 수정하며 새로운 예술로 역사로 탄생시킨다.

그건 아무나 하고 할 수는 없다. 아무나 하고 잠을 자지 않듯.

그래서 여기 스팀잇은 솔로지옥이다.
아무도 짝짓기를 하고 있지 않으니까.
아무도 너를 찾고 있지 않으니까.

그러나

[스팀시티]가 너를 찾고 있다.
우리들의 천국으로 초청하고 있다.
내가, 우리가,
지켜내고 있으니까.

 

 

 

위즈덤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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